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IA 포수 김상훈을 모델로 한 TV광고가 화제가 된 바 있다. 투수가 사인을 잘 보도록 손톱을 칠하는 김상훈과 그것을 도와주는 그의 아내의 모습은 포수의 희생과 배려를 함축적으로 잘 드러낸다.
사실 모든 포수가 매니큐어를 칠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포수들은 손톱을 칠한다 하더라도 그 효과가 적기 때문에 손톱을 칠하길 꺼린다. 여기에 매니큐어를 칠하는 대신 스티커를 붙이는 '간편파'도 있다. 경기에 출전 할때만 손톱에 스티커를 붙이면 되니 간편하다.
강민호는 스티커를 애용하는 쪽에 속한다. 지난 9일 삼성전을 앞두고 사직구장에서 만난 강민호는 경기 전 자랑스럽게 손등을 펼쳐 보였다. 그의 손톱에는 형광 연두색 스티커가 가지런히 붙어 있었다. 한동안 손을 접을 줄 모르던 강민호에게 왜 그 색을 붙였는지 물어봤다.

그러자 강민호는 "전 A급 포수잖아요"라며 한껏 자랑스럽게 말했다. 눈에 잘 띄는 게 목적인 스티커인 만큼 야간경기에서도 눈에 잘 띄는 형광 스티커를 선택한 것. 손톱 스티커 색을 선택하는 센스보다 더 뛰어난 것이 있으니 롯데에서 강민호의 비중이다.
롯데에서는 "강민호가 없으면 올해 야구 접어야 한다"라는 말이 들릴 정도로 그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백업포수 장성우의 군입대 속에서도 강민호는 지난해보다 더욱 늘어난 출장시간을 소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롯데가 치른 24경기에 모두 출전, 무려 209⅓이닝동안 포수마스크를 썼다. 포수부문 2위인 넥센 허도환(150⅓이닝)보다 무려 59이닝이나 더 출전했다. 대략 6경기 이상 더 출전한 셈이다.
강민호는 "체력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고, 롯데 이진오 수석 트레이너 역시 "아픈데는 전혀 없다. 시즌 개막 때 잠시 허리를 삐끗한걸 제외하고는 출전하는데 문제는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에 큰 문제는 없을 수 있지만 날이 더워지면서 피로가 몸에 누적되는 여름은 걱정이 안 될수가 없다.
현재 1군에서 강민호를 받치고 있는 신인 백업포수 윤여운은 단 5이닝만 소화했을 뿐이다. 양승호 감독은 "1군에 따라다니며 1군 투수들의 불펜피칭 공을 많이 받아보고, 또 경기중에는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된다"며 윤여운의 지속적인 1군 엔트리 등록을 설명했다.
강민호의 팀 내 비중은 타격 성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날 강민호는 4타수 3안타를 기록하며 타격 페이스를 한껏 끌어올렸다. 현재 타율은 3할1푼5리로 전체 11위, 포수 가운데는 단연 1위다. 또한 홈런 3개로 홍성흔(4개)에 이어 팀내 2위, 타점 13점으로 홍성흔(23점)과 전준우(16점)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체력적 부담이 큰 포수 마스크를 쓰면서 지명타자급 타격을 보여주니 쉽사리 강민호에 휴식을 주기도 어렵다.
수비 역시 많이 안정됐다. 지난해 강민호는 포수가운데 가장 많은 실책(15개)을 기록했다. 그렇지만 올해는 아직까지 실책이 단 하나도 없다. 도루저지율은 2할4푼으로 중위권을 이루고 있다.
팔방미인 강민호는 본인 입으로 'A급 포수'라는 말을 할 자격이 충분히 된다. 매년 성장을 거듭하는 강민호의 올 시즌 최종 성적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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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