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후보 삼성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페넌트레이스-한국시리즈-아시아시리즈 우승의 근간이자 가장 믿는 도끼였던 불펜에 발등을 찍힌 것이다.
삼성은 지난 4일 대구 한화전에서 5회까지 1-0으로 리드한 경기를 1-7로 역전패했다. 선발 브라이언 고든이 내려간 직후 동점을 허용했고, 결국에는 역전패를 막지 못했다. 올 시즌 6번째 역전패. 리그에서 가장 많은 역전패를 당하고 있는 팀이 놀랍게도 삼성이다. 시즌 전 전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 현실이 되고 있다.
선동렬 감독 시절부터 삼성은 강력한 불펜을 바탕으로 역전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경기가 뒤로갈수록 점점 강해지는 야구를 펼쳤다. 지난해 불펜 평균자책점(2.44)이 가장 낮았던 삼성은 5회까지 리드한 경기에서 57승7패1무로 8개 구단 중 가장 높은 승률 8할9푼1리를 기록했다. 물론 역전패도 20패로 가장 적은 팀이었다.

블론세이브도 9개로 8개 구단 중 유일하게 한 자릿수였고, 승계주자 실점율도 23.8%로 최소였다. '끝판대장' 오승환을 중심으로 안지만·정현욱·권혁·권오준이 최강 불펜을 형성했다. 3점차 이내 승부에서 48승28패로 최고 승률(0.632)을 기록했다. 뒤로갈수록 접전일수록 점점 더 강해지는 팀이 바로 '최강 불펜' 삼성이었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에 삼성의 불펜은 몰라보게 허약해졌다. 불펜 평균자책점은 3.54로 전체 3위. 하지만 20경기에서 벌써 블론세이브를 3개나 범했다. KIA(4개) 다음으로 많은 블론세이브. 승계주자 실점율도 44.4%로 두산(49.1%)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불펜의 힘도 떨어졌고, 투수 교체 타이밍이 좋지 못했다는 뜻이다.
자연스럽게 뒷심이 약해졌다. 역전패가 5패로 가장 많은 팀이 되어버렸고, 3점차 이내 접전에서도 2승8패로 승률이 겨우 2할밖에 되지 않는다. 정현욱(6.00)과 권오준(5.00)은 평균자책점이 높고, 안지만(62.5%)과 권혁(50.0%)은 승계주자 실점율이 높다. 마무리 오승환은 지난달 26일 대구 롯데전 끝으로 8일·6경기 개점휴업 중이다.
설상가상으로 불펜의 유일한 좌완이었던 권혁이 허리 통증으로 1군에서 말소된 상황. 좌타자를 상대할 타이밍에 기용할 좌완 투수가 현재 삼성 불펜에 없다. 강속구를 던지는 2년차 사이드암 심창민이 기대주로 떠올랐지만 데뷔 후 처음 지키는 경기에서 등판된지난 4일 대구 한화전에서 제구난을 보여 패전투수가 되어야 했다.
벌써 20경기를 치렀지만 8승12패로 여전히 5할 승률을 밑돌고 있는 삼성. 여러가지 문제가 많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팀을 지탱해 온 불펜의 난조는 심각한 문제다. 삼성의 뿌리와 근간이 되는 불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삼성의 앞날은 생각보다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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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