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전 최약체로 보였던 LG 선발 마운드가 최성훈·이승우 깜짝 좌완들의 호투로 선전하고 있다.
지금까지 LG는 최성훈과 이승우가 선발 등판한 6경기 중 4경기에서 승리했다. 최성훈이 올해 대졸 신인, 이승우가 올 시즌 전까지 1군 무대 경험이 고작 13이닝에 불과한 것을 고려하면 둘은 그야말로 예상외의 호투를 펼치고 있는 셈이다.
전지훈련, 그리고 시범경기까지만 해도 두 좌완이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할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았었다. 최성훈이 신인답지 않게 과감한 투구를 했지만 시범경기에서 다소 움츠려들었고 결국 개막전 1군 엔트리 진입에 실패했다. 이승우는 지난해 받은 팔꿈치 수술의 재활로 인해 전지훈련에 참석하지 못했고 4월 8일 개막 2연전 두 번째 경기에 선발 등판할 때까지만 해도 투구수가 제한되어 있었다.

하지만 두 좌완은 신예답지 않게 정교한 제구력을 바탕으로 마운드를 잘 지켜내고 있다. 비록 등판 표본이 부족하긴 하지만 최성훈은 두 경기 선발 등판에서 총 11⅓이닝 4실점으로 두 번 연속 퀄리티스타트급 활약을 펼쳤다. 이승우도 선발로 나선 4경기에서 21⅔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2.91를 마크 중이다.
둘의 최대 장점은 컨트롤이 좋고 땅볼 유도에 용이한 직구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최성훈은 포심 패스트볼을 구사해도 투구가 휘어나간다. LG 차명석 투수코치는 “최성훈 본인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거 같은데 최성훈의 직구는 자연스럽게 무빙이 걸린다”며 “몸쪽 공이 내야 땅볼로 연결되는 것은 최성훈의 컨트롤과 구위가 그만큼 조화가 잘 되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승우의 땅볼 유도 무기는 투심 패스트볼이다. 까다롭게 꺾여 들어가는 투심에 타자들은 좀처럼 대처하지 못하곤 한다. 한 팀의 4번 타자를 맡고 있는 모 선수는 이승우와 상대하기 앞서 “시범경기 때 이승우의 공을 봤다. 주키치처럼 직구가 마지막에 꺾여 들어오더라”고 경계심을 보인 바 있다.
물론 두 투수의 올 시즌 활약을 확신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 무엇보다 두 좌완 모두 지금껏 상대 타자들에게 노출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차 코치는 “타자들이 낯설게 느끼는 게 이들에게 최고의 무기가 되고 있다”고 짧게 호투원인을 밝히면서도 “두 투수 모두 어느 정도 기대가 되기 때문에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린 것이다. 스스로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선발투수로 성장하리라 본다”고 제자들에게 흐뭇한 미소를 보였다.
최성훈·이승우 좌완듀오가 시즌 내내 지금과 같은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그래서 한 팀의 두 투수가 신인왕을 놓고 다투는 모습까지 연출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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