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4번타자 김태균은 올시즌 개막 후 25경기 연속 출루 행진을 이어갔다. 25경기 타율이 4할6푼4리로 초절정의 타격감. 그러나 26번째 경기에서 안타와 볼넷 모두 막혔다. KIA의 '돌아온 괴물' 김진우(29)의 위력투에 '4할 타자' 김태균의 연속 출루 행진도 마감된 것이다.
'원조 괴물' 김진우가 돌아왔다. 김진우는 지난 9일 대전 한화전에서 6⅓이닝 동안 112개 공을 부리며 5피안타 3볼넷 2사구 7탈삼진 1실점으로 막고 1791일 만에 승리투수가 되는 감격을 맛봤다. 이날 경기 포함 김진우의 올해 4경기 성적은 1승1패 평균자책점 3.32. 3년 공백기를 딛고 지난해 돌아온 김진우는 복귀 2년째를 맞아 괴물다운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 4할 타자 김태균, 어떻게 제압했나

김진우의 위력은 김태균과의 승부에서 잘 나타났다. 김진우는 이날 김태균과 3차례 맞대결에서 삼진 2개 포함 3타수 무안타로 제압했다. 올해 김태균이 삼진 2개를 당한 것은 지난달 24일 광주 KIA전으로 당시 윤석민에서 두 번 당한 게 유일했다. 하지만 윤석민을 상대로 안타 하나를 터뜨린 반면 김진우에게는 3번 연속으로 당했다. 그만큼 김진우의 공 자체가 위력적이었다.
첫 번째 대결은 2회말 무사 주자없는 상황이었다. 초구 바깥쪽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2구째 각도 큰 커브로 투스크라이크를 잡았다. 커브의 각도에 놀란 김태균이 몸을 비틀 정도였다. 이어 3구째 바깥쪽 낮게 휘는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택하며 헛스윙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직구·커브·슬라이더 3개의 공으로 승부했다.
백미는 4회말 2사 1·3루 위기에서였다. 김진우는 이번에도 초구 커브에 이어 2구 몸쪽 직구로 투스트라이크를 선점했다. 3~5구는 직구-슬라이더-커브로 승부했으나 김태균의 배트가 움직이지 않았다. 특히 첫 타석에서 삼진 잡은 4구째 슬라이더에 김태균의 배트가 움찔했지만 돌아가지 않았다. 하지만 6구째 148km 투심패스트볼을 몸쪽으로 집어 넣었다. 몸쪽으로 빠르게, 살짝 꺾이며 들어온 투심에 당황한 김태균은 엉거주춤하며 헛스윙 삼진당했다. 전혀 예상치못한 승부구에 의아한 표정이었다.
5회 1사 2루에서 맞이한 3번째 승부에서도 김진우는 초구 직구, 2구 슬라이더로 파울을 이끌어내며 투스트라이크라는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았고, 3구째 커브로 좌익수 뜬공 처리했다. 김태균의 배트에 걸렸지만 이미 타이밍을 빼앗겨 허리가 빠졌고, 힘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타구였다. 3타석 모두 김진우의 승리였다.
▲ 강력한 직구와 공격적인 승부
김진우는 "상대 타자들이 커브 노리기 때문에 직구를 많이 보여주는 식으로 갔다. 짧게 짧게 공격적으로 했다"며 "김태균이 몸쪽에 강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변화구를 노릴 것으로 생각해 일부러 몸쪽 높은 곳으로 승부했다. 포수 (김)상훈이형의 리드가 좋았다"고 말했다. 포수 김상훈의 투수리드도 좋았지만 김진우의 공에 위력이 있기에 가능했던 승부였다.
이날 김진우는 직구 최고 구속이 151km까지 찍혔다. 그것도 와인드업 없이 세트포지션으로 던지며 기록한 구속. 여기에 변종 직구 계열 투심 패스트볼의 최고 구속도 148km였다. 112개 공 중 직구(46개)·투심(25개) 등 패스트볼 계열이 63.4%를 차지했다. 여기에 커브(31개)·슬라이더(10개)까지 가미하며 완급조절의 효과를 극대화했다. 슬라이더도 최고 140km, 커브도 최고 135km로 힘있고 빠르게 꺾였다. 쉽게 공략할 수 없었다.
다만 아쉬운 건 제구력이다. 이날 김진우는 스트라이크 67개, 볼 45개로 스트라이크 비율이 59.8%에 그치며 60%를 못 넘겼다. 선동렬 감독도 "제구가 될 때 있고, 안 될 때가 있다"며 보완해야 할 부분을 분명히 했다. 김진우도 "아직 베스트 상태는 아니다"며 "선동렬 감독님이 기대를 갖고 기회를 주시는 만큼 꼭 보답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제2의 선동렬이 본격 발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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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