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패 스토퍼 속속 포진, QS 비율 57.9%로 단독 1위
아직 8개 구단 중 유일하게 연패가 없다. 최다 연승은 3연전 싹쓸이. 5연승 이상의 활황세는 타지 못하더라도 충체적 난국에는 빠지지 않는 힘이 팀을 단독 선두로 이끌었다. 초보 감독 김진욱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의 선두권 순항에 있어 기본이 되는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선발야구다.
두산은 지난 4일 LG 트윈스와의 시즌 첫 잠실 라이벌전서 선발 김선우의 6이닝 2실점 호투와 이종욱-허경민의 활약에 힘입어 6-3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두산은 시즌 전적 12승 1무 6패(4일 현재)를 기록하며 다시 롯데(12승 1무 7패)를 제치고 다시 단독 선두로 나섰다.

특히 두산이 거둔 시즌 12승 중 선발 투수들이 비율 83.3%에 달하는 10승을 거뒀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까지 두산은 선발보다 계투진의 힘으로 경기를 뒤집거나 팽팽하게 이끄는 경기를 펼치던 팀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에는 김선우(16승)-더스틴 니퍼트(15승) 원투펀치가 31승을 합작했으나 불균형 현상이 심했다.
그러나 올해 두산 선발진은 비록 첫 한 달 간이지만 아직까지 순조롭게 돌아가고 있다. 니퍼트가 4승으로 다승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그 뒤를 임태훈(3승)과 이용찬(2승)이 잇고 있다. 4월 한 달간 평균자책점 6.75로 다소 고전했던 김선우가 마수걸이 승리를 따내면서 5선발 중 4명이 승리를 추가했다. 잇단 우천 휴식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두 차례 '일요일의 남자'가 된 김승회도 1패 뿐이지만 평균자책점 4.63에 투구 내용은 나쁘지 않다.

전임 김경문(현 NC) 감독 시절 두산은 국내 선발 투수보다 계투 쪽에 무게중심이 기울었던 팀이다. 2006시즌부터 선수층이 젊어지는 리빌딩 시기를 함께 겪었던 두산은 단시간에 팀 순위 상위화를 노리며 선발진은 외국인 투수에게 무게를 두고 국내 투수들로 계투진을 꾸리는 전략을 활용했다. 그러다보니 두산은 서울 팜을 보유한 포스트시즌 컨텐더 팀이었음에도 류현진(한화), 윤석민(KIA), 김광현(SK)처럼 젊은 국내 선발 에이스를 키우지 못했고 잦은 연투로 인해 주력 투수들이 난조를 겪거나 수술대에 올랐다.
김경문 감독도 지난해 6월 중도사퇴를 앞두고 "진작 젊은 투수들을 선발진에서 활용했어야 했다"라며 회한의 한 마디를 남겼던 바 있다. 투수 출신인 김진욱 감독은 지난해 10월 취임과 함께 "3년 안에 우리 팀에서 서울의 에이스를 배출하고 싶다"라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지난해까지 선발보다 계투 출장이 훨씬 많았던 이용찬과 임태훈이 선발 훈련을 시작한 것이 그 첫 걸음이었다.
선발 투수가 경기를 만들어가는 역할을 순조롭게 해내다보니 올 시즌 두산이 경기를 풀어가는 과정 또한 한결 수월해지고 있다. 비록 계투진이 취약해지며 막판 상대에게 추격을 허용하는 경우가 잦지만 선발진이 제 몫을 하면서 선취점 가능성이 높아지고 선실점에 선수들이 먼저 조급해지는 현상도 줄어들고 있다. 선발진의 퀄리티스타트(QS, 6이닝 3자책점 이하) 횟수도 19경기 중 11회로 단순 숫자는 물론 QS 비율(57.9%)로도 1위다.
이는 경기를 초반부터 풀어갈 수 있는 환경이 점차 제대로 조성되고 있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다. 30% 이상의 안타 성공률을 기록해도 극찬을 받는 타격은 기복이 있게 마련. 그러나 강한 선발진이 매 경기 제 몫을 해준다면 적어도 긴 연패는 막을 수 있다. 경기를 만들고 지배할 수 있는 선발 에이스를 '연패 스토퍼'로 부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밖에도 두산은 우완 김상현, 홍상삼을 비시즌 선발 후보군으로 내정한 뒤 훈련시켜왔다. 퓨처스팀에서는 2년차 안규영과 6년차 유망주 이원재, 좌완 이현호 등이 미래 선발감으로 훈련 중이다. 비록 선발로 출장하지 못하더라도 선발을 염두에 두고 미리 투수들의 한계 투구수를 끌어올려 놓으면 보직 이동이 한결 용이하기 때문이다. 선발진에 중점을 둔 훈련이 가져다 주는 가욋돈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계투진의 안정감이 아직까지는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만큼 두산의 승승장구가 계속될 수 있을 것인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김진욱 감독은 "아직은 승패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 지금은 팀의 체계를 갖춰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라며 자신이 원하는 팀을 만들어가는 데 집중했다. 선발진으로의 중심이동. 그 팀 컬러 변화과정 초기는 일단 굉장히 순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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