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감독제가 되어야 잡음이 없어질 텐데…".
최종 엔트리 12명 중 5명이 훈련에 합류하지 못했다. 지난 7일 첫 소집을 갖고 5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위한 첫 걸음을 뗐지만 시작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여자농구 대표팀 이야기다.
감독 선임 과정부터 선수 선발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여자농구 대표팀은 올림픽 예선에 나설 최종 엔트리 12명을 선발해 합숙에 들어갔지만 그 중 5명이 입촌을 연기했다. 부상 때문이었다.

어깨 부상으로 인해 대표팀 합류에 난색을 표한 이경은(25, KDB생명)을 비롯해 신한은행 소속 하은주 최윤아 강영숙 김단비가 부상을 이유로 입촌을 미뤘다.
이호근(47) 감독은 선수들의 진단서를 받아들고 개별 면담까지 진행했지만 특별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우선 "엔트리 변경 없이 가되 선수들의 경과를 보고 재활을 위한 시간을 주겠다"는 것이 대한농구협회와 이호근 감독이 내린 결론.
부상 선수들의 재활은 최소 2주에서 1달 가량 소요될 예정이다. 당장 다음달 26일부터 열리는 올림픽 최종예선까지 제대로 된 모양새의 팀을 꾸릴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 이호근 감독이 푸념처럼 전임감독제 이야기를 꺼낸 이유다.
한국농구는 전임감독제를 채택하지 않고 있다. 그 해 프로리그 우승팀 감독이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는 관례에 따라 남자농구 대표팀은 KGC인삼공사의 이상범 감독이 맡게 됐다. 자연히 이상범 감독의 국제대회 경험 부족이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여자농구는 한술 더 떴다. 관례가 무너졌다. 올 시즌 우승팀인 신한은행의 임달식 감독 대신 삼성생명 이호근 감독이 선임되면서 감독 선임을 두고 대한농구협회의 행정이 구설수에 올랐다. 임달식 감독은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고 이호근 감독은 입이 있어도 말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이러다보니 시작부터 삐걱일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최종 엔트리 선수들이 부상을 호소하며 훈련에 빠진 상황이다. 7명의 선수끼리 손발을 맞춰 얼마나 잘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상황 자체가 이호근 감독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호근 감독은 "여자농구도 빨리 전임감독제를 시행해야 한다. 그래야 잡음이 없어진다"며 전임감독제 도입의 필요성을 내비쳤다.
한국은 주요 구기 종목 중 축구와 배구에서만 시행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국가가 농구에서도 전임감독제를 실시하고 있다. 프로팀 감독과 대표팀 감독을 겸임하는 한 좋은 성적이 나올 수 없다는 판단 하에서다. 실제로 미국같은 경우 올림픽과 같은 큰 무대를 앞두고 최소 1~2년 전부터 대표팀을 꾸려 훈련에 들어간다.
전임감독제 최대의 장점은 안정적인 대표팀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전임감독에게 대표팀의 운영 권한을 맡김으로써 이번 여자농구 감독 선임 문제에서 드러난 주먹구구식 행정을 탈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선수 수급 문제에 있어서도 자팀 이기주의 없이 공정한 차출이 가능하다.
물론 전임감독제가 시행되기 위해서는 기존 구단의 적극적인 지지와 대한농구협회의 인프라 개선이 우선이다. 상비군 제도가 마련되지 않는 이상 전임감독제는 말만 좋은 대안에 불과하다. 특히 신세계 쿨캣의 해체로 인해 WKBL 존폐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전임감독제는 배부른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점이 분명히 드러난만큼 개선을 위해 여러 가지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전임감독제가 현재의 파행과 폐단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면 고려해 볼만한 가치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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