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이자 음반제작자인 김영일의 특별한 전시회가 열린다. 25년간 강원도 평창의 산을 기록한 최초의 전시회가 오는 11일부터 30일까지 공근혜 갤러리에서 관람객들과 만난다.
‘평창의 산, 우리의 진경’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2012 김영일 사진전’은 특별히 평창군청의 후원으로 이뤄진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5년 동안 고집스럽게 작업에만 집중하며 외부에 단 한번도 공개하지 않았던 작품들이 이번에 선을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25년간의 평창 산의 기록이 고스란히 이번 전시회에 녹아 있다.
어린 시절부터 산이 좋아 산에 올랐던 김영일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극지원정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사이 산의 품에 안락하게 안겨도 보고 극한 상황에 처해도 보면서 산에 대한 애정과 두려움을 동시에 알게 되었다.

산은 인간이 가늠하기 어려운 우주의 시간에서 태어났고 우주의 시간 아래 지금 그 곳에 자리잡고 있다. 카메라를 든 사람의 눈으로 담아내는 장면은 고고한 시간 속 찰나에 불과하다. 하지만 작가는 닫힌 프레임에 순간의 모습 가두기를 수십 년을 반복해 왔다. 무한한 자연 앞에 유한한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러는 사이 조금씩 산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고 산과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고 한다. 산이 허락하고 산이 인도하는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하면서 매 순간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작가는 사진이 발명되고 이 땅에 전해지기 전, 선인들이 해 왔던 산의 기록과도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수백 년 동안 평창의 산과 들을 기록했던 선대 화원과 문인화가들이 그림에서 말하고자 했던 관점들을 사진이라는 현대적 어법에 담으려 노력했다.
“산을 대하면서 여름 산이 가장 어둡고 두렵기까지 했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래서 김영일이 바라본 여름 산들은 거의 먹에 가까운, 어두움 그 자체다. 반대로 작가는 “춥고 오르기 힘들지만 인간이 다가갈 때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 주는 겨울 산”에 애정을 보인다. 산의 능선을 따라 하얗게 덮인 눈은 문인화의 여백처럼 산에서 색과 잔상을 걷어내고 산자락의 생김새를 한 획으로 그려낸다. 그래서 김영일의 겨울 산은 비어 있지만 포근하다.
작가가 ‘평창’을 주제로 하는 사진전을 여는 데는 평창의 현실과도 관련이 있다. ‘평창’이 2018 동계올림픽을 유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평창의 산을 주제로 한 사진이나 회화전이 한번도 없었다고 한다.
‘평창의 산’을 주제로 한 최초의 사진전인 이번 전시는 이후 평창의 강과 자연을 소재로 한 산수화의 영역으로 확대 된다. 2015년에는 ‘평창의 산수’를 주제로 전시회를 가질 예정이며, 이후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념하여 ‘평창의 자연’으로 연작을 완결 시킬 계획이다. 강원도 평창에서는 오는 7월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 1주년 기념식을 개최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평창 주민들을 위한 김영일의 사진전이 또 한번 열릴 예정이다.
김영일의 뒤를 이어 강원도 삼척의 솔섬 사진 등을 통해 한국인 못지않게 한국의 자연을 한국적으로 표현해온 거장 마이클 케나가 2014년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사진학과를 졸업한 김영일은 1989년 ‘아이매거진’ 포토디렉터를 시작으로 월간 ‘샘이 깊은 물’ 외 5종의 잡지와 10여종의 사보, 사외보, 7종 교과서 등의 영상 디렉터로 활약했다. 1993년부터 사진전문 출판사인 도서출판 ‘일’을 창립해 현재까지 40여 종의 사진집을 발간했다. 또한 국악의 매력에 흠뻑 빠져 전국 각지를 돌며 우리의 소리를 담아오는 작업을 하고 있고 국악음반사 ‘악당이반’을 만들어 국악음반도 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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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부터 김영일 작가의 작품 ‘수하계곡3-여름’ ‘태기산5-가을’ ‘진고개3-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