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감독이 화끈한 공격 축구를 펼치고 싶지 않을까? 이는 최근 수비 축구로 논란이 된 안익수 부산 아이파크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11일 부산은 서울과 홈경기서 0-0으로 비겼다. 당시 부산은 무실점으로 지키는 데 중점을 두었다. 홈경기였지만 부산에는 승점 1점이 중요했기 때문.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켜봤을 때 패배보다는 승점 1점은 매우 중요했다. 부산은 이어진 전북 원정에서도 비슷한 경기 운영으로 0-0으로 비겼다.
이에 나온 것이 부산의 수비 지향적인 전술에 대한 비판이었다. 공격 횟수가 적다보니 골이 나오기가 쉽지 않았다. 부산을 공격하는 팀도 마찬가지였다. 0-0이라는 결과는 어떻게 보면 축구에서 가장 재미가 없는 결과였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부산을 상대하는 팀의 입장. 객관적인 전력의 차에서 엄청난 열세인 부산으로서는 서울과 전북을 상대로 승점 1점씩을 따낸 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도 남은 것이었다.
부산은 최근 7경기 동안 단 1실점을 허용했다. 물론 득점력도 떨어졌다. 단 6득점. 경기당 1골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부산이 받아든 결과물은 엄청났다. 5승 2무로 7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는 것. 순위는 어느새 리그 5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디펜딩 챔피언 전북보다도 높은 순위였다. 서울과 전북을 상대로 거둔 승점 1점의 위력이었다.
논란도 많았던 부산의 수비 축구이지만 확실한 성과를 얻었다. 이제는 비판의 목소리도 없어졌다. 축구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결과가 더 중요하기 때문. 부산은 그 결과물을 내고 있어 인정을 받게 됐다.
하지만 지금의 부산 축구가 안익수 감독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다. 안익수 감독은 수비 축구라 불리는 3-4-3 포메이션이 아닌 공격 축구의 대명사인 4-4-2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운영하는 것을 항상 마음에 두고 있다.
최근 부산은 3-4-3 시스템에서 탈피, 4-1-4-1 시스템을 섞어 쓰고 있다. 서울·전북 등과 같이 부산보다 앞서는 전력의 팀이 아니라면 수비적으로 나설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 부산은 4-1-4-1로 스타트를 끊은 상주전과 경남전에서 각각 2-1, 1-0으로 승리를 거뒀다. 두 경기 모두 부산이 경기를 주도, 공격적인 운영을 펼친 경기였다.
하지만 안익수 감독이 바라는 최종 목표가 4-1-4-1은 아니었다. 안 감독은 그 이상의 것을 바라고 있었다.
그는 "궁극적인 목표는 정통 4-4-2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운영하는 거다"며 "재밌는 축구를 바라는 건 마찬가지다. 4-4-2로 나선다면 보다 공격적인 축구를 펼칠 수 있다. 마음은 당연히 그러고 싶다. 특히 파그너와 윤동민 같은 선수들은 4-4-2에서 능력이 배가 될 선수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바람대로 될 수는 없는 법. 현재 부산은 4-4-2를 돌릴 만큼 중앙 수비수의 여유가 없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여효진과 이요한, 황재훈 등 주축으로 뛸 선수들이 죄다 시즌 아웃에 가까운 부상을 당했기 때문. 어쩔 수 없이 안익수 감독은 포백 포메이션을 포기했다. 최근에서야 가끔 포백을 가동하고 있지만 지속적인 모습은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여름 이적 시장에서 중앙 수비수를 영입할 수도 없다. 안익수 감독 특유의 수비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 선수를 바로 영입한다고 즉시 전력으로 쓸 수 있을 지 미지수라는 것.
게다가 다음 시즌부터는 부상 중인 3명의 수비수가 돌아온다. 당장 한 시즌만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안익수 감독은 자신의 욕심을 철저하게 숨기고 현실에 가장 맞는 전술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욕심을 숨긴 만큼 성공이라는 결과물이 한걸음씩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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