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아모' 류승룡 "여성을 유혹하는 나만의 기술은.." [인터뷰]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2.05.10 09: 12

어찌 '쥬신타'를 잊을 수 있을까. 영화 '최종병기 활'에서 청나라 장수로 등장, 눈만 마주쳐도 오금이 저릴듯한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뿜던 마초적 사나이가 아니던가. 게다가 자신의 부하들이 정체 모를 한 사내에게 속속 죽음을 당하는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그 사내를 쫓던 의리남이 아니던가.
이러한 쥬신타의 모습 때문에 '최종병기 활'을 보고 나온 관객들은 쥬신타를 잊지 못했다. 그리고 '한국'영화에서 '한국' 배우가 '한국'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음에도 배우 류승룡은 쥬신타 연기로 제 32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그런데 남성적 냄새가 풀풀 나던 쥬신타가 이번엔 카사노바로 돌아왔다. 그것도 일개 카사노바가 아니라 '전설의' 카사노바다. 전설의 카사노바 성기는 한 번 마주친 여성은 그의 늪에서 빠져 나올 수 없다는 마성의 매력을 지니고 있는 인물이다.

이 카사노바는 어찌나 능청스럽던지 듣기만 해도 온몸에 닭살이 돋을 정도의 대사를 망설임없이 내뱉는다. "난 사랑이 뭔지 모르는 남자야"라는 대사와 "젖 짜드릴까요?"라는 말을 거리낌없이 상대방에게 던진다.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전설의 카사노바 성기로 분해 새로운 충무로의 코믹 본좌로 떠오른 배우 류승룡은 자신의 능청스런 연기를, 그리고 영화를 처음 본 소감에 대해 "오글거린다"고 전했다. 하지만 결과물에 매우 만족한다고.
"원래 배우들은 자기 영화를 보면 오글거리는 것이 있어요. '최종병기 활' 때도 그랬죠. 왜 자기 목소리를 녹음해서 들으면 어색한 것 처럼 말이에요. 하지만 최선을 다한 노력이 영화 곳곳에 여러가지 조합으로, 여러가지 편집기술로 표현된 것 같아서 만족스럽습니다."
류승룡은 '최종병기 활' 속 쥬신타를 비롯해 '거룩한 계보',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등 주로 강하고 선 굵은 연기를 주로 해왔다. 덕분에 류승룡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남성적이고 강인한 이미지가 대부분. 그는 자신의 다른 모습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어 이번 영화를 선택했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지난 해에는 좀 너무나 센 캐릭터들을 많이 해서 앞으로 더욱 그런 캐릭터의 시나리오가 들어 올 우려도 있었고 이즈음에 저의 다른 모습을,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적절할 때 성기라는 캐릭터가 왔던 거죠. 시나리오 전체상으로도 좋았고 감독님과 배우들의 느낌도 잘 맞었던 것 같아요. 운이 좋았죠(웃음)."
'내 아내의 모든 것'에는 총 세 명의 주요 인물이 등장한다. 카사노바에게 아내를 유혹해달라고 부탁하는 소심한 남편 두현(이선균 분)과 그런 두현의 아내 정인(임수정 분), 그리고 정인을 유혹하게 되는 전설의 카사노바 성기. 그 중 성기는 그야말로 영화 속에서 독보적인 캐릭터로 등장한다. 아니, 지금까지의 한국영화 통틀어 가장 독보적이라 해도 반박할 수 없을 정도다. 카사노바답게 여성을 유혹하는 수많은 기술을 익히고 있으나 가끔 허당의 모습도 보여주고, 능청스럽게 행동하다가도 어느순간 진지해지는 '판타지'적인 캐릭터다. 류승룡은 이런 캐릭터를 어떤 생각으로 만들어나갔을까.
"성기가 행동하는 그 순간만큼은 진심어리게 그럴려고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캐릭터가 사랑스러우려면 허당이 보여야 한다고 생각을 했죠. 그래서 헛점이 보일 수 있는 트릭을 여기저기에 집어 넣었어요. 그래야 공감이 되고 관객분들이 마음을 열고 볼 수 있다 생각했거든요. 조금 오버스러운 행동도 하지만 카사노바라는 인물 자체가 현실적이기 보단 판타지적이잖아요. '이 인물은 판타지적인 인물이에요'라는 점을 환기시키고 싶었어요. 관객분들이 '판타지'라는 점을 전제로 영화를 보면서 재밌게 관람하고 제가 진심을 담아서 연기했을때는 '그럴수도 있겠구나' 착각도 들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묘하게 심리 싸움을 한거죠."
영화 전반에 걸쳐 워낙에 코믹한 장면들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영화 촬영장은 웃음 도가니였을 것이 불 보듯 뻔했다. 그런데 의외로 웃음 때문에 NG가 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했다. 왜일까. 류승룡의 말을 빌리자면 '이를 악 물고 버텼기 때문'이란다.
"배우분들이 웃음을 못 참을 정도의 절제력이 없었던것도 아니고 다들 이를 악물고 촬영을 했죠. 나름의 배려를 한거에요. 원래 웃음이라는 게 한 번 터지면 계속 나잖아요. 그렇게 되면 다음 촬영에 지장이 생기거든요. 그래서 스태프들도 이를 악물고 웃음을 참았던 것 같습니다(웃음)."
그는 영화 촬영 후 많은 걱정을 했다고 전했다. 관객들이 자신의 연기를 보면서 오버한다고 생각할까봐서였다. 워낙에 캐릭터가 판타지적인 인물이다보니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걱정이었다. 하지만 성기라는 인물을 굉장히 잘 살린 것 같다는 취재진의 말에 뿌듯한 표정으로 손을 내밀며 하이파이브를 요청하는 그의 모습에선 영화에 대한 만족감도 느낄 수 있었다.
"어떤 영화든 100% 잘했다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촬영할 때 테이크를 여러 번 갔었는데 어떤장면을 썼을까 궁금하더라고요. 감독님이 기분좋게 OK하고 나서 '맘대로 한번 해봐라'해서 저는 정말 마음껏 해봤거든요. 그런데 그런 장면들을 영화에 다 붙여 넣으셨더라고요. 처음엔 너무 간 거 아닌가 걱정했었죠. 배우들은 오버스럽게 보이는 게 제일 싫은데 그런 장면들을 다 붙여놨을때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영화를 보시고 오버스럽지 않느냐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설정 자체가 판타지기 때문에 오버스런 연기들이 양념이 되고 좋은 기운을 환기시키는 작용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극중 성기는 여성을 사로잡기 위해 소의 젖을 짜는 것부터 불어, 스페인어, 아프리카어 등 외국어는 물론 요리, 샌드아트 등 모든 것을 할 줄 아는 능력자로 등장한다. 그리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태도도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한 몫을 한다. 그렇다면 류승룡의 '여성을 사로잡는 비법'은 무엇일지 문득 궁금해졌다.
"젊은 남성분들이 특히 저를 엄청 좋아하세요. 제가 센 작품들을 주로 했잖아요. 아직도 남성팬분들이 저를 보면 '거룩한 계보' 때의 얘기를 많이 하세요.(웃음) 여성분들은 의외의 유머를 좋아하시죠. 그런데 저의 가장 큰 유혹의 기술은 연기인 것 같습니다. 열심히 성실히 연기하며 사는 모습을 여러분들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웃음)."
 
