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얼마 안 남았다. 아직 제대 날짜를 계산하지 않고 있지만 열심히 야구하다 보면 시간이 지나가겠지".
해맑은 목소리는 변함없었다. 그리고 야구를 향한 열정은 더욱 뜨거웠다. 경찰청 야구단 외야수 민병헌(25, 전 두산)의 이야기다. 지난해 2군 북부리그 타격 1위(.373)에 오르는 등 고감도 타격을 과시했던 민병헌은 시즌 초반 어깨 부상 탓에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지만 조금씩 제자리를 되찾아가고 있다.
2006년 프로 데뷔 후 1군 무대에 머무르면서 단점을 보완하는 등 개인 훈련 시간이 부족했던 그에게 지금 이 순간은 어느 때보다 소중하다. "5년간 잠깐이었지만 주전 선수로 나선 적도 있었고 백업으로 뛰기도 했었는데 1군에서 경기만 하다 보니 잘못된 부분을 고칠 시간이 거의 없었다. 그런 면에서 이곳에 정말 잘 왔다고 생각한다".

유승안 감독을 비롯해 전대영 수석 코치, 김수길 수비 코치, 동봉철 타격 코치 등 경찰청 코칭스태프에 감사의 인사를 전한 민병헌은 "아직 다 된 건 아니지만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 물론 1군 무대에 가봐야 알겠지만 입대 전부터 타격에 대한 자신감이 커졌다"고 했다.
이어 그는 "투 스트라이크 이후 등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변화구 대처 능력이 떨어졌는데 이러한 부분을 최대한 극복하려고 노력했다. 스윙할때 손목에 힘을 싣는 요령도 조금씩 깨닫게 됐다"고 흡족한 반응을 보였다.
두산 외야진은 탄탄하다. 대표팀 출신 김현수, 이종욱 뿐만 아니라 '맏형' 임재철과 '젊은피' 정수빈까지 빈 틈이 없다. "5년간 백업이었는데 차근 차근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민병헌은 "진짜 열심히 연습했다. 생각도 많이 했다"고 반달곰 군단으로의 복귀를 학수고대했다.
경찰청 야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민병헌은 쉴새없이 방망이를 휘둘렀단다. 주변 사람들이 말릴 정도였으니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다. "5년간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좋은 감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그럴 수 밖에 없다. 연습 안 하면 까먹을 것만 같은 불안감이 밀려온다. 원래 방망이 잘 치는 사람들은 자기만의 무언가가 있잖아. 나 역시 그렇다".
경찰청에서 병역 의무를 마친 뒤 두산에 복귀한 최재훈(포수)과 허경민(내야수)은 기존 세력을 위협할 만큼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민병헌에게는 큰 힘이 아닐 수 없다. "경민이와 재훈이를 보면서 나도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든다. 아직 한 건 아니지만 정말 한 번 해보고 싶다".
올 시즌이 끝난 뒤 두산에 복귀하는 그는 예비역 돌풍의 주역을 꿈꾸며 오늘도 방망이를 힘차게 휘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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