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고 싶은 도전자요? 없어요. 저는 저만의 개성이 있으니까요.”
지난 5일 오전 10시.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한국 오디션 프로그램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슈퍼스타K’(이하 슈스케)의 2차 지역 예선이 진행됐다. 3만 여명이 운집한 ‘슈스케4’의 오디션장. 총 27개의 오디션 부스에는 미래의 슈퍼스타를 꿈꾸는 이들의 뜨거운 열기로 달궈졌다. ‘슈스케4’에 출사표를 던진 이유를 묻자 참가자들은 “그냥 최고니까요”라며 들뜬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장재인, 김지수를 시작으로 ‘슈스케’ 참가자 사이에서 필수 아이템이 된 통기타와 지난 시즌 ‘슈스케’를 휩쓸었던 버스커버스커, 울랄라세션, 투개월의 영향이 ‘슈스케4’까지 이어졌다. 이번 ‘슈스케4’의 2차 지역 예선 현장에는 유독 그룹 단위의 참가자들과 기타를 들고 있는 이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노래 연습보다 기타 연습에 한창인 이들도 많았고 파트너와 댄스 호흡을 맞추는 도전자들도 있었다.

‘경쟁자가 알아봤다!’ 플루크밴드 이덕근(24, 기타), 이도형(23, 젬베), 이재상(22, 보컬)은 대기하는 모습도 남달랐다. 유일하게 젬베를 들고 벡스코를 찾은 이도형과 훈남 향기 폴폴 풍기는 이덕근, 이재상. 세 사람은 벽을 보고 목을 풀거나 삼삼오오 모여 마지막 점검에 나선 도전자들과 달리 담소를 나누며 차례를 기다렸다. 울산대학교 통기타 동아리에서 처음 만난 세 사람은 사학과(이덕근), 토목학과(이도형), 전기공학과(이재상)으로 공통분모가 없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의기 투합했다.
“목표는 TOP10에 드는 거예요. 결과가 안 좋을 거라는 불안함보다는 잘하자는 다짐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모두 기타를 연주할 줄 알고 동시에 리듬 악기를 다루는 보컬이기도 해요. 각자 최고 잘하는 분야를 택해 지원했죠. 저희가 연습하는 모습을 보고 다른 팀이 사진을 찍어갔어요. 예감이 좋은데요?(웃음)”
유쾌한 세 남자를 지나 부스 앞을 기웃거렸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현장 분위기와 달리 마이 페이스로 자작곡을 열창하는 이한열(24)과 눈이 마주쳤다. 애절한 감성으로 노래하던 그 역시 기타를 연주하고 있었다. 음악이 하고 싶었지만 부모의 강한 반대로 세무회계학과에 진학한 이한열은 여전히 음악이라는 꿈을 위해 정진하고 있다.
“최근 여자 친구랑 헤어졌거든요. 아픔을 담아서 노래를 만들었는데 그게 오늘 불렀던 노래에요. 심사위원들께서 편하게 대해주셨는데도 많이 떨리네요. 지금도 긴장하고 있어요.(웃음) 오디션을 마친 소감이요? 그냥 후련하고 제 노래를 들어주셔서 감사하고 그렇습니다. 목표는 물론 TOP10이죠! 그래야 헤어진 여자친구가 ‘슈스케4’에서 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순정파 이한열과 파이팅의 악수를 나누고 돌아서자 이번에는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앳된 얼굴의 조한결(19)이 오디션을 막 마치고 나왔다. 조한결은 서울에 살고 있지만 아버지의 고향인 부산에서 ‘슈스케4’에 응시했다. 사진 촬영을 요구하자 정색을 하고 포즈를 잡은 조한결은 셔터 소리가 들리자 다시 수줍은 10대 청년으로 돌아왔다.
“서울 홍대 근처에 있는 클럽에서 연주도 하고 공연도 했어요. 저 개인기로 술 취한 연기를 했는데 잘 봐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오늘 마룬파이브의 ‘선데이 모닝’, 강산애 선배님의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을 불렀어요. 기타 없이 노래를 해보라고 하셔서 이문세 선배님의 ‘빗속에서’까지 했습니다. 아휴, 아직도 떨려요.(웃음) 긴장했더니 땀이 그치질 않아요. ‘슈퍼스타K’에 지원한 이유요? 물론 최고니까요.”
유독 남성 참가자들이 많았던 부산 지역 예선에서 눈에 들어오는 여성 듀오가 있었다. 실용음악학원에서 만나 ‘슈스케4’를 위해 도원결의 했다는 이슬과 이하나(19)가 그 주인공이다. 제 몸집보다 큰 기타를 들고 연주 삼매경에 빠진 이하나와 그의 연주에 맞춰 작게 노래를 흥얼거리는 이슬의 모습은 사뭇 진지했다.
“원더걸스 ‘투 디프런트 티어스(2 Different Tears)’를 불러야 해요. 저희가 안 지 2년이 됐거든요. 이 정도면 호흡은 믿으실 수 있겠죠? ‘슈퍼스타K’는 두 번째 도전이에요.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는 나가본 적이 없고요. 3차 예선에서 심사위원 싸이를 만나다면 우리의 진가를 알아줄 것 같아요. 먼저 오늘 최선을 다하려고요. 지금까지 ‘슈스케’에 나왔던 팀 중에서는 비슷한 팀을 꼽자면 버스커버스커요. 그보다 저희의 개성으로 승부할게요. 지켜봐 주세요.”
“아버지가 잘 하고 오라며 용돈을 쥐어주셨다”며 한발 앞서 뒤풀이 계획을 구상 중인 두 소녀의 발랄한 웃음 소리가 그친 곳에 순서를 기다리는 이현준, 김진규, 김성원(25)이 있었다. “울랄라세션 같은 팀이 되겠다”는 세 사람은 창원에서 부산까지 먼 걸음을 했다. 이들은 “좋은 결과 내고 돌아가겠다”고 짧고 굵은 각오로 오디션을 앞둔 긴장감을 표현했다.
시즌3에 도대윤, 김예림의 투개월이라면 시즌4는 박종걸(24), 금채린(23)이 있다. 2NE1의 ‘키스’로 출사표를 던진 두 사람은 본선 진출을 위한 비밀 무기로 성대모사까지 준비했다. 끼가 많은 박종걸과 중저음의 매력적인 보컬을 가진 금채린은 절친한 친구 사이. 이들은 “사람들이 연인이라고 오해하는데 정말 친한 친구다”고 적극적으로 관계 해명에 나서 웃음을 자아냈다. 현대 무용을 전공하고 있는 두 사람은 “노래뿐 아니라 춤으로도 강한 인상을 남기겠다”며 오디션 장으로 들어섰다.
3만 여명의 도전자들이 운집한 부산 지역 2차 예선은 대성황이었다. 현재 참가 접수를 진행 중인 ‘슈스케4’에는 총 100만 팀의 도전장이 날아 들었고 이 중 약 19~20%의 참가지원서가 부산 지역에서 접수됐다. 케이블채널의 한계를 뛰어 넘어 지상파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슈스케4’의 모습은 아마추어에서 프로페셔널로 거듭나기를 원하는 참가자들의 바람과 닿아 있다. 현장에서 만난 참가자 중 주먹을 불끈 쥔 두 손이 땀으로 차올랐을지언정 주눅 들거나 포기하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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