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오면' 인교진 "바보 역할, 여운이 많이 남네요"[인터뷰]
OSEN 장창환 기자
발행 2012.05.08 17: 42

이렇게 화끈하고 유쾌한 배우는 처음이었다. 배우들은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다소 낯가리는 것이 당연지사. 최근 종영한 SBS 주말극 ‘내일이 오면’의 인교진은 달랐다.
극 중 캐릭터가 흔히 말하는 ‘바보’이다보니 걱정이 앞선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이런 배역을 맡은 배우들이 실제로는 영리하고 말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최근 만난 인교진은 기자의 걱정을 단숨에 불식 시켜 줄만큼 붙임성 있고, 다가가기 편했다. 그렇다고 ‘진짜 바보’라는 말은 아니다.
‘내일이 오면’에서 인교진은 지적 장애를 지닌 이성룡으로 분해 열연, 시청자에게 연기력으로 호평을 받았다. 그는 연기 인생 13년이지만 “이제 인교진 1년 차”라고 생각하고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었다. ‘내일이 오면’ 전까지 ‘도이성’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그는 6개월 동안 이어진 ‘내일이 오면’ 촬영을 끝낸 요즘 “음주가무를 즐기고 있다”고 깜짝 고백했고, 사람들에게 ‘변신의 귀재’로 불리고 싶다고 한다.
이하 일문일답
-6개월간 촬영을 해온 ‘내일이 오면’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을텐데 요즘 뭘 하고 지내나.
▲ ‘내일이 오면’ 촬영이 끝난 지 2주 정도 됐다. 요즘은 음주가무를 즐기고 있다.(웃음) 그동안 하지 못했던 것 원 없이 다 하고 있다. 술은 잘 먹지는 못하는데 먹으면 분위기에 따라서 많이 먹을 때가 있다.
-‘내일이 오면’ 전작 드라마 ‘미쓰 아줌마’ 때까지만 해도 예명 ‘도이성’으로 활동했다. 본명 ‘인교진’으로 돌아온 득별한 이유가 있나.
▲ ‘도이성’은 내 이름 같지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웃음) 새 출발을 하자는 의미에서 ‘인교진’으로 돌아왔다. 처음 MBC 공채로 데뷔했을 때는 내 이름으로 시작했다. 당시 소속사 대표가 무협소설을 좋아해서 ‘도이성’이라는 예명을 쓰게 됐다.(웃음) 그 이름으로 활동을 오래 했다. 이제 본연의 내 이름을 찾고 새 출발을 하는 시기다.
-'내일이 오면'에서 지적장애를 가진 성룡이라는 역할을 잘 소화하며 시청자의 호평을 받았다. 소감이 어떤가.
▲ 바보 연기를 했다.(웃음) 캐릭터가 세니깐 다른 것보다 훨씬 크게 와 닿아는 것 같다. 워낙 특징 있는 캐릭터였고, 이제 바보가 아니어서 그런지 여운도 좀 길게 남았다. 작가가 대본을 처음 줬을 때 자폐인지 지적장애인지 어떻게 소화해야 하는지 잘 몰랐다. 그런데 작가가 내 마음에 드는데로 하라고 하더라. 그래서 캐릭터를 잡았다. 사람들도 나를 진짜 바보로 알더라.(웃음)
-극 중 러브라인이 없었다. 아역배우인 다정(김소연)이랑 많은 신을 같이 했는데 호흡을 잘 맞았나.
▲ 다정이는 사실 어른스럽다. 극 중 내가 바보니깐 항상 웃기게 대했다. 처음에 낯을 가리던 다정이도 정이 들었는지 마지막에는 울고 슬퍼하더라. 사실 6개월간 나를 이끈 힘은 대본에 ‘멜로라인이 있겠지?’라는 기대감이었다.(웃음) 그런데 끝까지 멜로는 없더라.(웃음)
-하석진, 서우, 이규한 등 또래 배우들과의 호흡이 궁금하다. 누구랑 가장 친해졌나.
