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이 잠시 주춤하면 다른 한 명이 올라온다. 그게 요즘 롯데다".
롯데 자이언츠 양승호 감독은 시즌 초반 롯데의 상승세의 이유로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선수들의 상승-하락세를 꼽았다. 한 시즌을 치르면서 주축 선수들의 컨디션은 반드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게 돼있다. 이때 잘 나가는 집안은 일부 선수의 컨디션이 바닥을 치더라도 다른 선수가 그 자리를 채워준다. 초반 롯데의 타선이 그랬다. 고전했던 손아섭과 황재균도 어느정도 궤도에 올라왔다.
8일 현재 SK 와이번스와 함께 공동선두 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롯데지만 최근엔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지난주 불펜진의 부진속에 3승3패로 5할을 맞춘 롯데는 삼성과의 주중 3연전 첫 경기에서 4안타 빈타속에 1-2로 졌다. 불방망이를 자랑하는 롯데 타선이지만 언제나 잘 칠수는 없는 법이다. 그렇지만 패배 속에서 찾은 반가운 소식은 송승준이 부활 조짐을 보인 사실이다.

이제 롯데는 또 다른 세 명의 '톱니바퀴'가 제 자리를 찾아 순항할 준비를 마쳤다. 바로 선발투수 송승준-라이언 사도스키와 불펜투수 이승호다.
▲ '슬로스타터' 송승준-사도스키, 4월은 끝났다
올 시즌 롯데는 한화와의 홈 개막 2연전에 송승준-사도스키를 선발로 내세웠다. 이들 둘이 1,2선발임을 인정한 것이다. 둘의 공통점이 있다면 페이스가 늦게 올라온다는 점. 서서히 페이스를 끌어 올리다가 날이 뜨거워지는 여름쯤 되면 페이스가 한창 최고조로 오른다.
송승준의 커리어 통산 4월 성적은 8승10패 평균자책점 5.87, 사도스키는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6.23이다. 올해는 송승준이 4월 2승을 거뒀고 사도스키는 여전히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이러한 가운데 양 감독은 "작년에는 4월달에 둘이 합해서 딱 1승만 했다. 근데 올해는 둘이서 2승을 했길래 '그정도면 됐다. 작년보다 잘 했으니 만족한다'라고만 말 해줬다"면서 "두 선수에 대해서는 딱히 걱정 안 한다. 알아서 놔두면 올라올 선수"라고 굳은 신뢰를 보였다.
주형광 투수코치 역시 마찬가지 반응이었다. 주 코치는 1,2선발의 시즌초반 부진에 대해 묻자 "날이 더워지면 페이스가 올라오는 스타일이다. 선수에 따라서 신체 리듬이 다른데 둘 다 여름에 컨디션이 가장 좋을 것"이라면서 "그렇지만 시즌 초반 부진해도 '난 어차피 슬로스타터니깐 그런 것'이라고 본인이 위안을 해 버리면 안 된다. 둘 다 노력하고 있으니 곧 올라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4월은 쉐인 유먼(3승)과 이용훈(4승, 선발 2승)이 선발진에서 선전했다. 그렇지만 불펜진의 힘이 떨어지고 있는 지금 송승준과 사도스키가 제 역할을 해 준다면 롯데는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다. 일단 송승준은 8일 경기서 실책으로 인해 비자책점 패배를 당했지만 7⅓이닝 6피안타 9탈삼진 1실점(비자책점)으로 올 시즌 최고의 피칭을 했다. 실투가 눈에띄게 줄어들고 변화구의 날카로움을 더했다. 여기에 사도스키도 지난 3일 목동 넥센전에서 6이닝 6피안타 2실점으로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기록을 이어갔다. 이제 둘은 올라갈 일만 남았다.
▲ '1군 복귀' 이승호, 불펜에 새 톱니장착
첫 한 달은 불펜의 역투와 함께 순항을 거듭한 롯데였지만 지난주엔 철저하게 공략당했다. 최대성은 3경기에서 모두 초구 직구를 던져 결승홈런을 얻어맞는 수모를 당했고, 마무리 김사율은 6일 문학 SK전에서 조인성에 끝내기 홈런을 헌납했다. 불펜 투수들의 컨디션 상승-하락은 필연적이다. 언제 출전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게 이상적이지만 사람의 몸이 긴장한 상태로 한 시즌을 보낼수는 없는 법이다.
4월 한 달동안 롯데 불펜의 성적표는 4승 1패 10홀드 5세이브 평균자책점 4.06이다. 3점차 이내 접전 상황으로 범위를 좁히면 평균자책점은 3.19로 대폭 떨어진다. 이는 SK(ERA 1.95)에 이은 2위 기록이다. 그렇지만 5월 들어서는 1승 2패 4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4.91로 힘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접전 상황에서 약했다. 3점차 이내일 때 평균자책점은 5.73으로 치솟는다.
이럴 때 불펜에는 새로운 피가 수혈돼야만 한다. 그 주인공은 바로 좌완 이승호다. FA계약과 함께 롯데 유니폼을 입은 이승호지만 부진으로 인해 개막 엔트리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꾸준히 2군에서 몸을 만들어 온 이승호는 9일 경기를 앞두고 1군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승호는 2군경기 5경기에 출전, 14이닝을 소화하며 탈삼진 7개와 볼넷 6개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130km대 초중반에 머물던 구속을 140km 초반까지 끌어올렸다. 양 감독은 "당장 필승조에 넣지는 않겠다"고 밝혔지만 필승 계투조부터 시작해서 마무리투수까지 소화할 수 있는 이승호이기에 제 컨디션만 찾는다면 롯데에 새 힘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롯데로선 이승호가 정대현의 복귀까지 불펜에서 자기 자리를 지키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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