그렇다면 결혼은 했지만 류승룡이 말하는 자신의 이상형은 어떤 사람일까. 남성다운 이미지답게 여성스런 이미지의 이성한테 호감을 느낄 것 같았지만 오히려 보이쉬한 매력의 여성을 좋아한다고 전했다.
"왜 유럽 같은 곳엘 가면 청바지에 머리 짧고 음악 들으면서 백팩매고 손에는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빨리 걷는 사람을 보면 소름이 쫙 끼쳐요. 너무 멋있어요. 보이쉬하면서 자기 일을 사랑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정말 매력적이에요. 지금은 엄마로서의 여자 모습이 가장 멋있는 것 같아요."
류승룡은 이날 영화 속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이선균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앞으로 이렇게 호흡을 잘 맞출 수 있는 배우를 만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라고.
"이선균씨와의 호흡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최고였습니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이선균씨와의 호흡에 대해 말하는 것을 좀 조심했었어요. 그런데 '호흡이 잘 맞는다'고 선균씨가 먼저 말해주니 더 뿌듯하더라고요. 보람도 생기고.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앞으로 연기를 하면서 그런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사람을 만나면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내 아내의 모든 것' 주연배우는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설 때 어떤 생각을 가지고 극장을 나서길 바랄까. 류승룡은 아마 개개인마다 다 다를 것이라며 '또 봐야지, 다른 사람에게 권해줘야지'라는 생각이 제일 행복할 것 같다고 전했다.
"아마도 개인이 다 다를것 같아요. 돈 아깝지 않다, 또 봐야지, 권해줘야지 이렇게 생각하시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고 느끼는 바는 다 다를 거에요. 뒷부분에 늘어진다 하는 부분들을 공감하시는 분도 있을 것이고 사람마다 느끼는 것은 다 다를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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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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