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전적 2승 4패. 수비 불안으로 2경기 역전패를 당했고 지난해 고비마다 발목을 잡던 병살타가 또다시 나오며 월 4패 째 빌미가 되었다. 6경기 중 4경기서 선발 투수가 분전했음에도 추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기세가 꺾였다. 김진욱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가 또다시 ‘5월 암초’를 만났다.
두산은 지난 8일 잠실 SK전서 선발 더스틴 니퍼트의 7이닝 2실점 호투에도 불구, 5안타 1득점으로 상대 투수진에 묶이며 1-2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두산은 최근 3연패 및 시즌 전적 12승 1무 9패(3위, 8일 현재)로 SK의 선두 탈환을 본의 아니게 도왔다.
아직 올 시즌 5월 6경기 밖에 치르지 않았으나 최근 들어 4월의 좋았던 경기력이 저하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약점으로 지적되던 계투진이 말썽을 일으키기도 했고 LG와의 어린이날 3연전 중 두 경기 총 실책 5개가 나오며 연속 역전패를 자초했다. 8일 SK전서는 4개의 적시 병살타로 스스로 분위기를 끊었다. 두산은 지난해 병살타 총 118개로 롯데에 이어 불명예 2위에 오른 바 있다.

지난해 5월 한 달 간 두산 베어스는 내우외환 속에 2위에서 최하 7위까지 떨어지며 시즌을 그르치고 말았다. 마무리 투수를 맡던 임태훈이 전열 이탈했고 주전 유격수 손시헌이 늑골 골절상을 당한 데 이어 새로 가세한 외국인 투수 페르난도 니에베도 선발 보직만을 고집하는 등 팀에 적응하지 못하며 경기력 저하 속에 최악의 한 달을 보내고 포스트시즌 진출에도 실패했다.
그러나 전열 이탈한 선수들에게만 팀의 5월 쇠락의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는 일. 2008년서부터 줄곧 우승 후보로 평가받았으나 상대적으로 취약한 선발진,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과 이탈 등이 이어지며 대권을 잡는 데 실패했던 두산은 2011시즌 초반부터 SK에 밀리자 기세를 좀 더 일찍 잃어갔다. 우승이라는 목표에 집중하고 시즌 테이프를 끊었으나 생각처럼 상대를 밀어내지 못하면서 선수단 내부에 초조함이 가득했던 순간이다.
그해 5월 두산 선수단에서 리그 두각을 나타낼 만큼 맹활약한 선수는 냉정히 말해 니퍼트-김선우 원투펀치 정도에 불과했다. 결국 두산은 지난해 5월 한 달간 7승 1무 17패로 무너졌고 시즌 끝까지 다시는 4위 안으로 입성하지 못했다.
그 당시와 달리 현재 두산 선수단 분위기는 굉장히 좋아진 상태다. 감독은 선수들에게 최대한 권리를 주고자 노력 중이고 선수들도 자신이 가장 제대로 해야 할 플레이에 집중하고자 노력 중이다. 그러나 3연패 동안 두산이 보여준 경기력은 팬들에게 그리 믿음을 심어주지 못했다.
지더라도 팬이 납득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보기는 무리가 있었다. 구위 좋은 투수들이 포진한 계투진이 전체적으로 난조에 빠지며 선발이 호투해 리드를 잡아도 뒤집힐 수 있다는 불안감을 내포하기도 했고 수비진에서 생각지 못한 실책도 나오며 허탈함을 자아냈다.
8일 경기 4병살타는 아쉬움이 컸던 장면이다. 2회 3루수 병살타를 친 윤석민은 대결을 8구까지 이끌며 상대 선발 이영욱을 괴롭혔으나 결국 당겨친 타구가 3루수 최정 앞으로 굴러갔다. 5구 째 때려낸 손시헌의 유격수 병살타는 최윤석의 호수비에 막힌 운이 없는 타구였다. 여기까지는 경기 초반이었고 성급한 공략이 아니었던 만큼 납득할 만 하다.
그러나 7회 최준석의 유격수 병살타와 8회 양의지의 3루수 병살타는 초구, 2구 만에 당겨친 타구가 병살로 연결된 경우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당겨치는 힘이 좋아 번트 지시를 내리기 아까운 두 타자의 ‘일찍 당겨치기’가 하필 병살타로 이어지며 두산의 추격세는 결국 흐름을 타지 못하고 끊어지고 말았다.
병살타를 무조건 결과에만 대입해 탓할 수는 없다. 상대 허를 찌르는 힘의 타격으로 나섰던 시도가 담겨있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5월 두산을 지켜보는 야구인들은 ‘야수층이 두껍고 개개인의 실력이 좋은 팀이다. 지금 병살을 양산해도 언젠가 그 페이스가 수그러들 것’이라는 예상을 놓았으나 결과는 반대로 흘러갔던 바 있다. 타자들이 투수를 끈질기게 괴롭히기보다 스스로 쫓기다가 성급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고 결국 그로 인해 한 시즌을 그르치고 말았던 두산의 5월이다.
김 감독은 당장 1승에 집착하기보다 앞으로의 팀 컬러 확립을 위한 과도기로 생각하며 5월 초순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현재 1위 SK와 4위 LG의 격차가 불과 반 게임 차 밖에 안 되는 데다 최하위 한화도 SK에 불과 5경기 차로 밀려있을 뿐이다. 잠깐 주춤했다가 확 밀려버릴 수도 있는 판도가 구축되고 있다.
결국 지난해 5월 수난기를 직접 겪었던 선수들이 스스로 어떻게 수렁을 빠져나가야 하는 지 융통성 있고 유연한 시각으로 돌파구를 찾는 데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비를 빠져나간다면 오히려 더욱 탄력을 받아 상승세를 탈 수도 있으나 지난해 5월 경기력 저하를 2년 연속으로 답습한다면 두산의 2012시즌도 그리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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