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투형 투수' 거듭난 양훈, 이닝이터 비결은 '커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5.07 19: 29

"완투형 투수입니다".
한화 정민철 투수코치는 대견스럽다는 표정으로 그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지난 4일 대구 삼성전에서 8이닝 3피안타 2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막고 5경기 만에 시즌 첫 승을 신고한 장신 우완 투수 양훈(26)이었다. 양훈은 류현진을 빼면 올해 한화 선발 중 가장 많은 8이닝 117개 공을 던지며 이닝이터의 면모를 유감 없이 보여줬다.
정민철 코치는 "완투형 투수"라고 양훈을 소개했다. 지난해 양훈은 7이닝 이상 2자책점 이하 경기가 7차례로 토종 투수 중 4번째로 많은 투수였다. 지난해 5월28일 잠실 두산전에서 데뷔 첫 9이닝 완봉승을 거뒀고, 7월5일 대전 LG전에서는 10이닝을 던졌다. 마운드에서 오랫동안 버틸 수 있는 투수로 거듭난 것이다.

올해 첫 4경기에서는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이날 삼성전에서는 이닝이터의 모습을 찾았다. 8회까지 117개 공을 뿌리며 마운드를 지켰다. 전날(3일) 잠실 LG전에서 송신영·박정진·바티스타의 필승조를 모두 소모한 한화로서는 긴 이닝을 던질 수 있는 투수가 절실했는데 양훈이 때마침 그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한대화 감독도 "양훈이 8회까지 잘 던져줘 불펜을 아낄 수 있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양훈은 8회에도 전광판 기준으로 145km 빠른 공을 던질 정도로 볼끝에 힘이 실려있었다. 그는 "지난 경기부터 내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제 내가 생각하고 원하는 공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좋지 않았는데 믿고 기회를 주신 감독·코치님들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그는 스프링캠프 때 가벼운 염증으로 훈련량이 적었고, 페이스를 끌어올리는데 시간이 걸렸다. 그때까지 코칭스태프가 믿고 기다려준 게 크다.
이날 117개 공을 던진 양훈이지만 체력적으로 지친 기색은 없었다. 그는 "체력적으로 자신 있다. 크게 지치지 않았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직구(58개)·커브(25개)·슬라이더(14개)·체인지업(13개)·투심(7개) 등 속구와 변화구의 비율이 5대5 수준이었다. 변화구를 통한 완급조절로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빼았고, 체력도 비축할 수 있었다. 특히 '커브'의 힘이 가장 컸다.
양훈은 "원래는 커브를 던지지 않았다. 작년부터 커브를 던지기 시작했다. 커브를 적절하게 던지며 타이밍도 빼앗고, 체력도 안배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민철 코치도 "선발투수에게 커브는 정말 유용하다. 크게 힘들이지 않고 완급조절과 체력안배를 할 수 있다"며 "훈이의 커브는 이제 인정할 만하다"는 말로 치켜세웠다.
양훈은 2010년에만 하더라도 커브 비율이 5.2%에 불과한 투수였다. 하지만 지난해 커브 비율 9.4%로 늘어났고, 이날 경기에서는 21.4%까지 끌어올렸다. 그와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포수 최승환은 "초반에는 직구와 슬라이더 위주로 던졌지만, 중반부터는 커브 비율을 높였다. 제구가 잘 돼 경기를 풀어가는데 좋았다"고 말했다. 이날 양훈의 커브는 117~121km에 형성됐고 25개 중 17개가 스트라이크였다. 8회까지 던지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던 이유다. 
한화는 불펜의 양적 자원이 부족하다. 필승조도 확실하게 믿음을 주지 못하는 상황. 하지만 이날 8이닝 117구 1실점으로 호투한 '이닝이터' 양훈의 존재가 한화에게 한줄기 희망의 빛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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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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