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다른 팀이 우리를 무서워하잖아".
처음에는 미풍으로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돌풍이었다. 뚜껑을 열기 전 중위권으로 예상됐던 롯데 자이언츠는 개막 후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13승 1무 7패, 승률 6할5푼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함께 중위권으로 평가받았던 두산 베어스와 마치 백마고지 쟁탈전처럼 선두자리를 하루씩 주고받으며 상위권을 굳힐 태세다.
롯데가 예상을 깨고 상위권을 순항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는 리그 최상위권의 타선과 불펜진의 기대 밖의 활약, 그리고 외국인투수 쉐인 유먼의 호투를 꼽을 수 있다. 롯데가 잘 나가는 이유가 이와 같다면 과연 감독이 느끼는 롯데가 강팀인 이유는 무엇이 있을까.

5일 문학 SK전이 벌어지기 전 만난 롯데 양승호(52) 감독은 "일단 다른 팀이 타선 때문에 롯데를 무서워한다"는 점을 꼽았다. "상대로 하여금 '만만하다'라는 생각을 갖게 하면 그때부터 지고 들어가는 것이다. 한 번 꼬투리가 잡히면 끝까지 말리는 게 야구"라는 것이 양 감독의 생각이다.
실제로 롯데를 상대하는 모든 팀 감독들은 롯데의 타선 때문에 부담감을 느낀다. 롯데는 5일 현재까지 팀 타율 3할2리로 굳게 1위를 지키고 있다. 팀 홈런은 10개로 8개 구단 가운데 5위에 머물러 있지만 대신 끊임없이 터지는 안타가 무섭다. 덕분에 득점(105점), 출루율(.359), 장타율(.402) 모두 1위다. 선발 투수들이 롯데전 등판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한 이제는 '이대호의 공백'이라는 말이 필요 없을 정도다. 롯데 선수들은 이제 '이대호 공백'이라는 말 자체에 거부감을 보인다. 롯데 타선은 한 선수가 빠졌다고 흔들리는 게 아니라 원래 강했다는 것이 선수들의 속내다. 이대호가 빠지며 홈런이 줄어들긴 했지만 그래도 득점력은 여전하다. 선수들에게 이젠 자신감이 붙은 것이다.
여기에 롯데는 팀 성적에 기복이 적다. 양 감독은 "시즌 개막 후 아직 루징 시리즈(한 팀과의 3연전 시리즈에서 열세를 보이는 것)가 없다"고 말했다. 롯데는 비로 인해 2경기만 가졌던 대구 삼성전은 1승1패를 거뒀고 두산과의 사직 3연전은 1승1무1패로 호각세를 이뤘을 뿐 나머지는 모두 위닝시리즈를 챙겼다.
올 시즌 롯데는 3연패를 당한 경험이 없다. 그만큼 전력이 안정돼있다. 시즌 초 송승준과 라이언 사도스키의 페이스가 늦지만 다른 투수들이 그 구멍을 훌륭히 메워주고 있다. 유먼의 활약과 더불어 5선발인 이용훈도 기대 이상의 모습이다. 마치 지난해 롯데가 단 한번의 4연패가 없었던 것과 비슷하다.
마지막으로 선수들의 상승·하락곡선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양 감독은 "타자들이 항상 잘 칠 수는 없다. 오늘 10안타를 쳤으면 내일은 안타 5개만 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항상 해야한다"면서 "그래도 우리 팀이 잘 돌아가는 건 잘 치던 선수가 좀 가라앉으면 그 순간 다른 선수가 치고 올라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시즌 초반 타선을 이끌던 건 조성환과 박종윤이었다. 이들은 한때 4할 타율을 넘나들며 맹타를 휘두르다 잠시 주춤하니 그 새를 놓치지 않고 홍성흔, 전준우 등이 중심타선에서 제 역할을 다 해줬다. 또한 최근에는 박종윤의 타격 페이스가 잠시 내려가는 듯 싶더니 황재균과 손아섭이 치고 올라오고 있다. 타자들의 타격 컨디션이 환상의 하모니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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