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규현이 형한테 카카오톡(스마트폰 문자전송 프로그램) 메시지만 받았어요. 요즘 잘 한다고만 하시던데요?"
요즘 롯데 자이언츠 신인 내야수 신본기(22)는 야구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줄곧 백업 내야수로 1군 엔트리에서 소금과 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출중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펼치는 유격수 수비는 신인의 실력이 아니라는 것이 코칭스태프의 평가다.
급기야 최근엔 선발 유격수로 경기에 나서고있다. 주전 유격수인 문규현이 지난달 28일 수비도중 가벼운 부상을 입으며 2군으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신본기는 신인답지 않은 침착함과 판단력을 보여주며 문규현의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에 롯데 양승호(53) 감독은 흐뭇함을 감추지 못한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양 감독은 신인선수들에 대해 "기존 선수들에 긴장감을 줄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미 제 몫을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신본기의 등장인 기존 백업 내야수인 손용석과 정훈의 자리를 1차적으로 위협하고, 계속 좋은모습을 보여준다면 기존 주전까지 자극할 수 있다는 양 감독의 계산이었다.
시즌 초반 찾아온 기회를 신본기는 놓치지 않고 있다. 출전한 경기에서 연일 호수비를 펼치며 짜임새있는 내야진의 일원으로 완벽하게 녹아들고 있다. 특히 3일 목동 넥센전에선 프로 정상급 호수비를 연이어 안정감있게 펼쳐 양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히 받았다.
4일 문학 SK전을 앞두고 양 감독은 "요즘 (문)규현이가 가만히 누워있기 힘들 것이다. 본기가 워낙 잘 하고 있으니까 벌떡 일어날것 같다"며 웃었다. 실제로 문규현은 부상 직후인 지난달 29일 서울에 올라와 재검진을 받은 결과 가벼운 부상이라는 판정을 듣자마자 곧바로 훈련을 위해 내려가려 했다고 한다.
신본기는 문규현이 2군에 내려간 이후 통화는 하지 못했지만 스마트폰으로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규현이 형한테 '너 요즘 정말 잘 하더라'라는 문자가 왔다"고 소개한 신본기는 "빨리 (1군에) 돌아오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주전 유격수인 문규현이 돌아오면 자연히 신본기는 출전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신본기는 진심을 담아 "아직 배울 게 많다. 특히 규현이 형이 플레이하는 걸 보고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에 어서 올라오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신본기가 문규현을 기다리는 이유는 하나 더 있었다. "지금 선발로 나가고 있긴 하지만 내가 잘 해서라기 보다는 규현이형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탄 것이 아닌가. 내 실력으로 당당하게 주전을 차지하고 싶다. 그때까지는 계속 배워야 할 때다". 신인 신본기는 이렇게 한 뼘 더 자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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