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을 앞두고 모두 8명의 외국인투수가 새로 한국 프로야구에 들어왔다. 이들은 메이저리그 경력도 천차만별, 몸값도 천차만별이다.
삼성 라이온즈 미치 탈보트같은 경우엔 2010년 클리블랜드에서 선발로 10승을 거둔 바 있어 이름값으로 치면 최고의 선수다. 또한 퇴출을 눈앞에 둔 한화 이글스 브라이언 배스는 토론토, 미네소타, 볼티모어, 피츠버그 등에서 뛰며 메이저리그에서만 100경기 넘게 출전했다. KIA 타이거즈 호라시오 라미레스는 메이저리그 통산 40승을 거둔 투수다.
그런데 최소한 현재까지 정작 활약은 이름값과는 별 관계가 없어 보인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일천한 롯데 쉐인 유먼과 SK 마리오 산티아고가 시즌 초 각각 좌-우완 최고 용병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유먼은 5경기에 출전, 36⅓이닝 3승 1패 36탈삼진 평균자책점 2.23을 기록하고 있다. 경기당 7이닝이 넘는 이닝을 소화하며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으며 다승 2위, 평균자책점 5위, 탈삼진 3위 등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유먼이 좌완 최고 외국인투수라면 마리오는 우완 가운데 단연 돋보인다. 현재까지 마리오의 성적은 5경기 33⅓이닝 1승 1패 20탈삼진 평균자책점 1.62다. 승운이 따르지 않아 1승밖에 거두지 못했지만 평균자책점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두 선수의 공통점이라면 입단 초기엔 떨어지는 이름값으로 큰 기대를 받지 못했다는 것. 유먼은 2006년부터 2007년까지 2년간 메이저리그를 뛴 것이 전부다. 이후엔 트리플A에도 머무르지 않고 곧바로 독립리그를 전전한 뒤 대만으로 갔다. 이름값은 떨어졌지만 8개 구단 스카우트들은 공통적으로 유먼에 대해 "좋은 투수"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KIA와 두산은 유먼 영입전에 뛰어들기도 했다. 결국 롯데가 경쟁 끝에 유먼을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마리오는 메이저리그 경력이 전혀 없다. 2005년 캔자스시티 로열스에 아마추어 드래프트 16라운드 지명을 받고 입단했던 마리오는 단 한 차례도 메이저리그 승격을 못했다. 대신 산하 마이너리그에서만 7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빠른 공을 가졌지만 결정구가 부족한 것이 이유였다.
결국 외국인선수 활약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리그적응 여부와 건강한 몸 상태다. 외국인선수 영입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 구단 관계자는 "아무래도 이름값이 있는 선수가 곧바로 한국에 들어온다면 몸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안 그랬다면 미국에 남아 메이저리그 승격을 노렸을 것"이라면서 "또한 기량만큼 중요한 것이 선수들의 적응 여부다. 기량-몸 상태-리그 적응이 3위일체가 돼야 한국무대 활약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중요한 것은 동기부여다. 5일 경기를 앞두고 문학구장에서 만난 마리오는 "한국은 트리플 A정도 수준인것 같다"면서 "한국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는 것은 동기부여 덕분인것 같다. 거기(마이너리그)는 구단의 기대치에 따라 지급되는 인센티브가 다르다. 그리고 마이너리그에 너무 오래 머물렀기에 잘 던져야겠다는 생각을 갖기 힘들었다"고 인정했다.
음식도 중요하다. 한국 음식이 입에 안 맞으면 좋은 투구를 하기 어렵다. 장기간 해외여행을 다녀 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맛있게 먹지 못하면 힘이 안 들어가고 만사가 귀찮기 마련이다. 이런 점에서 유먼과 마리오는 걱정이 없다. 유먼에게 '지상 최고의 바비큐 요리'는 빨간 제육볶음이고, '최고의 수프'는 김치찌개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여러 리그를 거치며 적응하는 법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투수"라고 말한다. 마리오 역시 최근 한 언론 보도를 통해 순대와 바나나우유에 매료된 사실이 소개된 바 있다.
그렇지만 앞에서 나열한 것들이 외국인선수 성공에 절대적인 조건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 스카우트들에겐 여전히 외국인선수 영입이 '로또'라고 불린다. 좋은 기량만 보고 뽑았더니 실망스런 활약을 보이는 경우가 허다하고, 별 기대 없이 뽑은 선수가 10승을 거두기도 한다. 그래서 매년 많은 외국인선수가 중도퇴출로 짐을 싸게 된다. 올 시즌이 끝난 뒤 새로 영입된 외국인선수들의 최종 성적표는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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