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또 분장을 했다. 새하얀 얼굴에 다크서클은 턱까지 내려올 정도로 짙다. 게다가 볼은 헬쓱할 정도로 움푹 파여있다. 조니 뎁이 분장을 하면 여지없이 흥행한다는 공식을 이번에도 이어가려 한다. 그런데 이번 만큼은 고개를 갸우뚱할 수 밖에 없다.
7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첫 선을 보인 영화 '다크섀도우'에서 조니 뎁은 바람둥이지만 비극적인 사랑의 주인공인 뱀파이어 바나바스 콜린스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할리우드에서 독특한 분장이 제일 잘 어울리는 배우인 만큼 그의 뱀파이어 분장과 연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런데 유명 TV 시리즈의 에피소드를 모두 담기엔 영화의 런닝타임이 너무 짧았던 것일까. 다소 흔한 스토리가 조니 뎁의 열연을 무색케 해 아쉬움을 남긴다.

16세기를 주름잡은 유명한 바람둥이 바나바스 콜린스는 마녀 안젤리크(에바 그린 분)를 잘못 건드려 실연의 상처를 준 죄로 뱀파이어로 변하는 저주를 받아 사랑하는 연인을 잃고 생매장 당한다. 그 후 200년이란 세월이 지난 후 다시 깨어난 그는 웅장했던 옛 모습은 온데 없이 폐허가 된 저택과 거기에서 자기보다 더 어두운 포스를 내뿜으며 살고 있는 후손들을 만나게 된다.
가뜩이나 새로운 세상이 낯설기만 한데 설상가상, 현대 생활에 완벽히 적응한 마녀 안젤리크가 다시 애정공세를 펼치게 되고 끈질긴 유혹에도 불구, 그가 온몸으로 거부하자 안젤리크는 갖지 못할 거면 차라리 부셔버리겠다며 콜린스 가문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마녀와 뱀파이어의 갈등, 질투, 코믹, 로맨스를 다룬 '다크섀도우'는 1966년부터 1971년까지 생방송된 TV 시리즈 '다크섀도우'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1,200개의 에피소드에는 뱀파이어, 늑대인간, 시간 여행, 해적, 살인사건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 당시 수많은 매니아를 형성한 드라마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에 광 팬이었던 팀 버튼과 조니 뎁은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됐고 그것이 이 드라마가 영화로 탄생하는 계기가 됐다고.
그러나 112분이라는 런닝 타임안에 TV 드라마를 담기엔 다소 시간이 부족했나보다. 너무나 함축적으로 이야기를 전하려다 보니 이야기가 '흔한' 영화가 돼버렸다.
그렇기에 조니 뎁의 열연이 더욱 아쉽다. 조니 뎁은 이번 영화에서 바람둥이 뱀파이어 바나바스 콜린스 역을 맡아 음침하면서도 섹시하고 괴기스러우면서도 귀여운 뱀파이어를 완벽히 표현해냈다. 뱀파이어의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 붙인 긴 손톱에 적응하기 위해서 많은 연습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영화 '가위손', '찰리와 초콜릿 공장', '캐리비안의 해적' 등 그동안 영화 속에서 분장을 했다 하면 흥행에 성공한 조니 뎁이 이번에도 독특한 분장으로 그만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만약 조니 뎁이 아니었다면 '흔한' 이야기가 더 '뻔해'졌을 거란 생각마저 들 정도로 그의 존재감은 크다.
더군다나 팀 버튼 감독만의 소소한 코믹 요소는 그나마 흔한 이야기에 감초 역할을 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웃음을 유발하거나 패러디를 통해 관객들에게 재미를 선사하는 것. 평소 팀 버튼 감독의 이러한 유머 코드를 좋아했다면 한 번쯤 극장을 찾아도 좋을 듯 하다.
한편 미셸 파이퍼, 에바 그린, 클로이 모레츠 등 유명 배우들이 총출동했으며 팀 버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다크섀도우'는 오는 10일 개봉 예정이다.
trio88@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