▲ 나는 규한이랑 정말 친하다. 석진이도 친하다. 정말 젊은 배우들 다 친했다. 드라마 한편을 하면 두세명 정도 친해진다. 그런데 ‘내일이 오면’의 배우들은 이상할 정도로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 같더라. 특이하다는 생각도 했다. 서로 진심으로 아껴줬다.
-젊은 배우들도 많이 나온 만큼 고두심, 임현식 등 대선배들도 많이 출연했다. 특별히 조언을 해준 선배가 있나.
▲ 임현식 선배님이 ‘성룡이 네가 멜로가 있어야 한다’며 큰힘을 줬다.(웃음) 그 외에도 항상 많이 챙겨주셨다. 선생님들 모두 ‘바보 연기하느라 힘들겠다’고. 조언보다는 위로를 많이 해줬다.(웃음) 그래도 즐거웠다.
-지적장애를 가진 인물을 연기하다 보니 깊은 시청자에게 인상을 남겼다. 드라마 이후에 주변 반응이 궁금하다.
 
▲ 애처롭게 알아봐 주신다.(웃음)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이번에는 친근한 이미지를 느껴서 그런지 편하게 다가오시더라.
-'내일이 오면'은 인교진 본인에게 어떤 작품인가.
▲ 나는 이제껏 역할이 작던 크던 평범한 인물을 많이 연기했다. ‘내일이 오면’에서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역할을 많이 했다. ‘내일이 오면’은 내 이름으로 활동하는 첫 작품이다. 그래서 그런지 임팩트 있는 역할일 들어왔다. 출발이 좋다고 생각한다.
-6개월간 촬영하면서 본인에게 기억에 남는 장면이 많을 것 같다. 그 중에서도 가장 슬픈 장면을 꼽자면.
▲ 다정이의 친 부모가 나타나서 헤어지는 신이 있다. 그때 진심으로 슬퍼했다. 또 마지막 회에서 ‘아빠 미안해. 엄마 미안해. 성룡이도 다음에 태어날 땐 똑똑하게 태어날게’리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 그 장면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서 배슬기의 남편으로 깜짝 등장했다. 어떤 계기로 출연했나.
▲ ‘최고의 사랑’ 감독님과 친하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전화가 왔다. ‘대본 보내줄 테니 빨리 읽어봐’라고 했다. 그런데 한 회 한 신이 나왔다.(웃음) 분량이 워낙 적어서 캐릭터가 뭔지 생각한 겨를도 없었다.(웃음)
-1990년 드라마 ‘전원일기’로 데뷔했다. 벌써 연기 경력 13년차 인데 감회가 어떤가.
▲ ‘전원일기’에서 한 회 주인공이었다. 가서 했다. 다단계에 빠진 대학생의 역할이었다. 지금 보면 연기 정말 못하더라.(웃음) ‘내일이 오면’ 감독님이 ‘연기 오래하는 거 무시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제 연기를 조금씩 알아가는 단계다. ‘인교진’으로 활동한지 이제 1년 지났고, 앞으로 더 잘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에서 성격은 워낙 밝고 쾌활했다. 실제 성격은 어떤가.
▲ 내 혈액형은 A형이다. 그래서 원래는 내성적이다. 그런데 연예계에서 일을 오래하다 보니 사람들과 이야기도 잘 하고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13년간 관계자들과 술자리를 자주 갖다보니 유쾌한 성격이 됐다.
-마지막으로 남은 2012년 포부와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듣고 싶다.
▲ 부모님이 이제껏 단 한 번도 내가 원하는 것(연기)을 하지 말라고 얘기하신 적이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극 중 시체 역할을 해도 그런 것까지 다 챙겨 보셨다. 이번에는 상이라도 한번 타서 수상 소감 할 때 부모님 얘기를 하고 싶다. 또 예능프로그램에도 나가서 부모님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고 싶다. 그리고 시청자에게 변신을 잘하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 '변신의 귀재'라는 별명이 좋을 것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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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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