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런코4가 발견한 디자이너들⑧] 김재웅 "패션꽝에서 패션광으로..."
OSEN 최준범 기자
발행 2012.05.10 11: 00

온스타일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4(이하 프런코4)'의 최연소 도전자 김재웅. 그가 피아노 대신 패션을 선택했다는 사실은 꽤 잘 알려져 있다.
줄리어드 음대를 목표로 미국으로 건너가 공부를 하던 중 교회에서 충격적인 일을 겪었다고.
“교회에서 어떤 친구가 저에게 ‘너는 왜 똑같은 옷만 계속 입고 다녀?’라고 하는데, 이 말이 완전 충격적이었어요. 그때는 옷에 대해 관심도 없어서 제가 좋아하는 옷만 주야장천 입고 다녔거든요. 그 충격으로 쇼핑 중독에 걸릴 만큼 어머니와 많은 옷을 구매했어요. 이 계기로 옷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생기면서 고심 끝에 피아노 대신 패션을 선택했죠.”

‘너는 왜 똑같은 옷만 계속 입고 다녀?’ 이 말이 한사람에 진로를 바꿀 만큼 그렇게 충격적이었을까. 일반인 같았으면 조금 창피하고 말았을 수도 있다. 분명한 건, 그는 오랫동안 공부했던 피아노를 과감히 포기하고 뒤늦게 발견한 신나는 일인 패션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 후 패션에 푹 빠져 있던 김재웅에게 자신의 실력을 검증받기 위한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온스타일의 ‘프런코4’.
“사실 제 실력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검증 받고 싶은 이유가 컸지만 어머니 때문도 있었어요. 제가 가방이나 옷을 만들면 어머니는 ‘이런 것 충분히 백화점에서 살 수 있다’며 제가 만든 작품에 대해서 채찍질을 많이 하셨어요.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지인들에게는 제가 만든 작품을 나눠주기도 하시고 제 자랑도 많이 해놓으셨더라고요(웃음). 그래서 더욱 어머니께 멋진 아들이 되어야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래서 프런코4에 도전했죠!”
▲ 여성스러운 말투는 언제부터...
김재웅 디자이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여성스러운 목소리’다. 삐치기도 잘 하고, 여자들처럼 수다도 잘 떤다.
프런코4 출연 당시 여성스러운 목소리로 많은 시선을 모은 김재웅은 목소리뿐 아니라 그가 내놓은 디자인 또한 여성스러운 면을 가득 담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와 섬세함은 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제가 여성적인 이유는, 음...아버지와 어머니가 이혼을 하셔서 누나와 어머니 손에 자라다보니 남성적인 성향보다 여성적인 면에 많이 물든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이런 제 모습이 좋아요. 디자이너로서는 남성과 여성을 아우른다는 게 굉장한 장점이 되니까요.”
 
▲“동성애자 친구들이 상처받지 않았으면...”
말투 때문이었을까. 프런코4 일곱 번째 미션(성공과 여유를 쫓는 30대 남성의 T.P.O에 맞는 커플룩 제작)이 공개되고 ‘김재웅의 성정체성에 관한 루머’가 나돌기 시작했다.
화면 속 그의 모습에서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여성적인 모습이 한층 더 고조돼 있었기 때문이다. 조심스레 그때의 상황을 물으니 그는 되레 쿨하게 대답해줬다.
“그 부분은 다들 많이 궁금해 하시나 봐요(웃음). 저는 남녀 구분 없이 모든 사람을 사랑해요.” 덧붙여 그는 “제가 동성애자이면 어떻고 일반인이면 어때요. 중요한 건 같은 사람이라는 건데, 그렇다고 해서 남들에게 피해 주는 것도 아니잖아요. 제가 유학생활을 해서 동성애자 친구들이 조금 있어요. 그런데 그 친구들이 이러한 일들 때문에 상처받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파요”라며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재웅은 또 "마크 제이콥스를 비롯해 유명한 디자이너 중에는 동성애자가 많아요. 디자이너로서 남녀의 시선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들만의 고유한 특성이자 재능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 김재웅이 뽑은 베스트&워스트
‘프런코4’의 미션을 수행하면서 그가 내놓은 작품은 재활용 의상을 포함해 총 열 벌이다. 그 중에서 베스트와 워스트를 꼽아봤다.
“베스트는 철물점 미션에서 만든 의상이에요. 얼음공주 콘셉트의 호수 옷.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다른 쪽으로 잘 풀려서 좋았고, 그리고 제가 오뜨 꾸뛰르를 좋아해요. 미션 자체도 창의적이어서 좋았던 것 같고요. 아마 시간만 더 있었다면 왕관이랑 지팡이도 만들었을 거예요.(웃음)”
김재웅은 더 잘 만들 수 있는데 그만큼 열정을 못 쏟아 부은 것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워스트는 A브랜드에서 판매할 F/W의상을 만들었던 옷이에요. 물론 제가 탈락해서 워스트로 뽑은 건 아니고요. 우선, 소재 선택을 잘못했고, 최종적으로 제 색깔이 담기지 않은 너무 베이직한 옷이었어요.”
▲ “패션은 하나의 도화지”
김재웅은 수입브랜드 인터넷 쇼핑몰 Bien Vetu(비엔베투)를 운영하다 프런코4에 출연하게 되면서 사업을 접었다고 말했다.
Bien Vetu는 B와V가 합쳐진 재미난 부엉이라는 뜻이다. 20, 30대 여성들을 겨냥한 브랜드로서 유머스러움과 유니크함, 여성스러운 콘셉트를 담고 있다. 현재 비엔베투는 김재웅 디자이너의 개인 블로그와 워너비, 신세계 등에서 만나볼 수 있다.
“패션은 제가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도화지라고 생각해요. 옷이 하나의 도화지예요. 옷이라는 것에 제 감성을 풀어내서 생각, 경험, 추구하는 것, 보여주고 싶은 것 등을 작품에 녹여내고 싶어요. 그래서 제가 컬렉션을 선보일 때 마다 제 옷을 궁금해 하는 것이 아니라, 김재웅이 어떤 경험을 했었고 그것을 어떻게 옷으로 풀어냈을까. 이런 궁금증을 유도하고 싶어요.”
 
Tip. 그들이 말하는 'It Style' 스케치
“이번 S/S는 하얀 옷과 뉴트럴 톤의 옷이 유행할 것 같아요. 여기에 개성이 돋보이는 벨트와 귀걸이 등으로 컬러감을 주면서 유니크함을 살려주는게 관건이죠. 또 비대칭적인 옷, 이를테면 스텔라 맥카트니(Stella McCartney)의 패치가 들어간 옷과 유니크한 시스루 패션도 눈여겨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더불어 이번 여름, 기계 주름이 잡힌 시폰 디자인도 놓치지 마세요.”
junbeom@osen.co.kr
온스타일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4' 캡처.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