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과를 보고 선수들에게 재활을 위한 시간을 주기로 했다. 대체 선수 생각을 안해본 것도 아니지만 입에 담기에는 시기상조다".
결국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여자농구대표팀의 소집 첫 날, 이호근 감독은 답답한 심경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무던히 노력해야 했다.
7일 런던올림픽을 준비하는 여자농구대표팀이 서울 공릉동에 위치한 태릉선수촌에서 처음으로 소집됐다. 봉사활동 때문에 오후에 합류한 신한은행 소속 4명의 선수를 제외한 이들은 오전에 모여 입소식을 가졌고 오후 4시부터 훈련을 시작했다.

소집 첫 날의 화두는 단연 선수들의 몸상태였다. 왼쪽 어깨 부상으로 인해 대표팀 합류가 불가능한 것으로 이야기됐던 이경은(25, KDB생명)과 갑상선에 혹이 생겨 수술까지 고려 중인 김단비(22, 신한은행)의 몸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급선무.
여기에 하은주 강영숙 최윤아(이상 신한은행) 역시 챔프전 우승 후 바로 포상휴가를 다녀온 터라 훈련에 합류하기 어려운 상태다. 이에 신한은행 측은 7일 협회 측에 4명의 선수에 대해 진단서를 제출했다.
첫 소집에서 이 감독은 진단서를 제출한 선수들과 개별 면담 시간을 가졌다. 선수들의 몸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대한농구협회와 상의한 결과는 "재활할 수 있는 기간을 선수들에게 주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이 감독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못 간다고 결정된 선수는 없다"며 "이경은은 8일 초음파 검사를 받을 예정이라 결과를 보고 이야기하기로 했다. 김단비 역시 약도 복용 중이고 경과를 봐야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당초 이날 진단서 내용에 따라 엔트리를 변경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 감독은 "대체선수에 대한 부분도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심사숙고해야 할 부분이고 경과를 보고 난 후 결정할 부분이다"며 지금 당장 변경할 가능성은 없다는 뜻을 밝혔다.
이유는 있었다. 이 감독은 "시기가 좋지 않았다. 지금은 어느 팀이든 선수들이 휴가를 떠났다가 돌아올 기간이다"라며 "시즌이 끝나고 거의 바로 소집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모든 팀 선수들이 몸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 시기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선수들이 몸을 갖출 수 있도록 10일에서 2주 가량 재활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을 주겠다는 것이 이 감독이 제시한 대안이었다. 현재 소집되어 입촌해 있는 선수들 역시 재활에 중점을 두고 훈련을 소화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훈련은 2주 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본다. 수술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김단비나 오래 쉰 하은주의 경우는 재활 기간을 조금 더 줄 생각"이라고 밝힌 이 감독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모든 것을 최소화해서라도 해야 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답했다.
이 감독은 "올림픽 5회 연속 출전이라는 목표 앞에 불안하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를 최소화하고 팀을 추스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태릉선수촌의 시계는 올림픽까지 남은 날짜를 카운트하고 있다. '런던올림픽까지 D-81', 시작부터 잡음에 시달리고 있는 여자농구대표팀이 81일의 시간 동안 거센 풍랑을 뚫고 무사히 순항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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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근 감독(위)-훈련장에 모인 여자농구대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