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 훈남↔찌질남 정체가 뭐야? [인터뷰]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2.05.08 15: 26

배우 이선균은 '소리 없이 강하다'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배우다. 강렬함으로 확 두드러지기 보다는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작품의 중심을 잘 잡아주는 연기자다.
특히 최근 몇 년동안 초특급 훈남과 찌질남의 양극단에서 다양한 색깔의 캐릭터를 보여줬다.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는 우유빛깔 차도남으로, '파스타'에서는 '버럭 쉐프'로 여심을 마구 흔들었던 그는 영화 '쩨쩨한 로맨스'와 '체포왕', '옥희의 영화' 등에서는 찌질찌질하지만 독특한 구석이 있는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보여줬다. 한 마디로 '찌질한 훈남'이 가능한 배우다.
최근작 '화차'에서는 사랑하는 여자에게 모든 것을 배신당해 눈물을 흘리는 남자로 분해 동정심을 일으켰던 그가, 개봉을 앞둔 '내 아내의 모든 것'(민규동 감독, 17일 개봉)에서는 아내로부터의 탈출기를 꿈꾸는 소심남으로 분해 전혀 다른 톤의 연기를 보여준다.

입만 열면 쏟아지는 아내 정인(임수정)의 불평과 독설로 하루하루 힘든 결혼생활을 하다 그녀와 이별하기 위해 카사노바에게 아내를 유혹해 달라고 청하는 남편 두현 역을 맡은 이선균은 일면 비호감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로맨틱 가이'의 면모는 살아있는 남편으로 영화에 리얼감을 살려준다. 훈남과 찌질남 사이를 사정없이 오가는 이선균은 "어떤 역이라도 쉬운 건 없다"라며 두현이란 남자를 연기한 과정과 소감에 대해 들려줬다.
- 영화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처음 본 소감은 어떤가?
▲ 생각보다 슬프더라. 인물들 캐릭터가 좋아서 재미있게 봤다. 대본 볼 때도 느꼈지만 인물 두 명이 이끌어가는 작품은 많은데,  세 명이 이끌어가다 중간 단계에서 삼각 관계가 시작되는 게 이 작품과 다른 영화들의 기본적 차이인 것 같다. 이질적인 리듬이 다르게 느껴지더라. 관객들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 질 지가 궁금하다. 독특한 느낌이다.
-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 대본이 너무 재미있었고, 임수정, 류승룡 두 배우 모두 함께 하고 싶었다. 기존 민규동 감독님의 작품들도 좋아했고. 작품을 고를 때 고려하는 부분 세 개가 다 맞아떨어진 거다. '화차'가 무거운 작품이다 보니 그 다음 작품은 재미있는 것을 하고 싶기도 했고. 문호('화차')란 인물이 굉장히 딥(deep)한 인물이었지 않나. 즐길 작품을 하고 싶었는데, 때 마침 이 작품이 들어왔고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 류승룡과의 합이 인상적이다.
▲ 정말 즐겁게 연기 했다. 형이랑 연기 할 때 길고 연극적으로 과장된 신이 많은데, 둘이 같이 다 만들었다. 디렉션이 별로 없이 간 신이 많은데 호흡이 맞다 보니 재미있었다. 대관람차 신 같은 경우에는 공간이 좁다보니 디지털카메라를 매달고 우리 둘이 다 찍고 왔다. 공간이 좁다 보니 걱정을 많이 했다. 과장된 신이었기도 해서. 그런데 찍고 보니 '형이랑 잘 맞네'란 생각이 들었고, 그 다음부터 별 걱정이 안 되고 하면 할수록 재미있더라.
- 류승룡과 임수정 사이에서 연기 톤 조절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 기본적으로 톤 조절에 고민을 많이 했다. 정인(임수정)도 그렇고 성기(류승룡)도 캐릭터가 강하다 보니까 처음에 좀 이 영화에서 내가 해야될 목적은 현실감을 붙어넣어야겠다는 것이었다.
- 극중 두현은 나중에 폭발해서 그렇지, 기본적으로는 착한 남편인 것 같은데(아내의 잔소리도 잘 참아주고)
▲ 착하기는! 같이 모니터보던 지인들이 "정말 찌질하다"라고 하더라.
- 임수정 씨도 그렇고, 본인도 그렇고 배우들 모두 쉽지 않은 캐릭터 였을 것이 눈에 보인다.
