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찰청에서 마무리 노릇을 했다고는 해도 이전까지 1군 경기 경험이 18경기에 불과했던 투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고 군 제대 후 팀을 옮기는 과정까지 겪은 우완 투수가 선발 투수 부상을 메우러 왔다가 팀 승리를 견인하고 데뷔 첫 승까지 거뒀다. SK 와이번스의 프로 8년차 우완 전유수(26)의 2012년 5월 9일은 뜻깊은 날이었다.
전유수는 9일 잠실 두산전서 2-1로 앞선 1회말 2사 3루서 선발 마리오 산티아고를 대신해 마운드에 올랐다. 마리오가 직전 타자 김동주의 타구를 오른 손바닥에 맞으면서 정상적인 투구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등판 지시였던 만큼 몸을 제대로 풀 기회도 없었다.
2005년 경남상고(현 부경고)를 졸업하고 현재 넥센 히어로즈의 전신 격인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한 전유수는 지난해까지만해도 전승윤이라는 이름으로 뛰던 투수다. 그러나 지난 시즌까지 전유수는 18경기서 승패 세이브, 홀드 없이 평균자책점 10.59만을 기록한 철저한 무명 투수였다.

지난해 경찰청 소속으로 퓨처스리그서 5승 3패 20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3.23로 가능성을 보였던 전유수는 140km대 후반의 직구를 던질 수 있는 우완이었으나 제구난으로 인해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지난해 SK 2군 감독을 지내기도 했던 이만수 감독은 전유수의 가능성을 높이 샀고 결국 백업 포수 최경철(32)과의 맞트레이드로 전유수는 SK 유니폼을 입었다.
두산과의 잠실 3연전을 앞두고 이 감독은 전유수에 대해 “계투로 기회를 얻을 수는 있을 것”이라며 여유있을 때 출격시킬 것을 암시했다. 그러나 막상 찾아온 출장 기회는 선발 투수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인해 잡은 대체자 역할이었다.
결과는 대박. 이따금씩 제구가 불안했고 상대 타선의 응집력 부족도 편승했으나 3⅓이닝 동안 4피안타(탈삼진 1개, 사사구 1개)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SK 승리를 뒷받침한 뒤 자신은 데뷔 7년 만에 첫 1군 승리까지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팀은 9-5로 승리했고 가장 효과적인 투구를 한 전유수에게는 승리 투수의 영광이 돌아갔다.
경기 후 전유수는 “두 번째 투수로 나간다고 예고를 받아 대기 중이었는데 마리오의 갑작스러운 강판으로 놀랍고 당황스러웠다. 제구가 잘 안된다는 평이 있어 제구에 신경썼고 윤석민에게 적시타를 맞은 뒤 마음이 편해졌다. 내가 게임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고 제구에 신경쓰고 수비를 믿고 던진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다시는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라며 각오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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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