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야 물병 투척', 함께 투척한 팬의 예의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5.06 16: 32

선수가 다치길 바라고 던진 것일까. 그렇다면 야구장에서 팬으로서 야구를 향유할 권리도 함께 버린 것이다.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6일 어린이날 3연전 마지막 잠실 경기서 씁쓸한 모습이 연출되고 말았다.
3회초 0-0으로 맞선 1사 1,2루 두산 임재철이 친 2루타성 타구를 LG 좌익수 박용택이 끝까지 달려 잡아내는 호수비 장면이 나왔다. 타자도 최선을 다했고 수비수가 굉장히 좋은 플레이를 펼친 명장면이었다.
그러나 이후 어느 곳에서 물을 얼린 병이 외야로 날아들었다. 선수가 맞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만약 맞았더라면 큰 부상이 일어날 법 했던 순간이다. 이번 일 말고도 이따금씩 팬들이 그라운드로 물병 등을 투척하는 경우도 많았다. SK 주포 박정권이 우익수로 출장했을 때 경기 종료와 함께 타구를 잡으면서 반대쪽에서 유리병이 날아와 보는 사람들의 간담을 섬뜩하게 하는 장면도 기억났다.

LG와 두산의 어린이날 3연전은 날이 날이니 만큼 가족 팬들의 방문이 많은 경기들이다. 그런데 어린이들도 보는 앞에서 선수가 뛰는 그라운드를 향해 물이 얼어있는 병을 던진 것.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선수가 다치길 바라고 던진 물병인가. 어느 팀 팬이 던졌는지를 가려 그 팀의 팬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전체화의 오류는 없어야 하지만 분명 잘못된 행위임에 분명하다.
프로야구도 엄연히 산업이다. 선수들은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주기 위해 팬들 앞에 경기력을 제공하고 팬들은 이를 향유하는 '손님'이다. '소비'의 의미가 강한 컨슈머(Consumer)보다는 무형적인 점에서도 고객의 충족도가 큰 커스터머(Customer)의 성격이 강하다.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손님으로서 예의를 지키고 그에 따르는 권리를 향유하는 만큼 프로야구 팬들은 커스터머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러나 팬으로서 기본적인 의무를 지키지 못한다면 이는 그저 자기 분노의 소모 현상 밖에 되지 않는다. 스스로 컨슈머보다도 더 못한 존재를 자처한 일이다. '손님은 왕이다'라는 말. 그러나 손님도 인간으로서 기본 예의를 지켜야 대접받을 수 있다. 그라운드에 떨어진 물병과 함께 이를 던진 팬의 권리도 땅에 함께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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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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