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낳은 당대 최고의 투타 스타 박찬호(한화)와 이승엽(삼성)이 꿈의 맞대결을 펼친다. 그것도 5월5일 어린이날이다.
5일 대구구장에서 열리는 '2012 팔도 프로야구' 삼성과 한화의 시즌 4차전이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선발등판하는 박찬호와 이승엽의 첫 투타 맞대결이 성사됐기 때문이다. 한화는 로테이션 순서에 따라 5일 선발투수로 박찬호를 예고하면서 이승엽과의 국내 복귀 첫 맞대결이 성사됐다. 최고의 빅매치라 할 만하다.
박찬호와 이승엽은 전성기가 지난 나이에도 여전히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수년간 쌓아온 클래스와 노련미를 바탕으로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절대 축으로 자리 잡았다.

박찬호는 올해 4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 2.91을 기록하고 있다. 21⅔이닝을 던지며 안타 17개를 맞았다. 피안타율 2할1푼5리는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중 공동 7위에 해당하는 호성적. 최고 148~149km 직구에 컷 패스트볼, 투심 패스트볼 같은 변종 직구로 수많은 땅볼을 유도하고 있다. 땅볼·뜬공 비율이 2.46으로 규정이닝 투수 중 전체 2위. 공격적인 피칭도 박찬호의 강점이다.
이승엽도 만만치 않다. 19경기에서 72타수 26안타 타율 3할6푼1리 5홈런 15타점 3도루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타율 2위, 홈런 공동 3위, 타점 공동 5위는 모두 팀 내 1위의 기록. 스스로 "파워는 예전만 못하다"지만 공을 정확하게 맞히는 능력과 선구안은 더 좋아졌다. 볼넷 12개를 얻어내는 동안 삼진은 5개밖에 당하지 않다. 위압감은 예전만 못해도 투수에게는 더 까다로운 타자가 됐다.
박찬호와 이승엽의 승부. 과연 누가 유리할까. 시즌 개막 전 미디어데이에서 이승엽은 "찬호형의 '윽' 하는 기합 소리에 주눅이 들어 안타를 못 쳤다"고 말했다. 박찬호와 이승엽은 지난해 2월 자체 평가전에서 3차례 실전 맞대결을 벌였는데 3타석 모두 뜬공으로 박찬호가 이겼다. 박찬호는 한국에서도 특유의 기합소리가 여전하다. 그만큼 공 하나 하나에 혼신의 힘을 불어넣고 있다.
미디어데이에서 박찬호는 이승엽과 승부에 대해 "내가 유리하다. 아니다 싶으면 (볼넷으로) 내보내면 된다. 키는 내가 쥐고 있다"며 승부의 결정권은 투수 자신에게 있음을 강조했다. 이어 "승엽이는 워낙 훌륭한 선수다. 맞아도 좋다"면서도 "맞지 않으면 기분이 더 좋을 것이다. 대표팀에서부터 많이 봐왔기 때문에 충분하게 공부가 되어있다"고 자신했다.
이승엽도 "찬호 선배가 유리하다. 맞추면 된다"는 농담을 던지면서 "나를 볼넷으로 보내면 뒤에 최형우가 있다. 10번 나가서 3번은 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받아쳤다. 하지만 시즌 개막 후 4번타자 최형우의 타격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점에서 박찬호는 이승엽과의 승부를 어렵게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박찬호의 말대로 승부의 키는 그 자신이 쥐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여기에 이승엽은 왼쪽 어깨 통증을 안고 있다. 지난 3일 대구 두산전에서 시즌 처음 결장했고, 복귀전이었던 4일 대구 한화전에서는 안타
한편 박찬호에 맞설 삼성의 선발은 좌완 장원삼이다. 올해 제2선발로 시즌을 시작한 장원삼은 그러나 4경기에서 1승2패1홀드 평균자책점 9.90을 기록하는데 그치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선발로 명예회복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없이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최근 2경기 8타수 무안타. 반면 메이저리그 시절 좌타자에 약점을 보였던 박찬호는 올해 우타자(0.244)보다 좌타자(0.184) 피안타율이 더 낮다. 박찬호의 주무기 컷 패스트볼과 투심패스트볼에 대한 이승엽의 대응이 관건이다. 이승엽은 지난달 19일 잠실 두산전에서 더스틴 니퍼트의 140km 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우월 홈런을 터뜨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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