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도 많이 섞였다. 그러나 투수가 ‘됐다’ 싶은 유인구를 그대로 휘둘러 1,2루 간으로 빠지는 안타를 만들었고 이것이 리드를 잡는 결승타의 교두보가 되었다. ‘짐승남’ 김강민(30, SK 와이번스)의 배트 컨트롤이 두산 베어스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31)를 흔들었다.
김강민은 8일 잠실 두산전에 6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장해 1-1로 맞선 6회초 2사 1루서 니퍼트의 4구 째 커브를 밀어 쳐 우전 안타로 연결해 1,3루 찬스를 만들었다. 뒤를 이은 조인성이 1타점 결승 좌전 안타를 때려내며 김강민의 안타는 결과적으로 팀의 2-1 신승 및 팀의 19일 만 선두 탈환에 힘을 보태는 결정적인 안타가 되었다.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볼카운트 2-1로 김강민이 아닌 니퍼트에게 유리한 시점이었다. 니퍼트 입장에서는 공 한 개를 유인구로 떨어뜨려도 밑질 것이 없는 상태였다. 오른손 타자 김강민을 상대로 한 만큼 니퍼트는 4구 째를 빠져나가는 커브로 채택해 던졌다. 각도 나쁘지 않고 움직임도 좋은 공이었다.

그러나 김강민은 이를 깎아 때려내는 듯한 스윙으로 휘둘렀다. 때마침 니퍼트의 커브 궤적이 김강민의 스윙 궤도와 맞아 떨어지며 타구는 바운드된 뒤 스멀스멀 1,2루 간으로 향했다. 1루 주자 박재홍을 견제해야 했던 1루수 최준석이 베이스에 붙어있었고 2루수 김재호도 런 앤 히트 작전을 통해 주자 박재홍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했던 상태라 여유있는 안타로 이어졌다. 2아웃이었던 만큼 주자 박재홍의 스타트도 빨라 1,3루 찬스로 이어졌다.
운이 많이 섞이기도 했으나 어쨌든 김강민이 밑으로 향하는 스윙을 취하면서도 공을 끝까지 본 덕택에 니퍼트의 커브를 때려낸 것은 주지의 사실. 김강민은 지난 5경기서 15타수 3안타(2할)로 타격감이 좋은 편은 아니었으나 행운의 배트 컨트롤 안타로 다음 기회서 상승세를 탈 수 있는 복선을 깔아뒀다. 야구계 속설 중 하나는 ‘바가지 안타 등 행운이 섞인 배트 컨트롤에 기인한 안타는 타자들의 다음 경기 상승세를 이끈다’라는 말이 있고 그동안 이 이야기는 굉장히 자주 맞아 떨어졌다.
니퍼트 입장에서 보면 헛스윙 유도를 위해 적절히 떨어뜨린 변화구를 공략당한 것은 기분 나쁜 일이다. 1회초 선두타자 정근우에게 던진 초구가 좌중간 3루타로 연결되며 2회까지도 흔들렸던 니퍼트는 결국 후속 조인성을 상대로 김강민에게 던진 공과는 반대의 수인 몸쪽 공을 던지려다 그대로 안타를 내줬다.
야구는 멘탈 게임이다. 투수가 생각한 공이 제대로 날아갔어도 타자가 좋은 배트 컨트롤로 안타를 때려낸다면 이는 꽤 큰 파급효과를 준다. 여기에 상대 수비 시프트와 2아웃 상황이라는 점까지 겹치며 니퍼트의 다음 선택을 급하게 만들었다. 김강민이 때려낸 행운의 안타는 경기 결과와 타자의 현재 페이스를 아울러 봤을 때 1안타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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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