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코리아’가 개봉 4일 만에 60만 관객 돌파를 코앞에 두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개봉 11일 만에 최단기간 400만 관객 돌파라는 쾌거를 이룬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와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얻은 결과라 그 의미는 더욱 큰 상황. 그렇다면 우리는 왜 ‘코리아’에 열광하는 것일까?
우선 실화를 소재로 한 스포츠영화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국가대표’의 연이은 스포츠영화 흥행 성공은 자연스레 ‘코리아’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고 있다. 관객들이 ‘코리아’를 통해 기대하는 바는 분명하다. 오합지졸 멤버들이 만나 결국은 힘을 합쳐 승리를 일궈내는 것을 보는 카타르시스. 그것이 실화일 경우에는 극에 더욱 사실감을 더해 카타르시스는 배가 된다. 이렇듯 ‘코리아’는 스포츠영화가 해야 하는 사명을 정석 그대로 해내며 관객들을 극장가로 불러 모은다.

물론 ‘뻔하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코리아’는 이 뻔한 스포츠 영화에 남북코드를 넣어 감동의 요소를 배가시킨다. 남북코드는 넣기만 하면 흥행이 된다고 까지 말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두 국가 사이의 허락되지 않은 사랑이나 우정을 그렸을 때는 더욱 그렇다. 영화 ‘쉬리’와 ‘공동경비구역 JSA’를 비롯해 ‘웰컴투 동막골’, ‘의형제’, ‘고지전’까지, 언어도 생김새도 전혀 문제될 것 없는 두 국가의 젊은이들은 뜨겁게 사랑했고, 관객들은 뜨겁게 울었다.
‘코리아’에서도 다르지 않다. 영화 초반 남북 단일팀을 이뤄 서로 화이팅을 외치는 것도 어색해 했던 현정화(하지원 분)와 리분희(배두나 분)는 마지막 헤어지는 버스 앞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하냐. ‘편지할게’, ‘전화할게’ 라고도 못하고 어떻게 해야하냐”며 서로를 부둥켜안고 오열한다.
영화 ‘해운대’와 ‘괴물’로 각각 천만 관객을 동원했던 하지원과 배두나는 명실공히 ‘천만배우’로서의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두 배우들은 오열연기로 관객들의 눈물을 쏙 빼놓는 것도 모자라 정말 탁구선수가 된 것 같은 몸짓과 눈빛으로 관객들의 혼을 쏙 빼놓는다. 자문을 해준 현정화 감독이 실제 국가대표 선수들을 코치하듯 혹독히 훈련했다는 것은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진 사실.
'코리아'는 두 주연 배우들의 혼신을 다한 열연 뿐만 아니라 한예리, 최윤영, 이종석 등 조연들까지 연기가 뒷받침되면서 자칫 뻔할 수 있었던 스토리마저 진부하지 않게 느끼게끔 몰입도를 높인다. 실제 영화를 본 관객들도 배우들의 명연기를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장점으로 뽑고 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 한다.
항간에서는 너무 안전한 선택을 한 것 아니냐는 소리도 들린다. 흥행 가능성이 높은 스포츠를 소재로 하면서 민감한 남북코드까지 녹여낸 ‘코리아’를 향해 너무 대놓고 관객몰이용 영화를 만든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 하지만 기존의 흥행 공식을 그대로 따르면서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도 쉽지 많은 않은 일이다. 이런 점에서 ‘코리아’는 관객과의 줄타기를 꽤 영리하게 잘 해낸 웰메이드 상업영화다. 관객들이 보고 싶고 느끼고 싶어 하는 내용을 기본에 충실하게 담아내는 것이 상업영화가 가져야할 덕목이라면 ‘코리아’가 흥행할 자격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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