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진짜 잘하는줄 안다".
지난 1일 넥센 히어로즈가 목동 롯데전에서 1-11 대패한 다음날 넥센의 훈련을 지켜본 야구계 관계자의 냉철한 비판이다.
넥센은 전날 패하기는 했지만 9승8패로 아직 5할 위에 있었고 순위도 4위였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아직 수준급의 실력을 갖추려면 멀었는데 너도 나도 스윙이 커졌다. 마음이 들뜨면 실력만큼도 안되는데 벌써 큰 일"이라고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넥센은 거짓말 같이 1승1무3패를 기록하며 시즌 성적 10승1무11패 5위로 내려앉았다. 올 시즌 이택근이 돌아오고 김병현을 영입하며 "성적을 내겠다"고 공언한 넥센이지만 초반 운항이 순탄치만은 않은 모습이다.
현재 8승15패로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는 한화도 마찬가지다. 올 겨울 박찬호, 김태균이 합류하고 송신영이 FA로 입단하며 구단주가 우승을 당부했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그러나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힘겨운 4월을 보낸 한화는 현재 1위 롯데(13승1무8패)와 6경기차까지 벌어졌다.
최근 마음처럼 경기가 풀리지 않음을 호소한 한화의 한 선수는 "우리는 사실 김태균과 이범호가 같이 있을 때도 최하위였다. 하지만 밖에서는 우승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선수들이 더 부담을 갖게 된다. 잘하려고 하다보니 더 역효과가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넥센, 한화는 지난해와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면 삼성은 정반대의 케이스다. 지난해 챔피언 삼성은 지난해 초반에도 중간 정도 순위에 머물렀으나 지금처럼 약한 모습은 아니었다. 삼성은 이승엽의 귀환에도 불구, 올해 초반 심각한 투타 불균형으로 곤두박질치더니 9승13패로 약 3년 만에 7위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우승팀이 다음해에도 뛰어난 활약을 펼친 경우는 예전 해태 타이거즈와 2000년대 후반 SK 와이번스 외에 드물다. 외부 뿐 아니라 본인들의 기대감이 충족된 뒤 사라진 목표의식도 성적 붕괴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삼성은 2005, 2006년 이미 2년 연속 우승을 겪었고 선수 개개인 기본적인 실력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설명할 수 없는 추락이다.
공교롭게도 세 팀은 외국에서 뛰던 선수(박찬호, 김태균, 김병현, 이승엽)들이 국내로 복귀했거나, 떠났던 스타 선수(이승엽, 이택근, 김태균)들이 친정으로 돌아오며 시즌 전 야구계 전체의 관심과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야구는 한 명이 추가됐다고 해서 전력이 급격히 변할 수 있는 성격의 스포츠가 아니다. 하릴없이 높아진 기대만이 선수들에게는 부담으로, 팬들에게는 실망으로 변하고 있을 뿐이다.
autumnbb@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