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땀 세이브' 바티스타, 이유는 관중들의 환호?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5.10 10: 40

그가 마운드에 오르면 순간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거의 매번 손에 땀을 쥐는 상황을 연출한다.
한화 마무리 데니 바티스타(32)는 150km대 강속구를 쉽게 던지는 파이어볼러다. 198cm 큰 키에서 내리꽂는 강속구는 상대 타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라 할만하다. 그러나 요즘 바티스타는 매경기 상대팀이 아니라 같은 소속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을 가슴 졸이게 한다. 거의 매경기 손에 땀을 쥐는 '진땀 세이브'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티스타는 올해 9경기 1패1홀드4세이브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하고 있다. 10⅔이닝을 던지는 동안 삼진 15개 잡으며 안타도 8개밖에 맞지 않았다. 피안타율도 2할2푼2리. 그러나 무려 11개의 볼넷을 내준 탓에 이닝당 출루허용률은 1.78에 달한다. 특히 마운드에 올라오자마자 볼을 남발하는 게 반복되고 있다.

지켜보는 벤치는 정말 속이 탄다. 지난주에만 해도 "이제 많이 적응됐다"던 한대화 감독이지만 지난 8일 대전 KIA전에서 1점차 상황에서 첫 두 타자에게 연속 볼넷을 주며 다시 진땀 세이브를 거두자 진이 다 빠졌다. "바티스타가 스트라이크를 2개 연속 넣는 걸 보고 싶다. 본인도 답답하겠지만 덕아웃에서 보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날 약 올리려는건가"라는 게 한 감독의 말이다.
대체 왜일까. 그와 호흡을 맞추는 포수 신경현과 최승환은 "바티스타가 보기와는 다르게 새가슴"이라고 입을 모았다. 위기를 자초할 때마다 마운드에 올라가면 '벌벌' 떨고 있을 정도로 마음이 여리다는 것이다. 터프한 인상·이미지와는 확실히 차이가 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어떻게든 위기를 막아내고, 승리를 지켜는 투수가 바티스타이기 때문이다.
바티스타는 지난달 13일 문학 SK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맞고 1패를 안은 바 있지만 4차례 세이브 기회에서는 모두 승리를 지켰다. 무너질 듯 무너질 듯하면서도 무너지지 않는 게 바티스타의 남다른 매력이다. 이에 대해 그가 선호하는 포수 최승환은 색다른 해석을 내놨다. 바티스타의 등판 초반 제구가 되지 않는 게 관중들의 환호에 힘이 들어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승환은 "바티스타가 마운드에 올라서 연습투구할 때 155km 정도 던지면 관중들이 크게 환호한다. 바티스타가 기분파는 아니지만 관중들의 환호에 흥분해 더 힘을 쓰는 게 있다. 힘이 들어가다 보니 처음 타자들에게 제구가 잘 되지 않는다"며 "직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제구가 되는 커브로 볼카운트를 잡는다. 일부러 주자 깔아 놓고 하는건지 주자가 2명 나가면 그제서야 정신차린다"고 웃으며 설명했다. 우스갯소리일지 몰라도 일견 설득력 있다. 지난해부터 바티스타의 9이닝당 볼넷은 원정(5.5개)보다 홈(7.1개) 경기가 더 많았다. 홈에서 더 많은 환호가 쏟아지는 법이다.
바티스타의 마음이 여리다고 하지만 어떻게든 위기를 막는 모습에서는 새가슴을 느낄 수 없다. 그보다는 일정한 등판 간격에 따른 컨디션 유지와 직구 제구 잡기가 관건이다. 물론 바티스타의 제구가 잘 되기 위해서는 처음 마운드에 올랐을 때 그가 흥분하지 않도록 관중들이 환호를 낮추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지도 모른다. 환호는 승리를 확정한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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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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