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보다 경쟁을 택한 “나는 가수다 시즌 2”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2.05.07 16: 50

[ 해리슨의 엔터~뷰 (Enter-View)] 생방송으로 경연 방식을 전환한 “나는 가수다2”를 주의 깊게 시청했다. 회가 거듭될수록 시청률 하락은 물론 수많은 화제와 논란조차도 사라져 버렸던 “나가수 시즌 1”의 후반 상황에서 제작진은 잠정적인 휴식 시간과 함께 “나가수 초창기”의 신드롬을 일으킬만한 획기적인 내용을 들고나와야만 했다. 최고의 카드는 아마도 가수들의 경연을 ‘녹화방송’이 아닌 ‘생방송’을 선택한 것이다. MR반주도 아닌 라이브 밴드의 연주와 호흡하며 한치의 실수도 용인되지 않는 생방송 무대에서의 경연을 갖게 된 출연 가수들의 긴장감과 스트레스는 방송당일은 물론이고 준비하는 기간 내내 최고조를 달할 것이다. 무모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큰 변화를 선택한 “나는 가수다2”에서 왜 그리 큰 감동을 느낄 수 없었을까?
- 생방송 경합에 이미 익숙해져 버린 시청자의 눈과 귀-
첫 무대를 장식한 록 밴드 백두산부터 이영현•이은미•박미경•JK김동욱•이수영 등 대중음악계를 대표하는 여섯 명의 가수들의 공연은 생방송이란 긴장감과 “나는 가수다”라는 무대라는 특수성 때문인지 긴장감과 떨림 그리고 출연자에 따라 발생했던 약간의 실수가 오히려 아름답고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다수의 시청자들이 프로 뮤지션들이 녹화도 아닌 생방송에서 멋진 공연을 펼치는 것에 큰 박수를 보냈을 것이다.

그런데, 이미 많은 시청자들은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라이브 경합 프로그램에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는 점이다. 최근의 예를 들더라도 4월 29일(일) 열 여섯 살 소녀 박지민을 ‘미래의 K-Pop 스타로 선택한 SBS의 “K-Pop Star”를 비롯. 금요일 준결승 무대를 치렀던 m-net “보이스 코리아”와 주부들의 노래 경연장인 tv-N의 “슈퍼 디바”등 아마추어 오디션 프로그램은 생방송을 진행하면서 모두 라이브로 참가자들이 노래를 해왔다. 특히, “K-Pop Star”는 방송 경험이 없는 10대 중반에서 20대 초반나이의 결선 진출자가 생방송에서 라이브로 노래하고 경쟁을 해야 하는 극도의 중압감과 어려움에 시달린 것을 9주 넘게 시청자들은 봐왔다.
아마추어들도 무탈하게 치르고 있는 생방송 경연 무대에 많은 시청자들은 너무도 많이 익숙해져 버리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프로 음악인이라면 생방송에서 라이브로 노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라는 생각들을 더 하게 되지 않을까? 이미 너무 많은 시청자들의 눈과 귀는 프로와 아마추어를 막론하고 라이브로 노래하는 생방송 무대에 길들여져 버렸다.
- 임재범 •인순이의 감동, 재현될 수 있을까? –
500명의 청중평가단에 의해 좌지우지되던 경연 순위를 생방송으로 전환하면서 시청자 문자 투표를 도입, 보다 객관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데이터 집계로 가수들의 공연 순위를 정한 것은 “시즌 2”에서 가장 잘 보완한 점이다. 물론 기성 가수들이 아마추어 참가자들 이 해 온 것처럼 자신을 투표해 달라고 하는 화면 속 모습이 비춰질 때 아이러니한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는 필연적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100분 넘게 전파를 탄 “나는 가수다2” 생방송 경연 무대를 보면서 ‘시즌 1”에서 경험했던 진한 감동의 순간을 얼만큼 자주 접할 수 있을지 두려워 졌다. ‘나가수’ 최초의 공연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와 명예 졸업생 박정현•김범수•자우림의 주요 공연들은 녹화방송이었기에 높은 완성도를 갖고 지켜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공연을 직접 관람한 방청객   들뿐만 아니라 TV 브라운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던 임재범의 ‘여러분’과 인순이의 ‘아버지’와 같은 무한 감동의 스테이지가 열릴 수 있을까 하는 기우를 갖게 되었다. 프로그램 MC 이은미의 설명처럼 완벽한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시즌 1”와는 달리 거친 음향과 완벽하지 못한 무대가 있는 콘서트 장에서의 공연으로 만족해야 만 할까?
  3년의 공백을 딛고 노래가 부르고 싶어 “나는 가수다2”에 출연했다는 이수영의 마지막 무대는 ‘감동을 준 1위 가수’로 선정된 후 기쁨에 절규하는 모습만큼 훌륭했다. 다만, 180도 변해 버린 프로그램 포맷에서 “시즌 1”의 최대 장점으로 손꼽히는 ‘깊은 감동이 있던 가수’들의 무대를 어떻게 녹아낼지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 ‘감동’대신 ‘경쟁’을 선택한 “나는 가수다2”는 이미 시작되었다.
 [해리슨 / 대중음악평론가]osensta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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