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먼 '명품 서클 체인지업', 좌타자는 못 만난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5.05 09: 25

바깥쪽을 던질 줄 아는 좌투수는 시즌 5승을 더 거둔다는 말이 있다. 우타자가 70% 이상 차지하는 한국 리그에서 좌완투수가 우타자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바깥쪽 공략이 필수이기 때문에 나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올 시즌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롯데의 새 외국인투수 좌완 쉐인 유먼(33)은 좋은 투수임엔 틀림없다. 4일 문학 SK 와이번스전에 선발등판하기 전까지 유먼은 4경기에서 3승 평균자책점 1.53(1위)으로 나무랄데 없는 활약을 보였다. 특히 직전 등판이었던 지난달 29일 사직 LG전에선 프로야구 통산 세 번째로 1피안타 무사사구 완봉승을 거두기도 했다.
그렇지만 4일 SK를 상대로 유먼의 상승세는 한풀 꺾였다. 7이닝동안 7피안타(2피홈런) 10탈삼진 2볼넷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8회까진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유지했지만 8회 첫 타자 박재상을 볼넷으로 출루시켰고, 마운드를 최대성에 넘겼지만 2사 후 박재홍에 결승 투런포를 얻어맞아 패전과 함께 퀄리티스타트 기록도 날아갔다.

▲ 유먼, 좌타자에겐 서클 체인지업 안 던졌다
비록 최정에 투런포, 이호준에 솔로포를 허용하는 등 우타자 두 명에게 홈런을 허용했지만 탈삼진 능력만큼은 출중했다. 이날 유먼은 10개의 삼진을 솎아내 개인최다 한 경기 탈삼진 기록을 수립했다. 특히 유먼은 10개의 탈삼진 가운데 우타자를 상대로만 8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SK 우타자들을 상대했다.
이날 경기에서 유먼은 패전을 기록했지만 그러한 가운데서도 유먼은 선발투수 가운데 거의 모든 지표에서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경기로 유먼의 성적은 5경기 36⅓이닝(1위) 3승(2위) 1패 36탈삼진(2위) WHIP 0.88(2위) 평균자책점 2.23(4위)이다.
탈삼진 1위인 한화 류현진(45개)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유먼 역시 빼어난 탈삼진 능력을 뽐냈다. 눈에 띄는점은 SK 우타자를 상대로 주무기인 서클 체인지업을 이용, 모조리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낸 점이다.
이날 유먼의 우타자 상대 결정구는 서클 체인지업이었다. 유먼은 이날 총 24개의 서클 체인지업을 던졌는데 좌타자에겐 단 하나도 던지지 않았다. 유먼의 서클 체인지업은 우타자 바깥쪽에서 흘러나가며 타자의 방망이를 끌어냈다. 우타자를 상대로 잡은 8개 삼진 가운데 7개가 서클 체인지업이었다.
대신 좌타자는 바깥쪽으로 꺾이는 슬라이더를 던졌다. 이날 유먼은 15개의 슬라이더를 던졌는데 이중 14개가 좌타자 상대였다. 우타자를 상대로는 단 한 개 던졌는데 이 공에 정근우가 3회 삼진을 당했다.
 
 
▲ 유먼 서클 체인지업의 비밀은
유먼이 우타자를 상대하는 투구패턴은 다음과 같다. 주로 초구는 빠른 직구를 몸쪽으로 붙인다. 최고구속 149km의 유먼의 직구는 195cm 큰 키에서 날아오기에 타자들로 하여금 타석 바깥쪽으로 물러나게끔 한다. 만약 물러나지 않더라도 몸쪽 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때 바깥쪽으로 꺾이는 체인지업이 들어오면 헛스윙이 나올 수밖에 없다.
대신 직구가 몸쪽으로 잘 들어가 카운트를 유리하게 잡으면 서클 체인지업이 들어간다. 유먼의 서클 체인지업이 위력적인 이유는 두 가지다. 일단 첫 번째는 낙폭이 크다. 현재 국내에서 서클 체인지업을 잘 던지는 선수는 단연 류현진이다. 하지만 유먼을 상대해 본 타자들은 "류현진 못지않은 서클 체인지업이다. 방망이가 나가면 이미 늦더라"고 인정했다.
더 중요한 것은 유먼의 투구폼이다. 유먼은 공을 최대한 뒤에서 감춘 뒤 투구를 하는데 이것이 유먼의 서클 체인지업을 더욱 강화시켜준다. 서클 체인지업이 위력적인 것은 직구처럼 날아오다 갑자기 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타자들로 하여금 무슨 공을 던지는지 구분이 안 가게 하는 것이다.
롯데 김만윤 전력분석은 "유먼의 서클 체인지업이 위력적인 것은 공을 숨겼다가 갑자기 나오기 때문이다. 투구폼도 직구와 서클 체인지업을 던질 때 차이가 없는데다가 높은 곳에서 왼손이 숨어있다 갑자기 나오니 타자들은 대처하기 힘든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관건은 직구 제구다. 우리 프로야구 타자들은 이제 한 가운데 직구는 다들 놓치지 않는다. 이날 유먼이 허용한 두 개의 홈런도 모두 한 가운데 몰린 140km대 밋밋한 직구였다. 이날 처음으로 유먼은 홈런을 허용했다.
중요한 일전에서 유먼은 패전을 떠안았다. 이날 패배가 유먼에겐 입에 쓴 약이 될 수 있을까. 다음 등판 때 유먼의 직구를 보면 짐작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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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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