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못 치면 죽는다" , 야구에 목숨 건 사나이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5.08 08: 46

"난 못 치면 죽는다".
'스나이퍼' 한화 장성호(35)는 얼마전 모바일 메신저의 대화명을 바꿨다. '난 못 치면 죽는다'. 섬뜩할 정도로 비장한 대화명은 그가 올 시즌을 어떤 각오로 임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그만큼 성적도 따라주고 있다.
장성호는 올해 23경기에서 91타수 29안타 타율 3할1푼9리 2홈런 16타점으로 활약하고 있다. 타율 전체 8위에 최다안타 공동 2위, 타점 공동 5위에 랭크돼 있다. 타율과 안타는 김태균에 이어 팀 내 2위이고, 타점은 김태균을 넘어 팀 내 최다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지난 3년의 침체를 날려버리는 활약상이다.

장성호는 "아직 몇 경기하지 않았다. 운이 좋았을 뿐"이라며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지만 마음가짐은 다르다. 그는 "정말로 못 치면 죽는다는 심정으로 임하고 있다. 못 치면 안 된다. 올해는 무조건 잘해야 한다"며 한 타석, 한 타석에 들어가는 마음가짐이 어떤지를 표현했다.
그럴 만하다. 장성호는 지난 2010년 6월 3대3 대형 트레이드를 통해 정든 KIA를 떠나 한화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그러나 지난 2년간 양 쪽 어깨 수술을 차례로 받으며 기대와 명성에 못 미치는 활약을 보였다. 부진이 3년째 지속된다면 그건 부진이 아니라 하락세가 된다. 여기에 자신을 데려온 한대화 감독도 계약 만료 시즌에 다다랐다.
지난해 시즌을 마친뒤 처음으로 어린 유망주 위주로 참가하는 마무리훈련를 자청한 것도 절박한 심정 때문이었다. 왼쪽 어깨 통증으로 수술을 받느라 스프링캠프는 하지 못했지만 재활훈련에 임하며 당초 예상보다 빠른 시범경기 때부터 실전경기에 나갔다. 남다른 부활의 의지였다.
지난해 시행착오를 거울 삼아 재활훈련과 함께 체력훈련을 병햄하며 몸을 만들었다. 한대화 감독은 "작년에 재활만 하느라 체력훈련이 부족했다. 시즌 중반부터 힘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며 "올해는 재활과 체력훈련을 같이 했다. 하체도 좋아졌고 몸에 힘이 붙었다. 캠프에 가지 않은 만큼 걱정되는 것도 없지 않지만 작년보다는 상태가 좋아 보인다"고 만족해 했다.
올해 장성호가 달라진 건 또 하나 있다. 바로 찬스에서의 해결 능력이다. 지난해 장성호는 득점권 타율이 2할3푼2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는 득점권 타율이 3할4푼5리로 급상승했다. 결승타도 2개 있고, 홈런 2개도 1점차 접전에서 터진 동점포와 쐐기포였다. 장성호는 "뒤에 (김)태균이가 있다 보니 상대 투수들이 승부를 걸어온다. 좋은 공을 운 좋게 친 결과"라며 김태균에게 고마워했다.
지난 겨울 라식 수술도 받고, 타격폼도 부분 수정하는 등 부활을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는 장성호. "못 치면 죽는다"는 비장하고 절박한 각오로 스나이퍼의 명성을 조금씩 되찾아가고 있다. 어느덧 2000안타까지도 77개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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