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 성실하고 겸손한 선수. 2군에서의 오랜 기다림이 비로소 빛을 보고 있는 만큼 그의 맹활약은 더욱 의미 깊다. 올 시즌 초반 8개 구단 최고의 중간계투로 활약 중인 좌완 박희수(29, SK 와이번스)가 조금씩 자신의 꿈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올 시즌 박희수는 11경기 3승 6홀드 평균자책점 0(7일 현재)으로 ‘언터처블’급 활약을 선보이며 8개 구단 최고의 중간 계투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지난 시즌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1군에서 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박희수는 기본적으로 예리한 제구를 바탕으로 묵직해진 직구와 예리한 투심 패스트볼을 구사하며 타자들이 알고도 못 치는 존재로 자리매김 중이다.
좌타자도 우타자도 박희수를 상대하는 데는 곤욕을 치르고 있다. 올 시즌 이닝 당 주자 출루 허용률(WHIP) 0.78로 특급투를 이어가고 있는 박희수의 피안타율은 불과 1할2푼2리. 좌타자를 상대로 9푼1리의 피안타율을 기록 중인 박희수는 우타자에게도 1할4푼8리를 기록하며 야구계 통곡의 벽이 되고 있다. 이제 박희수는 또 다른 좌완 정우람과 함께 확실한 SK 투수진의 자랑거리가 되었다.

박희수가 올 시즌 초반부터 승승장구 중인 데는 부쩍 높아진 자신감과 하체 밸런스 안정에 있다. 하체 밸런스를 안정시키고 릴리스포인트를 최대한 앞으로 끌면서 공에 최대한 힘을 싣는 요령을 터득했고 전지훈련서부터 페이스가 좋다보니 점차 선수 본인의 자신감도 수직상승했다. 경기를 거듭할 수록 더 좋은 모습이 나오다보니 지금은 자신감과 밸런스가 최적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아직 시즌 많이 남았는걸요. 더 잘 해야지요”라며 겸손한 태도를 잊지 않는 박희수. 이 기세라면 박희수는 생애 첫 1군 올스타 출장을 꿈꿀 수 있다. 2010년 퓨처스 올스타전에 출장하며 이미 2군에서는 ‘제구 되는 A급 좌완 유망주’로 꼽혔던 박희수는 본격적인 서른 잔치를 써내려 갈 태세다.
그에게 ‘지금 페이스라면 올스타전 출장도 따 놓은 당상일 것’이라는 말을 건넸다. 일본처럼 선발-중간 계투-마무리로 따로 나눠 투표하는 시스템이 아닌 만큼 팬 투표에 의한 올스타 선발은 기대할 수 없지만 현재 박희수의 활약상을 보면 올스타전 마운드는 꿈이 아니다.
“올스타라, 생각만 해도 행복하네요”. 타자의 손을 가리지 않는 위력적인 ‘언터처블’ 계투 요원. 1년 전만 해도 막연히 꿈만 꾸던 일이 점차 자신에게 다가온다는 점만으로도 행복한 남자 박희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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