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만 만나면 유난히 작아지던 LG가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LG는 8일 목독구장에서 열린 올 시즌 넥센과의 3번째 경기에서 8-2로 완승했다. 이로써 LG는 지난 시즌부터 이어져온 넥센전 4연패를 끊었다.
지난 시즌부터 LG에 넥센은 그야말로 약연 그 자체였다. 작년 7승 12패로 상대전적에서 크게 뒤졌고 19경기 중 9경기가 1점차 승부, 5경기는 연장접전이었다. 페넌트레이스 흐름상으로도 악영향뿐이었다. LG는 시즌 중반까지 4위안에 자리했지만 전반기 마지막 넥센과 3연전에서 충격의 스윕패를 당했고 그 다음 3연전에서도 스윕패로 순식간에 내려앉았다.

올 시즌에도 악연은 계속되는 듯싶었다. 4월 24일 첫 맞대결에서 LG는 3점차로 뒤지는 상황에서도 스리번트를 감행하는 등 시작부터 넥센 징크스를 깨뜨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하지만 9회말 동점 상황에서 끝내기 안타로 보였던 이진영의 타구가 넥센 좌익수 장기영의 호수비에 걸렸고 끝내 LG는 연장전에서 넥센에 물러서고 말았다. 26일 올 시즌 두 번째 맞대결에선 9회초 리즈가 3연속 볼넷을 저지르며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었다.
일단 넥센 악몽은 거기까지였다. LG는 8일 경기에서 넥센에 모든 면에서 앞서며 경기를 가져갔다. 신인 좌완투수 최성훈은 2경기 연속으로 호투를 펼치며 강윤구와의 선발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이날 최성훈은 신인답지 않게 안정적인 제구력을 뽐냈고 직구·슬라이더·커브가 조화를 이루며 넥센 타선을 제압했다. 경기 중반 홈런 허용 후 볼넷 두 개를 범하며 흔들리지 않았다면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도 가능했다.
타선이 점수를 뽑는 과정도 좋았다. 1번 타자로서 100% 출루를 기록한 박용택이 1회초 첫 타석 안타 후 도루와 희생플라이로 홈을 밟아 선취점을 주도했다. 3회초에는 득점권 찬스에서 이진영이 작전을 완벽히 수행, 볼카운트 B3S1에서 중견수를 넘어가는 적시타를 날렸다.
이후 8회초 2-2 팽팽한 접전에서 이진영은 다시 한 번 승리를 향한 한 방을 때렸다. 2사 만루에서 김상수의 낮게 제구된 공을 절묘하게 받아쳐 3타점 2루타를 작렬,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로써 이진영은 지난 몇 경기에서 잘 맞은 타구마다 야수 정면으로 향했던 불운을 잊을 수 있었다.
패배 징크스를 깨뜨리는 최고의 약은 승리다. 지난 주 LG는 4승 2패로 2연속 위닝시리즈를 달성, LG 김기태 감독이 “5월 어린이날 시리즈까지가 분수령이다”고 밝힌 것에 집중력과 승리로 보답했다. 그리고 분수령 뒤 만난 가장 껄끄러운 상대인 넥센과의 시리즈 첫 경기도 낙승했다.
김 감독은 넥센과의 올 시즌 두 번째 시리즈를 앞두고 “지난번에 두 번 패했으니 이제 이를 갚으러 가려한다”고 각오를 전했고 8일 경기는 김 감독의 생각대로 진행됐다. 김 감독은 “6월에는 지금 1군에 빠져있는 신예 선수, 베테랑 선수, 대기 병력 선수들이 모두 좋아질 것이다”고 6월 스퍼트를 강조한 바 있다. LG가 이번 달 넥센과 두 번의 시리즈를 잘 넘긴다면 김 감독의 청사진은 6월까지 무리 없이 그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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