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트레이드 적기인 것은 사실이다. 현금만 받고 2차 드래프트, 보호 선수 20인 외 선수들을 빼앗기는 것보다는 일단 팀에 필요한 부분을 시즌 중 찾는 쪽이 좋지 않을까”,
10억원 가량의 현금을 받고 준척급 선수를 내주거나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유망주를 보내주기 전에 일단 당장 팀이 필요한 부분을 채워 넣고자 트레이드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다음 시즌 NC 다이노스의 1군 진입 확정은 앞으로 두 달 여간 8개 구단의 활발한 선수 교환 거래 바람까지 불러 일으킬 것인가.
지난 8일 9개 구단 사장단으로 구성된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는 제10구단 창단 여부는 보류했으나 9구단 NC의 2013년 1군 진입에는 찬성했다. 다음 시즌 프로야구 1군 무대 막내로 가세하는 NC에게 올 시즌 후 각 구단 보호선수 20인 엔트리 외 선수를 팀 당 한 명씩 지명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보상금은 10억원 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각 팀 당 보호선수 40인 외 선수들이 새 팀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될 ‘한국형 룰5 드래프트’인 2차 드래프트도 다음 시즌 후 열린다. 1라운드 3억원, 2라운드 2억원, 3라운드 1억원으로 데려가는 팀이 원 소속구단에 보상금을 지불하는 제도. 이미 지난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기회를 찾은 최승환(한화), 김성배(롯데), 김일경(LG) 등이 새 팀에서 요긴한 역할을 하고 있다.
1990년대 말 IMF 체제 당시부터 구단 좌초 위기의 쌍방울이 곳간으로 전락하며 일어나기 시작한 현금 트레이드. 2009년 12월 30일에도 히어로즈가 주축 이택근(넥센, 당시 LG), 장원삼(삼성), 이현승(상무, 당시 두산)을 보내면서 현금과 함께 선수를 받았던 바 있다. 그러나 지금은 넥센이 과거처럼 주력 선수 공급을 통한 구단 재원 확충이 아니라 투자에 이은 선수단 기틀 구축에 힘쓰고 있어 일방적인 현금 트레이드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
현재 프로야구에서 주전 뿐만 아니라 1.5군급 선수나 유망주에 대한 기대치와 비중이 굉장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선발 로테이션 3선발 안에 들거나 주축 셋업맨, 마무리. 혹은 주전 라인업에 있는 선수들은 트레이드 불가 방침이 당연시 되고 있고 퓨처스리그 유망주들에 대한 기대치도 예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그만큼 유망주들의 병역 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하며 제대병을 기다리는 삼성이나 전도유망한 군 제대 유망주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두산 등은 벌써부터 보호선수로 누굴 묶어야 하는 지 고심 중이다. 특히 NC 지휘봉을 잡고 있는 김경문 감독은 두산 시절 스타 플레이어에게 의존하기보다 유망주나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져있던 백업 선수를 중용해 큰 재미를 봤던 지도자다. 시즌 후 각 팀 20인 보호선수 외에서 지명된 이들이 다음 시즌 NC의 스타 플레이어가 되어 10억 돈뭉치를 들고 있는 원 소속팀을 향해 칼을 겨눌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때문에 특정 포지션에 좋은 선수들이 중첩된 팀이나 전체적으로 주전과 백업 선수의 기량 차가 크지 않은 팀은 시즌 후 NC로의 선수 양도와 2013시즌 후 2차 드래프트에서 선수를 내주는 것보다 시즌 중 트레이드 마감시한(7월 31일)이 되기 전 타 구단과 선수를 맞교환하는 데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당장 집중하는 부분은 20인 이외 1군급 선수를 내줄 가능성이다. 한 구단 사장은 “지금이 트레이드 적기인 것은 분명하다. 현금을 받고 키우던 유망주를 내주는 것보다는 우리에게 필요한 자원을 선수단에 충원하는 쪽이 더 낫기 때문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선수 교환 이후 손익 계산이 점차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어 막상 트레이드 협상 테이블에서 맞교환을 성사시키기가 쉽지는 않다. 2009년 KIA와 LG의 김상현+박기남-강철민 트레이드나 경기조작으로 팀을 불명예스럽게 떠난 박현준, 김성현이 포함된 2010년 LG-SK의 4-3 트레이드, 2011년 LG-넥센의 2-2 트레이드 등은 아직도 LG에 아픈 기억이 되고 있다.
또한 전체적으로 모든 팀이 유망주를 보내는 데 대한 훗날의 부메랑 효과를 두려워하고 있는 데다 트레이드 성사 이전 정보가 노출되면 그대로 판이 엎어지는 경우가 많아 최대한 물밑으로 이야기를 조심스레 교환하는 정도다. 만약 포수를 트레이드하면 팀 전략의 상당부분을 타 팀에 넘겨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고 구위는 좋지만 제구가 아쉬운 투수가 팀을 옮겨 잠재력을 현실화한다면 원 소속팀은 비난 공세를 피할 수 없다.
그러나 NC의 내년 1군 가세가 확정되며 ‘시즌 후 현금을 받고 유망주를 내주기보다는 카드가 맞을 때 당장 필요한 부분을 서로 채워넣는 것이 좋다’라는 분위기가 좀 더 우세하다.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9일 현재 선두 SK와 최하위 한화의 격차가 6경기 차에 불과할 정도로 각 팀 간의 전력 차가 그리 크지 않은 만큼 당장 팀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전략이 차라리 낫다는 분위기가 솔솔 풍기고 있다.
올 시즌 개막 후 일어난 선수 맞교환은 지난 5일 포수 최경철(넥센)-우완 전유수(SK) 트레이드 밖에 없다. 전 소속팀에서 제 기회를 얻지 못하던 선수들의 살 길을 찾아주기 위해 양 팀이 합의를 도출한 트레이드로 이는 다음 시즌 NC의 1군 가세가 결정되기 이전에 일어난 선수 거래다. 상황이 달라져 시즌 중 트레이드 발발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누가 어떻게 협상 테이블에 트레이드 카드를 놓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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