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승리를 거두진 못했지만 단연 올 시즌 최고의 피칭이었다.
송승준은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2012 팔도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이날 경기전까지 송승준은 5경기 등판에서 2승 2패 평균자책점 5.79로 다소 부진했다. 원래 송승준은 컨디션이 늦게 올라오는 슬로스타터로 유명하다. 커리어 통산 4월 성적이 8승10패 평균자책점 5.87로 부진했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지난해엔 4월달 1승 1패 평균자책점 4.06을 기록했다.
올 시즌엔 2승을 거두긴 했지만 시즌 초반 투구내용은 좋지 않았다. 특히 피안타율이 3할3푼6리까지 치솟았다. 특히 피장타율이 5할2푼2리를 기록할 정도로 큰 타구를 많이 허용했다. 주무기인 포크볼의 낙폭이 적어 한 가운데 몰리는 볼이 많았고 직구 제구역시 애를 먹었다.

그렇지만 이날 등판에선 완벽하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송승준은 7⅓이닝 6피안타 1볼넷 9탈삼진 1실점(비자책점)으로 눈부신 호투를 펼쳤다. 시즌 3패(2승)째를 떠안았지만 평균자책점을 4.58까지 확 끌어내렸다.
이날 송승준의 투구수는 112개. 직구(43개) 최고구속은 3회 147km까지 기록했고 결정구인 포크볼(36개), 커브(14개), 투심 패스트볼(16개), 슬라이더(3개) 등 팔색조 투구를 펼쳤다. 주로 직구와 포크볼 비율을 비슷하게 가져가던 송승준은 이날 다양한 구질로 타자들을 현혹했다. 특히 결정구인 포크볼과 타자의 의표를 찌르는 커브를 섞어 9개의 삼진을 솎아냈다.
무엇보다 부진을 벗어날 실마리를 잡았다는게 의미있다. 롯데 주형광 투수코치는 "송승준의 초반 징크스는 자신의 스타일때문에 어쩔 수 없다. 그렇지만 본인 스스로 그런 시간이 길어지면 자신감을 잃을 수 있다. 한 번 잘 던지면 그걸 계기로 좋은 리듬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부진한 투구를 이어가던 송승준에게 삼성전은 부진에서 벗어날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날 송승준의 유일한 실점도 야수 실책에서 비롯됐다. 0-0으로 맞선 3회 1사 1루에서 김상수의 우전안타가 나왔고, 본인의 송구실책 포함 실책 2개가 잇달아 나오면서 그 사이 1루주자 정형식이 홈을 밟았다. 그리고 그 점수가 그대로 결승점이 됐다.
7회 투구는 송승준 투구의 백미였다. 선두타자 최형우의 안타와 희생번트, 볼넷으로 1사 1,2루 위기를 맞았다. 여기서 송승준은 이정식과 정형식을 모두 루킹 삼진으로 솎아냈다. 상대 의표를 찌르는 강민호와의 호흡이 백미였다. 이로써 송승준은 올 시즌 한 경기 최다이닝 기록을 새로이 썼다.
비록 롯데는 1-2로 패배를 당했지만 송승준에겐 부진 탈출 실마리를 잡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롯데 역시 시즌초반 타선과 불펜의 힘으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시즌을 꾸려가기 위해선 1선발 송승준의 부활이 필수적이다. 롯데와 송승준이 1패 속에도 안도의 한 숨을 내 쉴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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