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 프로젝트 흔들' 축구협, 향후 행보가 더 중요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2.05.10 09: 46

대한축구협회가 세련되지 못한 행정 처리로 또 한 번 시련을 겪게 됐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달 초 대한체육회에 에닝요(31, 전북, 브라질)와 라돈치치(29, 수원, 몬테네그로)의 특별귀화 추천을 신청했다.
라돈치치가 일본에 약 5개월 임대된 적이 있어 5년 동안 지속적으로 국내에 거주해야 A매치를 뛸 수 있다는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상 귀화해도 최종예선 4경기를 뛸 수 없는 것으로 밝혀지자 협회는 뒤늦게 이를 확인한 뒤 지난 8일 라돈치치는 철회하고 에닝요만 추천 신청을 했다. 그러나 체육회는 9일 에닝요의 추천 신청을 부결했다.

축구 사상 첫 귀화선수 프로젝트가 흔들리고 있다. 협회의 안일한 행보로 인해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까지 생긴 것.
일단 축구협회는 시간적 여유를 활용하지 못했다. 에닝요의 필요성에 대한 최강희 대표팀 감독의 결정과 판단이 있었다면 먼저 여론을 조성해야 했다. 에닝요가 귀화 의사를 밝힌 것은 지난 1월. 브라질 언론과 인터뷰서 월드컵 출전에 대한 의지를 밝히면서 귀화 의사도 나타냈다.
에닝요의 귀화는 일반 귀화와는 다른 특별 귀화. 따라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었다. 이중 국적이 부여되는 우수 인재 특별 귀화는 스포츠의 경우 그동안 대부분 부모 중 한 명이 한국계인 혼혈 선수들이었다. 물론 전부 혼혈 선수는 아니지만 그렇지 않다면 한국말을 잘하고 어렸을 때부터 국내서 살던 경우였다.
따라서 에닝요의 경우에는 더욱 조심스러운 심사와 결정이 요구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밀리에 귀화를 추진하면서 우호적인 여론 형성에 실패하고 말았다.
대한체육회의 부결에 따라 축구협회는 단독으로 추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물론 방법이 원천적으로 봉쇄된 것은 아니다. 다른 루트를 통해 추진할 수 있는 여지는 존재한다. 하지만 운동 선수의 경우 체육회의 승인없이 특별 귀화를 추진한다면 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대표팀서 에닝요의 필요성이 강조됐지만 타당성을 완전히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부결된 상황이라면 앞으로 체육회의 판단이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할 수 있다.
축구에서 대표팀에 합류시키기 위해 특별 귀화를 추진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실수가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돌파를 시도한다면 예상되는 공격은 차단될 수밖에 없다.
이번 시도가 아직 결말을 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결과를 예측할 수는 있어야 한다. 물론 무조건적인 비난도 옳지 않다. 다만 축구협회의 보다 치밀한 향후 행보가 요구된다.
10bird@osen.co.kr
최강희 감독-에닝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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