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레드삭스와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경기가 펼쳐진 펜웨이파크 전광판은 어느덧 연장 16회를 가리키고 있었다. 스코어는 6-6. 6시간이 넘는 혈투를 벌인 두 팀은 이제 불펜투수도 모두 소모했다.
어쩔 수 없이 양 팀 사령탑은 야수를 마운드에 올릴 수밖에 없었다. 볼티모어는 외야수 크리스 데이비스를, 보스턴도 외야수 다넬 맥도널드를 마운드에 올렸다. 메이저리그에서 두 팀 모두 야수가 마운드에 오른 건 1925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세인트루이스 브라운스(현 볼티모어)의 경기 이후 처음이다. 메이저리그에서 87년 만에 야수의 마운드 맞대결의 벌어진 순간이었다.
볼티모어는 7일(이하 한국시간) 펜웨이파크에서 벌어진 보스턴과의 3연전 마지막날 연장 17회 혈투끝에 9-6으로 승리를 거뒀다. 경기를 끝내는 점수를 올린 건 17회 결승 스리런을 날린 애덤 존스였지만 스포트라이트는 양 팀 투수에 쏠렸다.

경기 초반 흐름을 잡은 건 볼티모어다. 볼티모어는 J.J. 하디의 솔로포 두 방과 로버트 안디노의 스리런으로 4회 일찌감치 5-0으로 달아났다. 그러나 보스턴은 4회 반격에서 한 점을 따라갔고 5회 신인 윌 미들브룩스의 장외 동점 만루포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미들브룩스는 데뷔전에서 만루홈런을 때려내는 기록을 세웠다.
두 팀은 8회 한 점씩 얻어 6-6이 됐고, 이후 16회가 될 때까지 누구도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그때까지 양 팀은 모두 8명씩 총 16명의 투수가 마운드에 올라 불펜은 텅 빈 상황. 결국 볼티모어는 16회말 투수가 아닌 야수 데이비스를 마운드에 올렸다. 데이비스는 2사 1루에서 마이크 아빌스에 2루타를 허용했지만 홈에서 주자가 잡혀 위기를 넘겼다.
이번엔 보스턴이 17회초 야수 맥도널드를 마운드에 올렸다. 참고로 맥도널드는 지난해 8월 27일 오클랜드전에서 마운드에 오른 경험이 있다. 하지만 맥도널드는 볼넷 두 개를 내준 뒤 존스에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스리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17회말 다시 마운드에 오른 데이비스는 무사 1,2루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아드리안 곤살레스를 83마일(약 134km)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처리한 뒤 맥도널드를 6-4-3 병살로 처리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무승부가 없는 미국 메이저리그에나 볼 수 있는 진귀한 장면이었다. 참고로 지난해 5월 26일엔 KIA에서도 뛰었던 필라델피아 필리스 윌슨 발데스가 연장 19회 마운드에 올라 승리투수를 따낸 바 있다. 데이비스는 발데스 이후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승리를 따낸 야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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