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에 일희일비 않는다", 김진욱 감독의 소신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5.07 06: 37

"아직 우리는 팀 컬러를 갖춰가는 과정이다. 시즌 초반 선두 자리에 올랐다거나 단순한 결과에 치중하지 않겠다".
이기고 싶지 않은 감독이 있을 리 없다. 그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나 무리수를 두거나 상대의 자충수에 편승한 기분 좋지 않은 승리는 달가워하지 않는다. 지더라도 선수들이 가능성을 비추고 팀이 진짜 구색을 갖춰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나온 경기력을 더 중시했다. 조급해하지 않는 김진욱 두산 베어스 감독의 다음 행보가 더욱 궁금한 이유다.
두산은 지난 6일 잠실 LG전서 7회 3실점으로 인해 3-5 역전패를 당했다. 이틀 연속 3-5 역전패와 함께 두산은 시즌 개막 한 달 만에 2연패를 당하며 유일하게 연패가 없던 팀이라는 수식어를 잃었다. 두산의 올 시즌 전적은 12승 1무 8패(7일 현재)로 현재 2위다.

2연패 과정에서 수비 실수도 겹쳤다. 그러나 시즌 초반을 봤을 때 아직 두산 계투진의 구색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2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은 분명 높이 살 만 하다. 일단 선발진이 비교적 안정된 상태로 운용되고 있으며 타선 변화가 많은 편이었음에도 깜짝 카드들이 쏠쏠한 활약을 펼쳐주며 승리를 따내는 경우도 꽤 있었다.
현 시점에서 계투진만 제대로 충원된다면 충분히 선두 재입성도 가능한 두산. 그러나 김 감독은 "계투 카드들이 자리를 잡아가는 시기다. 당장 승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눈앞의 승리보다 계투 요원들의 분발을 더욱 기대했다. 지난 4일 2군으로 내려간 사이드암 고창성에 대해서도 김 감독은 질책보다 아쉬움을 더 먼저 이야기했다.
"본인도 노력했고 이렇게 저렇게 해보려고 애를 썼으나 잘 안 되어서 고민이 많았던 선수다. 결국 난조에 그대로 빠져있었던 케이스인데 심적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던 것을 다 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어야 했다. 2일 대구 삼성전서 결과가 안 좋기는 했어도 김상수 타석에서 정말 좋은 팔스윙을 보여주기도 한 고창성이다. 그런데 볼이 나오니 결국 자신이 더욱 긴장하다가 물러났다".
남아있는 계투 요원들의 실상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베테랑 좌완 이혜천이 5홀드(3위), 우완 노경은이 2승 3홀드를 기록 중이지만 승계 주자 실점이 많은 편이고 이닝 당 주자 출루 허용률(WHIP)도 높다. 이혜천은 1.39, 노경은은 1.97을 기록 중이며 또다른 계투 요원 서동환의 WHIP도 1.74에 좌완 정대현도 1.85에 달한다. 평균자책점이면 좋으련만 1이닝 당 출루시키는 타자의 평균 수다. 그나마 마무리 스캇 프록터가 점차 안정세를 찾아가며 8세이브(1위)로 뒷문을 지키고 있다는 점이 위안거리다.
다른 지도자들이었다면 어깨 재활을 마치고 퓨처스리그 실전 투입 중인 주축 계투 정재훈을 일찍 끌어올렸을 법도 하다. 그러나 김 감독은 "정재훈은 2군에서 송재박 감독이 '이제는 문제 없다'라는 내부 평가를 내렸을 때 올릴 것이다"라며 신중하게 생각했다. 현재 1군에 있는 선수들을 더욱 활용하는 데 집중할 뿐 당장 쓰겠다고 재활 막바지 선수를 조급하게 올리지 않겠다는 지론이다.
"불펜진이 난조를 보인다고 스스로 조급해 하지 않으려 한다. 지금은 당장 승리가 아니라 우리 계투 카드들이 자리를 잡아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당장의 1승보다 계투진 구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무리 프록터가 부쩍 좋아지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 다행이다". 자칫 계투진의 무사안일주의로도 이어질 수 있는 방안이지만 아직 감독은 계투 요원들을 믿고 있다.
 
사실 두산은 시즌 전 우승 후보로 꼽히지 않았던 팀이다. 여기서 더 떨어지더라도 '본전치기'나 마찬가지다. 더 중요한 것은 당장의 성적보다 팀의 새로운 기틀을 다지는 일이라는 감독의 이야기. 승리 지상 주의가 우선시 되는 국내 프로야구계에서 눈앞의 승리보다 내일을 더욱 중시한 김 감독의 선택은 어떤 성적표로 이어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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