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이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방출이라니. 방출 사유는 무엇인가”.
한솥밥을 먹던 투수. 리그는 다르지만 같은 시기 동양 야구를 처음 접하는 입장이었던 만큼 때이른 방출 소식에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두산 베어스의 마무리 투수 스캇 프록터(35)가 LA 다저스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메이저리그 통산 119승의 우완 브래드 페니(34)의 소프트뱅크 방출 소식에 깜짝 놀랐다.
프록터는 9일 잠실 SK전을 앞두고 훈련을 마친 뒤 페니의 일본 방출 소식을 전해들었다. 2000년 플로리다 말린스(마이애미의 전신)에서 데뷔한 페니는 이후 다저스,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세인트루이스, 디트로이트에서 활약한 실력파 우완으로 주목받았다. 올 시즌부터 일본 퍼시픽리그팀 소프트뱅크 유니폼을 입었으나 결국 1경기 1패 평균자책점 10.80의 성적만을 남긴 채 지난 8일 구단과 합의 하에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올 시즌 두산의 뒷문을 지키며 9경기 8세이브(1위, 8일 현재) 평균자책점 1.00으로 순조롭게 한국 무대에 적응, 명불허전임을 보여주는 프록터와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훈련을 마치고 라커룸으로 향하던 프록터는 ‘페니의 방출 소식을 알고 있는가’라고 묻자 “뭐라고”라며 화들짝 놀랐다.
프록터와 페니는 과거 다저스에서 선발과 필승 계투로 한솥밥을 먹었던 바 있다. 다저스 시절 페니는 2006시즌 16승을 올리면서 내셔널리그 다승왕 타이틀을 획득하는 등 전성기를 보냈다. 한때 에이스이자 동료로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투수의 초라한 동양 야구 실패 소식이 프록터에게는 꽤 충격이었던 것으로 보였다.
“믿기지가 않는다. 이제 겨우 시즌 초반일 뿐인데 벌써 방출이라니. 일본을 떠나게 된 사유가 무엇인가”. 프록터에게 오른 어깨 통증 및 리그 적응 실패라는 답을 던지자 프록터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프록터는 페니와 달리 어느새 팀 일원으로서 확실히 자리를 굳혀가고 있으나 그래도 타지에서 팀에 적응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일본 가고시마 전지훈련에서 만났을 때 서로 잘 하자고 격려했는데 안타깝다. 다음에는 어느 리그에서 뛰더라도 좋은 모습으로 페니의 위력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물론 나는 현재 이 자리에서 최대한 좋은 활약으로 팀 승리를 지켜야 하고”. 프록터의 표정은 어느새 비장하게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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