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김영민을 믿고 10승 할 거라고 했다가 욕을 많이 먹었다".
정민태(42) 넥센 히어로즈 투수코치의 '아픈 손가락' 중 한 명이 우완 김영민(25)이다.
지난 2006년 넥센에 입단한 김영민은 150km의 강속구와 188cm의 큰 키로 많은 기대를 받았다. 2007년 1군 데뷔 이후 인상깊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으나 2010시즌을 앞두고 김시진 감독과 정민태 투수코치가 한 목소리로 10승 투수감으로 점찍었다.

그러나 그때가 김영민이 겪은 시련의 시작이었다. 김영민은 1월 계단에서 넘어져 왼쪽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해 한 시즌을 접어야 했다. 그는 지난해 다시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8경기에서 평균자책점 5.96을 기록했으나 6월 17일 내측 인대가 손상됐다는 진단을 받고 다시 시즌을 마감했다.
한 명 한 명이 아쉬운 코치진으로서는 2년을 허투루 보낸 김영민이 야속할 법도 하다. 그러나 김 감독과 정 코치는 김영민을 다시 한 번 믿기로 했다. 넥센은 10일 목동 LG전 선발로 그를 예고했다. 김영민은 약 10개월 만에 선발로 등판한다. 심수창의 부진과 문성현의 부상을 메우기 위한 비책이다.
정 코치가 김영민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못하는 것은 바로 그의 재능과 더불어 성격 때문이다. 정 코치는 김영민을 선발로 다시 점찍으며 "투수는 자기가 마운드 위에서 최고라고 생각하는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안타를 맞더라도 주눅들지 않고 몸쪽공을 던질 줄 아는 게 좋은 투수다. 김병현도 그렇지만 김영민이 계속 안돼도 잘 될 것이라 믿게 되는 이유가, 영민이가 그런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영민이 정 코치의 한결 같은 믿음에 보답할 수 있을까. 지난 9일 만난 김영민은 "선발 등판이 오랜만"이라면서도 "그냥 편하다"며 웃었다. 김영민의 자신감이 올 시즌에는 마운드 위에서도 통할 수 있다면 넥센의 선발 운용도 숨이 트일 듯 하다.
autumnbb@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