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좀 편안해졌어요."
넥센 마무리 손승락(30)이 최악을 경험한 뒤 한결 여유를 찾았다.
어린이날인 5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원정경기에 앞서 만난 손승락은 "이제 오히려 편안해지고 부담도 어느 정도 사라졌다"고 다짐하듯 웃어 보였다.

손승락은 지난 3일 목동 롯데전에서 2사 2루서 이정훈으로부터 마운드를 넘겨 받았다. 아웃카운트 1개만 잡으면 위기를 넘기는 상황. 그러나 박종윤에게 좌전안타를 맞아 1,3루에 몰렸고 바로 강민호에게 중전적시타를 얻어맞았다.
다음 타자 손아섭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손승락이다. 하지만 이미 2-1의 리드 상황은 2-2 동점으로 바뀌었다. 블론 세이브가 기록된 순간이었다. 벌써 시즌 3번째. 단연 불명예 1위다.
손승락은 "힘이 많이 들어갔고 볼까지 가운데로 몰렸다. 이유를 알고 있는 만큼 빨리 수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지만 곧 "이제 오히려 '블론 세이브를 해버리자'는 각오로 마운드에 오를 것이다. 그래야 마음이 편해질 것 같다"고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시즌 전 "내가 할 일은 다른 것이 없다. 그저 팀이 승리하는데 보탬을 주고 싶을 뿐이다"면서 "매 경기 마운드에 오르는 시기, 몸 상태가 중요할 수도 있지만 팀에 대한 나 자신의 충정은 변하지 않는다. 어떤 순간에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드러낸 바 있다.
특히 손승락의 마인드는 마무리답게 위기를 즐기려 한다. "벌써 5세이브"라는 손승락은 "내가 '벌써'라는 말을 한 것은 예년에 5세이브까지 갔던 경기수와 비교해보면 확실히 빠른 페이스 같다"면서 "이는 곧 팀이 그만큼 잘하고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팀 분위기가 그래서 좋다. 개인적인 욕심은 없다. 그저 팀이 이길 수 있는데만 힘을 집중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승락이 웃을 수 있는 이유는 '나보다는 팀'을 우선시 한다는 점이다. 또 거꾸로 팀이 이기는데 집중하다보면 자신 역시 밝게 바뀔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최악에서도 긍정적 여유를 찾으려 하는 손승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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