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중근의 마무리 투수를 향한 새로운 도전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2.05.10 08: 39

LG의 좌완에이스 봉중근(32)이 올 시즌 마무리 투수란 새로운 도전에 임한다.
봉중근은 2007시즌을 앞두고 미국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국내로 유턴, 2008시즌부터 본격적인 팀 내 부동의 1선발 에이스로 활약했다. 3연 연속 두 자릿수 승을 거뒀으며 2008 베이징 올림픽, 2009 WBC,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등의 국제무대에서 한국대표팀 마운드 중심에 섰다.
쉬지 않고 국제대회 출장을 감행한 결과였을까. 지난 시즌 봉중근은 팔꿈치에 탈이 났고 작년 6월 팔꿈치인대접합 수술을 받으며 일찍이 시즌아웃 됐다. 최근 몇 년 중 가장 팀 전력이 좋았고 그만큼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도 높았기 때문에 봉중근으로선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과 실망이 가득했다.

좌절은 오래가지 않았다. 수술 직후 봉중근은 재활에 구슬땀을 쏟았고 초인 같은 재활 속도로 빠르게 마운드로 돌아왔다. 당초 예상보다 무려 3개월 일찍 실전등판에 나섰고 등판 간격도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1군 첫 공식 경기부터 시속 145km의 직구를 구사,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리고 현재는 한 달 후 봉중근을 위한 무대가 조성되고 있다. 당초 팀의 마무리 투수로 내정됐던 레다메스 리즈가 부진을 이겨내지 못하고 선발투수로 돌아오면서 봉중근이 마무리 후보 1순위로 내정됐다. 지난 1일 잠실 한화전에서 삼자범퇴로 한국 무대 첫 세이브를 달성했고 5일 어린이날 클래식매치 잠실 두산전에서도 경기를 마무리했다.
일단 5월까지는 연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완전한 마무리 투수가 된 것은 아니다. 단지 연투가 가능한 몸상태를 갖추기에 앞서 마무리 투수의 패턴을 익히기 위해 부단히 움직이고 있다. 봉중근은 9일 목동 넥센전을 앞두고 “마무리 투수에 대해 알아가는 중이다. 매일 기본적으로 몸을 풀고 7회 부터는 등판을 위한 캐치볼을 하는 데 이 모든 과정을 파악하고 익숙해지기 위해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그동안 해온 선발투수 자리와는 많이 달랐다. 봉중근은 “선발투수의 경우 언제 등판한다는 날짜가 정해져있기 때문에 날짜만 맞춰서 준비하면 됐었다”며 “하지만 마무리 투수는 팀이 이기고 있는 상황, 그것도 보통 세이브 여건이 성립되는 상황에서 등판하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게 되더라. 몸은 다 풀어놨는데 정작 등판하지 않으면, 그 피로가 바로 다음날에도 이어졌다”고 마무리 투수가 갖는 고충을 설명했다.
그럼에도 봉중근의 올 시즌 목표는 확실하다. 이미 팀의 선발 로테이션이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인만큼 이제는 마무리 투수로서 팀의 승리를 지키려한다. 봉중근은 “(최)성훈이나 (이)승우 등 어린 선발투수들이 잘 던지고 있다. 무엇보다 두 선수 모두 지금이 자신들에게 굉장히 소중한 기회인 것을 인지하고 전력을 다하는 중이다”면서 “이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견제에 성공하는 모습은 정말 기특하다. 경기에선 이들이 앞을 막아주고 나와 (유)원상이가 뒤에서 막아버리려고 한다”고 마무리 투수로서 자신의 역할을 강조했다.
 
봉중근이 코칭스태프의 마무리 투수 전환을 흔쾌히 승낙했던 가장 큰 이유는 어린 시절 우상이었던 ‘야생마’ 이상훈 때문이다. LG는 이상훈이 마운드를 지켰던 2003시즌까지 뒷문이 강한 팀이었다. 그러나 2004시즌 이상훈이 이적과 은퇴를 결심하면서 LG 불펜도 하염없이 추락, 이른바 LG의 마무리 잔혹사가 시작됐다. 봉중근은 팀의 최대 약점을 메우는 것과 동시에 우상의 뒤를 잇고자 하는 욕심이 가슴 속에서 크게 요동쳤다.
봉중근은 “어린 시절 언제나 지켜봤던 이상훈 선배님의 모습 하나하나가 모두 생생하게 기억난다. 학교 다닐 때 워낙 이상훈 선배님을 좋아해서 경기 후 원정 버스 앞에서 기다리기까지 했었다. 당시 악수 한 번 받고 너무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며 “어린이날 이상훈 선배님을 연상케 하는 가발을 쓴 것도 내가 낸 아이디어였다. 사람들이 내 모습을 보고 대선배님을 떠올려줘서 너무 재미있었고 올스타전 같은 자리에서 다시 한 번 기회를 마련해보겠다”고 미소를 보였다.
이어 봉중근은 새로운 도전에 임하는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그 속에는 분명 실패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성취했을 때의 짜릿함이 크게 자리하고 있는 것 같았다. 대선배의 뒤를 이어 자신이 LG의 마무리 잔혹사를 종결시키는 기회를 얻었다는 것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완벽한 마무리 투수가 되지는 못할 수도 있다. 언젠가는 블론세이브도 저지를 것이다. 하지만 이상훈 선배님을 보면서 언젠가는 꼭 저 자리에 서보고 싶다고 느껴왔다. 마무리 투수란 게 위험하지만 그만큼 매력 있고 재미있는 자리인 거 같다. 9회에 마운드에 오르면 덕아웃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나 하나만 믿고 있다. 모두가 나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세이브를 올리면 그 때 밀려오는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제대로 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drjose7@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