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구, 이상학기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었다. 무너질 뻔한 한화 선발진을 양훈(26)·김혁민(25)·유창식(20)의 영건 트리오가 살려냈다.
최하위 한화에게 지난주는 자칫 완벽하게 추락할지 모르는 고비처였다. 마일영·유창식·김혁민 등 불펜에서 활약한 투수들이 시즌 처음 선발등판할 만큼 계산이 서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류현진과 박찬호가 나온 경기에서 졌다. 하지만 유창식과 김혁민이 첫 선발등판에서 승리투수가 되고, 양훈이 이닝이터의 본색을 찾으며 첫 승을 신고했다. 지난주 3승3패 5할 승률로 반전 계기를 마련했다.
한화는 개막 한 달도 되지 않아 선발진이 붕괴됐다. 외국인 투수 브라이언 배스가 2경기 1패 평균자책점 48.60이라는 참혹한 성적을 남긴 채 2군으로 내려가 퇴출 수순을 밟고 있고, 3년차 안승민도 5경기 4패 평균자책점 11.93으로 예상 밖 부진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양훈도 페이스를 끌어올리는데 시간이 걸렸다. 류현진과 박찬호만이 제 몫을 했다.

하지만 지난주를 통해 분위기 반전 계기를 마련했다. 먼저 양훈이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지난 4일 대구 삼성전에서 8이닝 3피안타 2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하며 시즌 첫 승을 올렸다. 볼끝에 힘이 붙고, 커브의 완성도가 높아지며 7이닝 이상을 너끈히 소화할 수 있는 투수로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지난해에도 7이닝 이상 2자책점 이하 경기가 7차례로 리그에서 4번째로 많았던 양훈이 지난해 모습을 찾는다면 불펜에도 힘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불펜에서 시즌을 시작한 유창식과 김혁민이 나란히 인상적인 피칭으로 선발진에 진입했다. 유창식은 4일 잠실 LG전에서 5⅔이닝 1피안타 4볼넷 7탈삼진 1실점, 김혁민은 6일 대구 삼성전에서 7이닝 6피안타 1볼넷 1사구 2탈삼진 3실점 승리투수가 됐다. 대체 선발 자원으로 마운드에 올랐지만, 기대이상 호투를 펼치며 흔들리던 선발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유창식-김혁민은 마일영과 더불어 캠프때부터 선발과 중간을 오가는 스윙맨으로 시즌을 준비했다. 시즌 초반부터 선발진이 삐걱였고, 대체 선발 자원으로 기회를 움켜잡았다. 유창식과 마일영은 좌타자가 많은 LG전, 김혁민은 삼성전에 이미 선발로 맞춰져 있었다. 한대화 감독은 "유창식과 김혁민의 볼이 좋다.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겠지만 웬만하면 선발로 기용하게 될 것"이라 예고했다.
유창식과 김혁민은 나란히 최고 148km 강속구를 던지는 파워피처들이다. 한화에서 류현진과 함께 가장 빠른 공을 뿌리는 투수들로 강력한 강속구 투수가 많지 않은 한화 선발진의 스타일을 다양화할 수 있는 카드가 될 수 있다. 다만 아직 컨트롤이 흔들리는 모습이 남아있는데 꾸준하게 지속성을 이어가야 하는 과제도 있다.
4월 17경기에서 5점대(5.23)를 넘었던 한화의 선발진 평균자책점은 5월 6경기에서 3점대(3.93)로 떨어졌다. 양훈·유창식·김혁민의 영건 트리오가 무너질 뻔한 한화 선발진을 살려낸 효과. 지난해 5월부터 한화가 치고 올라갈 수 있었던 원천도 바로 젊은 선발투수들의 힘이었다. 올해도 영건들의 활약으로 비슷한 과정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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