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PD 복귀 논란 예능국 반응?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2.05.05 10: 17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의 최재형 PD가 지난 4일, 연출에 복귀했다. 지난 3월말 KBS 새노조 파업 동참을 선언한지 약 1달여 만이다. 그 사이 지난 6주간 방송은 사실상 파행됐다. 강원도 정선 편과 전남 강진 편이 통상 2탄 방송의 룰을 깨고 각각 1탄씩을 늘린 3주에 걸쳐 전파를 탔다. 이후 지난 4월 29일에 이어 오는 6일에도 결방이 확정됐다. 지난 해 방송된 '제3회 시청자 투어'가 땜빵 편성된 상황이다.
최 PD는 연출 복귀를 하루 앞둔 지난 3일 OSEN과 만나 잠정적인 복귀 의사를 밝혔다. 방송 파행이 장기화되면서 프로그램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기 괴롭고 시청자와 멤버들, 제작 스태프에 대한 인간적인 미안함, 도의적인 책임감 등을 복귀 사유로 꼽았다. 그럼에도 여전한 파업 동참 의지를 피력했고 추후 판도에 따라 다시 제작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했다. 사람들은 '파업에 동참하면서 제작에는 복귀하는 건 모순'이라는 지적을 내놨다. 또 그는 14주째 결방 사태를 맞은 MBC '무한도전' 측 과 빗대 상황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왜 자신이 어려움을 무릅쓰고 굳이 제작에 복귀할 수밖에 없는지도 호소했다. 입장을, 명분을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던 그의 이 발언은 일부 언론과 대중 사이 특히 문제가 됐다. '1박2일'이 뭐가 그리도 남달라 14주씩 손 놓은 '무한도전'과는 다르게 파업 중에도 제작에 복귀하며 명분을 내놓느냐는 눈총이다.
물론 어불성설이다. 특히 KBS 직원도, 노조 조합원도 아닌 이들의 입장으로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때 파업 의지는 그대로 가져가되 촬영은 재개하겠다는 그의 논리를 부당하게 여기는 여론은 지극히 당연해 보인다. '내 자식 같은 프로그램 망가지는 게 두렵고, 시즌2 초기, 이른바 인큐베이팅 시점에 프로그램 시청률이 떨어지고 경쟁 판도에서의 입지가 흔들리고 여론이 악화되는 상황이 괴롭다'는 식의 호소는 이성적인 설득보다는 감정적인 대응으로 수용되기 십상이다.

이를 두고 한 방송사 예능국 중견 PD는 4일 오후 OSEN에 "파업 정국에 직접 놓인 당사자가 아니라면 최 PD와 같은 선택을 100% 수긍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지상파에서 굵직한 예능 프로그램들을 연출하며 과거 언론 파업의 선봉장으로도 나선 경험이 있는 이 베테랑 PD는 "이번 파업은 유례없는 장기전인데다 상황도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MBC KBS YTN 연합뉴스 등이 대거 장기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 최 PD가 파업 동참 중에도 연출에 복귀하게 된 데는 외부에서는 인지할 수 없는 사유가 많을 것이다. 더불어 모르긴 해도 조합원들이나 간부급들과의 일정한 동의나 협의 과정 없이 독단으로 결심한 일은 아닐 것이다. 적어도 KBS 예능국 조합원들이라면 파업 대의와 별도로 최 PD의 연출 복귀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최 PD는 과거 KBS 노조 예능국 중앙위원으로 활약했을 만큼 파업에 대한 의지나 견해가 확고한 인물로 알고 있다"며 "대의를 저버리고 이익을 챙기는 식의 인물로 규정되지는 않았으면 한다. 그 사람이 나영석 PD 후임으로 '1박2일'을 연출하게 된 과정상의 어려움이나 연출 초기부터 파업 정국을 만나 얼마나 큰 개인적 고뇌가 뒤따랐을 지를, 같은 PD들 입장에서는 대다수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파업에 동참 중인 또 다른 KBS 예능국 한 관계자는 "같은 PD로서 그의 곤란한 상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며 "대개 파업은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1차적으로 편집에서 손을 놓고, 다음에는 촬영마저 물러났다. 인큐베이팅 중인 '1박2일'의 연출자 입장에서는 모든 게 부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편집 하나에도 프로그램의 완성도나 톤(tone) 자체가 확연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콘셉트를 완벽히 인식하고 출연자, 스태프와의 소통이 가능한 PD가 빠진 상황이 프로그램 자체로서 아주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무한도전'은 분명히 '1박2일'의 상황과 상당히 다르다"며 "MBC의 경우, 전통적으로 파업 관련, 강성으로 평가받는 조직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KBS가 이에 비해 집단, 조직적인 파워 측면에서 방송 파행에 대한 심리적 압박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편 '1박2일'은 6일, '제3회 시청자투어' 스페셜 2탄을 내보내며 4일과 5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 녹화분은 오는 13일 방송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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