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soul을 만나다] 밤 11시, 디자이너 이상봉과 막걸리를 마시다 ➀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2.05.08 13: 26

명실공히 한국 대표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을 가진 디자이너 이상봉. 그 명성만큼이나 바쁜 스케줄은 인터뷰시간 또한 범상치 않게 만들었다. 밤 11시 그의 작업실에서 이상봉을 만나기로 한 뒤, TV 속에서 만났던 그는 경력만큼이나 강한 카리스마로 무척 도도한 사람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편견이라는 것은 언제나 버려야 하는 것. 첫 대면부터 그는 너무도 상쾌한 미소를 지었다.  늦은 인터뷰 시간에 대한 사과를 잊지 않았고, 인터뷰 후에는 막걸리를 사겠다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그는 막걸리를 정말 좋아한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 고리타분한 게 누군데?

한글, 단청, 산수화...이것들은 현재보다는 과거를 연상케 하는 지극히 예스러운 문화들이다. 누구도 이를 세련됐다고 말하지 않는 세상이었다. 나쁘게 말하는 사람들은 촌스럽고 고리타분하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 생각 자체가 고리타분한 것은 아닐까. 적어도 디자이너 이상봉에게는 그랬다.
“처음 한글을 디자인에 활용하면서 동양적인 것에 대한 관심이 시작됐어요. 하지만 저에게도 처음에는 오히려 스트레스였어요. 세계적으로 작업하는데 있어 너무 한 가지의 모습만 보여주는 것이 단점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도 됐고요. 그런데 이제는 이것이 하나의 이상봉이 돼버렸어요.”
처음 찾은 디자이너 이상봉의 작업실에는 연꽃부터 도자기 장식까지, 첫눈에도 얼마나 그가 동양의 매력에 심취해 있는지를 보여주는 요소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한글, 단청과 같은 것들이 단순히 보기에 좋아서 그의 디자인에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에게 이들을 활용한 디자인은 과거와 현재와의 호흡이다.
“사라져가는 우리의 것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함으로써 세계에 우리 문화를 알리고, 또 발전시키고 싶었어요. 우리의 문화가 계속해서 새롭게 발전되어야지, 정체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결국 우리만의 자산이고 독보적인 패션문화가 되는 거니까요.”
이런 그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오로지 디자이너 이상봉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한국적인 미는 해외에서 통했다. 린제이 로한, 리한나 등 많은 해외 유명 셀러브리티들도 그의 옷을 즐겨 입는다. 옷이란 것이 그렇다. 디자이너 혼자서만 좋아하는 옷은 완성작이라고 할 수 없다. 옷은 관상용이 아니기 때문에 입어야만 그 빛을 발한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결국은 진짜 옷이 되는 것이다.
▲나의 디자인은 ‘소통’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소통’에 관심이 많다. 디자이너 이상봉 또한 마찬가지다. 그에게 디자인은 과거, 현재, 미래 또 사람들과의 소통이다. 얼마 전 파리와 서울 컬렉션에서 열린 컬렉션의 주제인 ‘돌담’도 소통에서부터 시작됐다.
“사람들에게 돌담은 그 옛날 정겨움에 대한 회상이자, 길로 나서는 통로라고 생각했어요. 돌담으로 연결된 길에서 사람들은 소통을 하고, 그 길은 다시 세상으로 이어집니다. 그 옛날 정감 있게 하나하나 쌓아갔던 돌담이 나중에 건물을 만들고, 그 건물이 모여 지금의 도시를 만들고 앞으로 이어질 세상도 만들겠죠. 결국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통로인 셈이에요.”
이렇게 전통을 주제로 디자인한 의상들을 이전에는 해외 컬렉션에서만 선보였다. 국내에서는 다른 디자인으로 쇼를 열었다. 해외에 우리의 것을 알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해서였다. 그러나 이제 그의 쇼는 국내나 해외나 동일한 컬렉션으로 진행된다.
“우리의 문화를 우리가 가장 먼저 사랑해야 그것이 발전된 미래를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의 옛 문화를 새롭게 재해석해서 지금의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공유해야 더 나은 것, 더 새로운 것이 창출 될 수 있어요. 이것이 저희 한국 패션에 큰 기둥이 될 거라 믿고요.”
jiyo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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