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미(20, 부산시청)를 지켜라!".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여자권총 금메달 후보로 새롭게 급부상한 김장미를 두고 사격계가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장미는 지난달 23일 런던에서 열린 '국제사격연맹(ISSF) 런던 월드컵(프리올림픽) 여자권총 25m 결선에서 769.9점을 쏴 세계신기록을 수립, 올림픽 메달에 대한 청신호를 밝힌 유망주다.

김장미가 쏜 769.9점은 지난 2005년 4월 창원월드컵에서 마리아 그로즈데바(불가리아)가 쏜 796.7점에 0.2점 차로 앞선 기록이다. 현재 김장미는 총 6차례 중 4차까지 치러진 올림픽 대표선발전 여자권총 25m에서 종합 1위, 10m에서도 3위에 올라있어 올림픽 승선이 유력한 상황.
김장미는 고교 2학년 때인 2010년 출전한 제1회 아시아청소년대회와 제1회 유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여자권총의 유망주로 떠올랐다. 처음 출전한 시니어 대회(2012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공기권총 10m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김장미는 2번째 출전한 시니어 대회에서 세계신기록을 작성하며 가능성을 증명했다.
그러나 정작 사격연맹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떠오르는 샛별' 김장미를 숨기고 싶어하는 눈치다. 이유가 있다. 김장미를 지도하는 서성동 부산시청 사격팀 감독은 "(김)장미가 나이가 어린 선수다보니 일찌감치 언론이나 외부에 노출돼서 좋을 것이 없다"며 걱정을 드러냈다.
사격은 멘탈 스포츠다. 순간의 집중력에 의해 결과가 좌우되는 민감한 종목인 만큼 선수들의 심리상태가 승부에 영향을 미친다. 아무리 노련한 선수라도 자칫 흔들리면 금세 무너질 수 있는 종목이 사격이다.
원래 서 감독은 프리올림픽에 김장미를 출전시키지 않으려고 했다. 지나치게 관심을 받아 컨디션을 망치는 상황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서 감독의 말에 따르면 1위 김장미와 2위의 점수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단 한 발이라도 미스하면 끝"이다. 다행히 4차까지 잘 치러냈지만 남은 5, 6차 대회 결과에 따라 판도가 바뀔 수도 있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프리올림픽서 세계기록을 깬 사실이 알려지자 여기저기서 관심이 쏟아졌다. 대회를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CF 제의가 들어왔을 정도다. 서 감독은 "갑자기 주목 받기 시작하다보니 본인도 부담스러워한다. 대회를 마친 후에도 장미와 사격 이야기를 안 하고 농담만 할 정도로 본인이 느끼는 스트레스가 극심하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비단 제자를 아끼는 감독의 노파심으로 생각할 수만도 없다. 실제로 프리올림픽 이후 출전했던 '제8회 경호처장기 전국사격대회' 여자 일반부 25m 권총에서 778.2점(본선 582 결선 196.2)로 전체 8위에 그치는 등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서 감독은 "한국기록 보유자인 최금란도 그렇고 기록 보유자들은 부담을 더 많이 받기 마련이다. 더구나 김장미는 유스는 물론 주니어, 시니어 등 국제 대회에 나가서 입상을 안 한 적이 없는 선수인 만큼 대표팀은 물론 대한체육회나 사격연맹에서도 기대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전했다.
김장미는 오는 11일부터 경남 창원종합사격장에서 열리는 올림픽 대표선발 최종 5, 6차전에 출전해 올림픽을 향한 마지막 관문에 도전한다.
costball@osen.co.kr
MB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