▲ 대사가 굉장히 많았던 수정이에게 최대한 부담을 덜하게 하려고 하고 싶었는데, 부담 느끼지 말라고 한 게 전부였던 것 같긴 하다. 수정이는 길고 빨리 빨리 대사를 치니까, 아마 본인도 힘들고 예민해졌을 거다. 모든 역할이 쉬운 게 없는 것 같다. 아무리 쉬워 보이는 역할이라고 하더라도 닥치면 그것을 입체화시키고 구체화시키려고 하면 고민이 된다. '이 역할은 나한테 쉽겠지?' 이런 역은 없다. 누구나 고민이 있다.
- 카사노바 성기 역이 탐나지는 않았나?
▲ 매력 있다. 매력 있는데 승룡 형이 너무 잘하셔서 감히 '내가 하면 어떨까'?란 생각이 안 들 정도였다.
-  아름다운 여배우들과 호흡을 많이 맞췄다. 누가 가장 기억에 남는가?
▲ 다 너무나 훌륭한 여배우들이다. 승룡 형도 너무 기억에 남는다. 하하. (이번에 회식을 자주 했나?) 이번 팀은 술을 많이 안먹았다. 승룡 형도, 감독님도 다 안드신다. 초반에는 '이 팀 왜이러지?'라고 약간 놀라기도 했다.
- 그렇다면 '화차' 때는 술을 많이 먹었나?
▲ 많이 먹었다. 다들 술자리를 좋아해서. 영화를 보면 초반부랑 후반부랑 얼굴이 좀 다르다. 용산 역 장면을 보면 내 얼굴이 통통하다. 감정신이 되게 중요한 장면인데 얼굴에 살이 쪄 있다. 세상에. 
-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 바닷가 신이 겁났던 것 같다. 추위도 그렇고, 한 번 들어가면 다시 찍기가 시간 적으로 어려웠다. 되게 코믹한 신인데 승룡 형이 힘든 일이 있었기에 촬영을 철수하려고 했는데, 힘든 상황임에도 하신다고 하더라. 시간도 많이 촉박하고 집중을 해야 돼서 힘들었다.
- 로맨틱코미디를 좋아하나?
▲ 사실 보는 것은 별로 안좋아한다.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편은 아니라는 얘기. 모든 장르의 영화를 다 좋아하는데 여자들 보다는 로맨틱코미디를 찾아보는 편은 아닌 것 같다. 잘 만든 영화를 보고 싶은 거지. 내가 볼때 로맨틱코미디는 여자들이 보려고 왔다가 같이 온 남자들이 봤을 때 재미를 느끼면 성공한 거라고 생각한다.
- 촬영장에 아내랑 아들이 놀러오기도 하나?
▲ 큰 애는 가끔 행사 있으면 올 때도 있는데, 막내는 애기라서 좀 더 몇 년 더 지나야 될 것 같다. 아이 키워봐라. 다른 일을 할 정신이 없다.
- 아빠 이선균은 아이를 잘 돌보는 편인가?
▲ 그런 것 같은데. 애도 재우고, 자기 전에는 책도 읽어주고 이런다.
- 정상 범주를 벗어난 확 다른 캐릭터를 하고 싶은 생각은?
▲ 또라이 같은? 물론 있다. 어느 이미지를 고수하려고 하는 배우는 없다. 그래도 캐릭터를 보고 작품을 선택하는 건 아니고 여러가지를 고려하고 선택 하는 거니까. 그리고 우선적으로 나한테 오는 작품 안에서 선택해야 하는 거니까.
- 가정이 있는 남자로서, 영화에서처럼 사랑에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나?
▲ 물론이다. 사랑에 노력은 꼭 필요하다. 어떤 다툼이나 싸움이 시작되면 내가 먼저 (상대방을)사랑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면 훨씬 마음이 편하다. 정말 너무 좋아해서 만나고 연애하고 결혼한 사람이지 않나.
- 영화 속에서 잔소리는 심하지만, 요리도 잘하고 임수정 씨처럼 예쁜 부인이라면 용서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 남자는 일을 하다보면 바깥으로 많이 활동하고, 극중 여자인 정인은 아이가 없는 상태에서 주로 집 안에서 생활하다보니 다툼이 안과 밖의 싸움으로 되는 것 같다. 요리 같은 것은..현실적으로 그렇게 해주는 부인이 어디있어? 좋을 것 같은데(웃음). 물론 볼 일 볼 때 뭘 마시라고 강요하는 건 좀 그렇지만. 하하.
- 주연배우가 직접 꼽는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 재미있고 유쾌한 영화다. 권태기 커플들이나 아님 그냥 연인분들도 보러 오면 옆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고, 영화를 본 후 기분좋게 밥을 먹고 소중함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그 시간은 충분히 뿌듯하고 행복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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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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