[프런코4가 발견한 디자이너들⑦] ‘의외로 순한 차도녀’ 김경미
OSEN 황인선 기자
발행 2012.05.04 14: 11

“저는 원래 나서는 성격이 아니에요.”
온스타일의 디자이너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4(이하 프런코4)’에서 모델처럼 긴 키에 숏 커트 헤어스타일로 시크한 언니 포스를 물씬 풍기는 디자이너가 있었다. 바로 김경미.
인터뷰를 위해 만난 김경미는 여전히 한쪽으로 길게 늘어뜨린 짧은 머리로 차가운 첫 인상을 풍겼다. 하지만 몇 마디 나누고 보니 ‘불’같은 외모와는 다르게 성격은 ‘물’ 같이 유순해 의외라는 느낌을 받았다.

“프런코4 첫 방송 이후 제작진에게 들은 말이 ‘언니 왜이래요?’였어요. 겉모습이 차가운 편이라 자주 오해를 받곤 하는데, 제작진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무서운 언니’ 캐릭터를 예상했던 제가 알고 보니 ‘순한 양’이였던 거죠(웃음).”
프런코4를 신청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 건 아닌가. “사실 이번 프런코4는 어머니가 신청을 하셨는데 덜컥 돼버린 경우에요. 제 성격에 방송을 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거든요.”
때문에 말 못할 고민도 많다고. “방송 이후 제 결혼 소식이 몇몇 언론매체를 통해 기사화된 적이 있어요. 제가 연예인도 아닌데,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게 너무 당황스럽고 화도 났어요. 하지만 이제는 즐거운 에피소드 중 하나라 생각해요.”
▲ 심사평 ‘입고 싶은 옷’, 디자이너에게 감동이 되다
프런코4 심사위원들의 평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경미는 반가운 표정으로 모델 이소라의 심사평을 꼽았다.
“볼트와 너트로 오뜨꾸띄르 의상을 만드는 미션에서였어요. 이소라씨가 입고 싶다며 한 벌 빌려주라고 했죠. 그 어떤 전문가의 전문적인 평가보다도 정말 감동으로 와 닿았어요. 누군가 입고 싶어 하는 옷. 디자이너로써 제가 추구하는 방향이기도 해요.”
이소라가 입고 싶어 했던 옷은 종합 철물점에서 가지고 온 여러 가지 도구를 이용해 만든 미니 원피스다. 특히 어깨와 가슴에 달린 프린지 장식이 대걸레를 이용한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빼어난 솜씨로 눈길을 끌었다. 이 의상으로 김경미는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 추구하는 디자인 방향은 ‘날씬해 보이는 옷’
김경미는 현재 여성복 브랜드 ‘Mellow warrior’를 운영하고 있다.
사전적 의미 그대로 부드러운 혹은 달콤한 전사라는 뜻이다. 2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 사회적 지위가 있는 여성을 대상으로 당당하고 힘이 느껴지는 카리스마를 옷으로 표현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제가 옷을 만들 때 중요하게 생각 하는 게 있어요. 하나는 제가 봐도 입고 싶은 옷이어야 한다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입었을 때 여성의 몸을 얼마나 날씬해 보이게 만드냐는 거에요. 주로 직선을 이용한 길고 날씬한 실루엣을 좋아하죠. 또 하나 더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입었을 때 얼마나 편안한 지에요.”
눈으로 즐기는 옷이 아닌, 직접 입었을 때를 고려하는 김경미의 디자이너적인 감성은 고유의 따뜻함과 편안함, 여성의 몸을 잘 이해하는 노련함을 엿볼 수 있었다.
추구하는 디자인 방향이 평소 입는 옷에도 고스란히 드러나는지. “거의 비슷해요. 약간 더 매니시 무드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하지만 매니시 무드라해서 보이프렌드 재킷처럼 펑퍼짐한 그런 옷 말구요.(웃음)”
▲ 신사동 가로수길 편집숍 ‘젊은 디자이너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
김경미는 여성복 브랜드 외에도 신사동 가로수길에 편집숍 ‘Kollektive’를 함께 운영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캐주얼 투 포멀이란 콘셉트 아래 ‘하나의 옷’을 가지고 스타일링에 따라 포멀하거나 캐주얼하게 두 가지 스타일로 낼 수 있는 옷들이 모여 있어요. 주요 고객층은 젊은 디자이너들의 신선한 감각을 즐기는 이들이에요. 백화점 보단 합리적인 가격이지만 소량 생산되는 옷들의 희소가치를 중요시하는 여성분들이죠.”
입점해 있는 브랜드로는 자사 브랜드 kollektive와 mellow worrior가 있으며, 프런코2 출신 디자이너 윤춘호, 최형욱, 김지혜의 브랜드와 프런코4의 김성현, 김혜란의 옷과 액세서리를 만나볼 수 있다. 이외에도 the author, uju, carnet du style, tina blossom, yunni g와 같은 젊은 디자이너들의 신선한 감각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더불어 이 편집숍은 ‘프런코4 참가자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라는 입소문이 자자하다. 정말 그 곳에 가면 프런코4 참가자들을 만날 수 있을까.
“종종 여기서 함께 모이곤 해요. 아지트로는 최적의 장소가 됐죠. 때문인지 자사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2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 여성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요즘은 간혹 여고생들도 놀러 와요.(웃음)”
Tip. 그들이 말하는 올해의 ‘It style' 스케치
“올해는 독특하게도 빨강, 주황, 파랑처럼 강렬한 ‘색깔 옷’이 유난할 것으로 보여요.”
색깔 옷 유행이 독특하다 느껴지는 이유가 특별하게 있는가. “소비자나 디자이너나 흰색 옷은 가장 기본이자, 잘 팔리는 아이템 중 하나죠. 게다가 색이 들어간 옷은 재고가 많이 남기 때문에 상당수의 디자이너들은 색에 소극적이거나 미리 재고를 염두를 하죠. 따라서 색깔 옷이 트렌드로 자리 잡는 건 좀 특별한 일 같아요.”
5월 초지만 벌써부터 느껴지는 여름 날씨에 지친 사람이라면 김경미 디자이너가 선정한 색깔 옷으로 유쾌한 여름 맞이에 나서보는 건 어떨까.
ins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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