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 우리는 절대 강등되지 않는다".
대전 시티즌이 지난 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11라운드 수원 삼성과 홈 경기서 멀티골을 폭발시킨 케빈의 활약에 힘입어 2-1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대전은 2승9패(승점 6)을 기록, 홈 첫 승리와 시즌 2승째를 챙겼다.
연패에 허덕이던 대전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후 그라운드에서 북받치는 감정에 서로를 얼싸안았다. 눈물을 보이는 선수도 있었다. 1승9패라는 초라한 성적표에 그동안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이날 승리가 사무치게 기뻤을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승리의 기쁨 한 번 맛보기가 이렇게 어려운 줄 새삼 깨달았다는 유상철 감독이다. 유 감독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흰 머리가 부쩍 늘고 살까지 빠졌다.
이날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유 감독은 살이 빠졌다는 말에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우리를 둘러싸고 어수선한 데다 말이 많다. 하지만 팀 안에서 만큼은 불안감 없이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며 팀이 괜찮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었다. 유 감독은 이내 "하지만 부정적인 기사를 보면 침체되고 기운이 빠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감독 경질설 같은 이야기들이 지금 이 시기에 나오는 것 자체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섭섭함을 드러냈다.
유 감독의 섭섭함에는 이유가 있었다. "적어도 1년 후에 이런 결과라면 분명히 감독 책임이다. 하지만 이제 리그 일정의 절반도 소화하지 못했다"고 답답함을 토로한 유 감독은 "당장 감독을 바꾼다 치자. 다른 감독이 와서 잘 못하면 또 바꿔야 하나. 그렇게 생각하면 누가 오려고 하겠나"고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유 감독은 정식 감독으로 부임한 후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팬의 기대를 모았기에 돌아오는 쓴소리도 감수해야 했다.
사실 유 감독을 포함한 대전 선수 모두는 부진한 성적에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용병 케빈조차 "9번 지고 1번 이긴 팀을 계속 응원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응원을 계속해주는 팬에 대해 놀라움과 감사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래서 이날 승리는 대전에 더욱 뜻깊을 수밖에 없었다. 유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우리 팀은 개막전을 제외하고 점점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점점 손발이 맞아가고 있고 조직력이 올라오고 있어 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팀 전체나 선수들 간의 분위기도 좋다는 것.
유 감독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 우리는 절대 강등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하위 스플릿에 남을지언정 절대 강등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유 감독의 자신감은 수원전 승리로 '허세'가 아닌 '가능성'이 됐다.
이제 겨우 2승째를 거둔 대전이 갈 길은 멀다. 하지만 대전이 이날 경기서 보여준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 강등권 탈출 목표도 결코 허황된 것만은 아니다. 안팎으로 시끄러웠던 시즌 초반에 비해 조금씩 안정되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대전의 앞길이 궁금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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