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로 돌아간 신본기의 뒤늦은 한탄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5.10 10: 40

"찬스 한 번만 살렸더라면…".
롯데 자이언츠 신인 내야수 신본기(23)는 야구를 시작한 이후 가장 행복하면서 정신없는 열흘을 보냈다. 지난달 28일 주전 유격수 문규현이 수비도중 무릎에 부상을 입으며 1군 엔트리에서 빠졌고, 신본기는 곧바로 그 자리를 꿰찼다.
수비에서는 신인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안정감을 뽐냈다. 입단 당시부터 불리던 별명인 '기본기'가 괜히 붙은 게 아니라는 걸 스스로 증명해냈다. 침착한 수비와 넓은 범위, 강한 어깨에 판단력까지 유격수가 갖춰야 할 기본기는 모두 갖췄다는게 주위 평가다.

그렇지만 타격은 분명 아쉬웠다. 문규현이 빠진사이 8경기동안 유격수 자리를 차지했던 신본기의 타격 성적은 타율 8푼7리(23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에 그쳤다. 박정태 타격코치는 "원래 방망이가 약한 선수가 절대 아니다. 그런데 갑자기 주전으로 나가고 하다보니 밸런스가 무너졌다. 이게 본기의 실력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적극 변호했지만 풀타임 주전으로는 아쉬운 타격이었다.
9일 경기를 앞두고 문규현은 1군 엔트리에 등록되는것과 동시에 선발 유격수로 출전했다. 그리고 다시 벤치로 밀린 신본기는 "아쉬운 것이 정말 많다"며 지난 열흘을 돌이켰다.
역시 가장 아쉬운 건 타격이다. 특히 지난 주말 SK와의 문학 3연전에서 9번타자 신본기에 기회가 유독 많이 걸렸다. 하지만 신본기는 번번이 삼진과 번타로 고개를 숙였다. 그 3연전에서 신본기는 9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그때문인지 신본기는 "찬스 한 번만 살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가장 크다. 내 기량을 다 못 보여준것 같아 정말 아쉽다"고 했다.
수비실력 말고도 신본기는 또 다른 장점을 가진 선수인데 바로 빠른 발이다. 지난 겨울 전지훈련당시 측정한 50m 달리기는 조성환과 함께 팀 내 공동 1위였다. 그렇지만 아직 프로에선 도루가 없다. 그는 "정말 보여주고 싶은게 많았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발"이었다며 "근데 출루를 못 하니까 뛸 기회도 없었다. 지나고보니 정말 소중했던 기회라는 생각 뿐"이라고 다시 한 번 아쉬워했다.
일단 수비에선 백업 요원으로 충분히 합격점을 받은만큼 1군 활약은 어느정도 보장됐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수비만 잘 하는 반쪽짜리 선수가 되고싶진 않다. 타격 실력도 그만큼 키워낼 것"이라고 각오를 내비쳤다.
방망이가 안 맞는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유격수 SK 박진만도 데뷔 초기엔 타격이 약점이었다. 1997년엔 112경기에 출전하고 타율이 1할8푼5리에 그쳤다. 이 사실을 신본기에게 말했더니 다부진 답변이 돌아왔다. "초등학교 2학년 때인 그 해(1997년)부터 제가 야구를 시작했어요. TV를 통해 박진만 선배님 수비를 유심히 봤던 기억이 나요. 언젠가는 저런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하며 말이죠. 여전히 제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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